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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미-북 협상 올해 재개 어려워”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자료사진).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자료사진).

북한 핵 문제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새 헌법에서 핵 보유국임을 자처하는 한편 핵 억제력까지 강조하면서 핵 개발 의지를 거듭 다지고 있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풀리지 않는 북 핵 문제를 과거 미국과 한국 정부 관리들의 협상 경험을 토대로 재조명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 1기 당시 북 핵 협상을 이끌었던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진단을 들어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북한은 최근 새 헌법에서 핵 보유국임을 선언했구요,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특사 자격으로 북 핵 협상을 이끌었던 분으로 현재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부터 우선 말씀해 주시죠.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It’s somewhat serious but I don’t think it’s…”

답) 우선 북한이 새 헌법에 핵 보유국이라고 명기한 건 다소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놀랄 일도 아닙니다. 전 북한의 그런 주장을 내부선전용으로 봅니다. 수십년간 핵 개발에 매달려 왔고, 그나마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핵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도 물론 될 겁니다. 하지만 이 모두 북한이 반복해 사용해온 전형적인 수법 아니겠습니까?

문) 불과 수개월 전 미-북간 2.29합의를 통해 북 핵 문제가 협상 쪽으로 돌아설 기미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구요. 곧 이어 핵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놨습니다.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지, 또 이런 행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뭔지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I don’t know what direction North Korea is…”

답) 북한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긍정적인 방향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핵 계획은 핵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면서 동시에 미국으로부터 식량과 연료, 자금도 얻겠다, 이런 두 가지 목적을 다 노리고 2.29 합의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으로 하여금 2.29합의 결과를 성과로 발표하게 만들어 운신의 폭을 좁힌 뒤 그 상황을 이용해 보겠다, 이런 전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거기 말려들지 않았죠.

문) 미국이 북한과 핵 협상을 진행한 지 20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오랫동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오히려 북한이 2차례 핵실험을 하고 핵 보유국 선언까지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The price of taking this away had apparently…”

답) 실패의 원인은 북 핵 문제 해결의 대가가 너무 비쌌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 활동을 억제할 수 있었던 유일한 수단은 전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고려할 순 없었습니다. 너무나 비참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한이 옳은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는 대안을 택한 건데 우린 거기서 실패한 겁니다. 또 다른 실패 원인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김 주석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희망이 예견됐습니다. 그 직후 예정대로 김 주석과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이 만났다면 북 핵 문제는 다른 방향으로 풀렸을 겁니다. 가정이긴 합니다만, 한반도 문제 해결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시점이 바로 그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문) 2차 북 핵 위기로 이어진 2002년 당시 미-북 협상 과정에서 혹시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부분은 없습니까?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After the 3rd session of the six-party talks…”

답)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6자회담이 이미 세 차례 열린 후였습니다. 당시 미국과 한국, 북한 간 상당히 흥미있는 제안이 오갔고 추가 논의를 위해 후속 회담 일정을 잡았죠.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 참석을 거부해 버립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라 북한이 협상에 유리한 대선 결과를 기다리느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결국 1년 넘게 협상이 재개되지 못했고 모처럼 찾아온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린 게 안타깝습니다.
문) 그 흥미있는 제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었죠?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It was a step by step process of moving towards…”

답) 몇 년 뒤 9.19 공동성명으로 구체화됐던 제안들이 사실 그 때 오고 갔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밟아야 하는 조치들과 이에 상응하는 대가들, 적어도 북한이 원했던 대가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어떤 대가를 제공해도 북한이 핵을 포기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문) 지금 아쉬운 점으로 회고하신 건 북한 측 행동이구요. 미국의 협상 방식 가운데 혹시 아쉬운 점으로 남아 있는 건 없는지 질문 드린 겁니다.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I don’t regret what we did on the US side…”

답) 미국 대표단의 협상 방식 중에 아쉽게 생각하는 건 없습니다. 북한 측이 당시 추가 협상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게 아쉬울 뿐입니다.

문) 그런데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회고록 중에 주목할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2002년 켈리 차관보께서 방북했을 때 북측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을 인정하는 발언을 들었지만, 이걸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강경파가 언론에 누설해 버리는 바람에 북한과의 추가 협상 가능성이 차단됐다, 이런 내용인데요. 사실입니까?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I can’t tell you whether the particular things that…”

답) 라이스 전 장관이 묘사한 부분에 대해 일일이 맞다, 틀리다 말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당시 행정부 내에 북한과의 어떤 협상도 소용없으며,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여럿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대안 역시 별로 효과적인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중국이 북 핵 문제를 해결하게끔 하자, 그런 식의 제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중국이 북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없어 보이니까요. 어쨌든 2002년 9월 북한과의 협상 전망은 좋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인정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을 때 저는 중국, 한국, 일본, 미 의회에 정황을 보고하던 중이었습니다. 워낙 엄청난 사안이라 바깥에 알려지지 않을 수 없었죠.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도 상당히 격한 반응을 보였구요. 따라서 전 당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인정 사실이 흘러나간 게 북한과의 추가 협상 가능성을 특별히 더 막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문) 지난 해 10월에 북한의 붕괴에 대비하지 않으면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셨거든요. 어떤 맥락으로 이해해야 할까요?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South Korea, the US, Japan, for that matter…”

답)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모두 북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겁니