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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북한 내 미군 유해발굴 재개 – 진주현 박사 인터뷰


6.25참전 미군 유해 감식을 전담하고 있는 진주현 박사

6.25참전 미군 유해 감식을 전담하고 있는 진주현 박사

6.25 전쟁 중 포로가 되거나 실종된 미군 가운데 수 천 명의 장병들이 아직도 북한 땅 어딘가에 묻혀 있습니다. 미군 당국은 종전 이후 지금까지 이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신원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올해 북한에서 7년 만에 재기되는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의 현황과 유족들의 반응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미군 전쟁포로와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에서 6.25참전 미군 유해 감식을 전담하고 있는 진주현 박사로부터 감식 과정 전반에 대해 얘길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진주현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답) 네, 안녕하세요?

문) 지금 6.25 전쟁 참전 미군 유해에 대한 신원확인을 전담하고 계신 게 맞죠?

답) 네, 맞습니다.

문) 뼈 조각을 대조하고 DNA까지 정밀하게 확인해야 하는 굉장히 전문적인 작업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들어도 잘 이해가 안가는 내용들이 많아서요 북한 내 발굴 현장에서 작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건지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답) 발굴 현장에서는 일단 저희가 전사한 위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들어갑니다. 이 정도 되는 지점에서 이 사람들이 실종됐을 것으로 추정되면 그 지역에서 발굴을 진행하게 됩니다. 발굴을 해서 나오는 흙은 저희가 모두 채로 잘 걸러서 혹시라도 작은 뼈 하나라도 잃어버리지 않게 잘 스크리닝을 하구요. 그렇게 해서 발견된 뼈들을 하와이에 있는 JPAC으로 가지고 옵니다.

문) 신원 확인 작업은 이제 그 때부터인데 할 일이 참 많으시죠?

답) 네, 많습니다.

문) 설명을 좀 해 주세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답) 일단 뼈를 가지고 오면요, 이게 뼈인지 아닌지부터 저희가 구분을 해야 됩니다.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특히 발굴 현장에서 흙하고 막 섞여있을 때는 그게 더 힘든데, 혹시라도 뼈를 놓고 오는 일이 없도록 저희가 웬만한 것은, 비슷하게 보이는 건 다 가지고 오구요. 뼈를 가지고 와서 뼈인지 아닌지 구분을 한 다음에 그 뼈가 사람 뼈인지 아닌지 구분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 뼈라고 확실하게 저희가 알게 되면 그 다음부터 인류학자들이 성별, 나이, 신장, 인종 등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게 됩니다.

문) 그러니까 단순하게 얘기해서 뼈만봐도 인종부터가 구별되는 거죠?

답)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얼굴이 다 다르게 생겼으니까 뼈만 보고 정확히 어떤 인종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들 우리가 보면 금방 알 수 있잖아요. 아, 이 사람이 아시아인이구나, 유럽인이구나 하는 거 알 수 있는 것처럼 훈련 받은 인류학자 눈에는 뼈만 봐도 그런 차이가 잘 보입니다.

문) 그렇군요. 왜냐하면 미군이라고 해도 그 중에는 백인, 흑인 다 섞여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한데 두개골만 봐도 훈련 받은 분들 눈에는 다 보인다는 말씀이군요. 치아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렇죠?

답) 치아도 저희가 감식하는데, 신원 확인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저희 JPAC에는 치과의사가 3명이 있어요. 그래서 이 분들이 저희가 발굴해서 가지고 온 치아와 실종된 군인의 생전 치료기록과 비교를 합니다. 그래서 그게 맞는지, 이게 이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분석을 하게 됩니다.

문) 말씀하신 작업들이요, 그러니까 미군 유해의 신원이 확인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어떻습니까?

답) 그건 상황에 따라서 다른데요. 예를 들어 뼈가 굉장히 잘 남아 있다든지, 아니면 DNA가 굉장히 특이한 사람의 경우는 금방 확인이, 몇 달 안에라도 되구요. 그렇지 않은 경우, 가족 샘플이 없다든지, DNA를 맞춰볼 샘플이 없는 경우엔 가족부터 찾아야 하니까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문) 예. 북한에서 오는 유해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글쎄요, 일반인들이 보기엔 다 같은 뼈조각으로만 보일 수도 있을 텐데 좀 다른 점이 있습니까?

답) 북한에서 오는 유해들은 대체적으로 보존 상태가 좋습니다.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은 날씨도 덥고 습하고 해서 뼈가 금방 없어지는데요. 북한 같은 경우는 날씨가 춥고 아직까지 개발이 덜 된 지역이 많아서 유해가 그대로 묻혀있는 상태로 보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 연구실에서 작업을 하셔야 되는 입장에서 상당히 다행이네요.

답) 예, 그렇습니다.

문) 유해 뿐만이 아니구요, 유품도 있지 않습니까? 만년필 같은 것도 나온다고 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주로 나옵니까?

답) 북한에서 가지고 오는 유해 같은 경우는 의외로 유품이 그렇게 많진 않은데요.

문) 그런가요?

답) 네. 유품은 물론 이름이 쓰여진 반지나 결혼반지, 그 다음에 군인증 같은 거, 그런 거는 굉장히 중요하고 군번줄도 중요하고 한데 유품의 문제는 다른 사람이 그걸 가지고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저희가 유품만으로는 신원 확인이 잘 안되구요. 다른 여러 개와 맞춰봤을 때 이 유품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 하고 저희가 확실히 알게 될 경우에는 유품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문) 그런데요, 북한에서 자기들이 알아서 이게 미군 유해다, 이렇게 보내온 게 있지 않습니까? 기록을 보면 1990년부터 1994년까지4백 구를 미국 측에 인도했다, 이렇게 돼 있는데, 그 유해 확인 작업에도 지금 참여하고 계신 건가요?
답) 그 유해 확인 작업을 제가 지금 담당하고 있구요. 저희가 북한에서부터 2백8개의 상자, 관 비슷하게 생긴 상자를 송환 받았습니다. 2백8명의 미군 실종, 전사자 유해다, 하고 북한에서 돌려줬기 때문에 저희가 그 이름을 K208이라고 붙였습니다.

문) 잠깐만요, 원래 4백 구를 받은 걸로 돼 있는데 그게 2백8구인가요?

답) 처음에 저희가 받았을 때는 상자 하나가 한 사람이다, 이렇게 해서 받아서 2백8구인 줄 알았는데 저희가 DNA 검사를 더 하다보니까 실제로는 2백8명보다 더 되는 걸로, 한 4백 명 정도 되는 걸로 보입니다.

문) 아, 원래 2백 여구를 보낸다고 보낸 건데 확인을 해 보니까 더 많았다, 이런 말씀이네요.

답) 네.

문) 북한이 왜 그랬을까요?

답) 제 생각에는 뼈라는 게 전문가들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한 사람 처럼 보일 수 있는 뼈도 잘 보면 여러 사람인 경우도 있고, 아마 그런 부분에서 약간 혼란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 그러면 그 중에서 지금 몇 구나 신원이 확인됐습니까?

답) 지금까지 K208에서 신원 확인 나온 수는 68구 입니다.

문) 68구요. 20년 동안 68구면 참 더디고 어려운 작업이다 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데요. 그렇게 일방적으로 보내 온 유해 중에는 혹시 동물의 뼈라든지, 소위 불순물이 섞여있는 경우는 없을까요?

답) K208같은 경우에는 동물 뼈가 섞여온 경우는 없구요. 불순물이 딱히 섞여온 적도 없습니다.

문) 그런 면에선 북측이 비교적 성실하게 협조를 한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답) 네.

문) 자, 이런 확인 작업들, 사실 유해를 아무리 많이 발굴해와도 개별 병사들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질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것 같은데요. 대조를 해 봐야되니까 말이죠. 6.25 참전 미군 병사들에 대한 그런 기록들은 잘 남아 있는 편인가요?

답) 네, 매우 잘 남아 있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실종된 미군이 정확히 몇 월 몇 일 날 어디서 실종됐는지,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생전 치과기록이나 모든 것들이 매우 자세하게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그런 기록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신원 확인이 가능한 것이죠.

문) 어려운 작업이지만 보람도 참 많으실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답) 저희 친가, 외가 모두 평안북도 출신이십니다. 그래서 6.25 전쟁 때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내려 오셨어요. 특히 저희 친가 쪽 같은 경우는 장진호 전투에서 후퇴하던 미군들 배에 오르셔서 같이 내려오신 경우기 때문에, 제가 감식하고 있는 유해들이 그 때 거기서 사망한 미군의 유해가 주를 이루거든요. 그래서 저에게는 더 의미있고 보람된 일입니다.

문) 예,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서 더 애착을 느끼실 수밖에 없는 가족사를 지니셨군요. 올해 북한에서 유해 발굴이 재개되면 진 박사께서도 또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안게 되실 것 같습니다. 오늘 여러 가지 설명 잘 들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7년 만에 재개될 미군 유해 발굴 작업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는 기획보도, 내일은 6.25 전쟁 이후 60년을 기다려온 전우와 유족들의 반응을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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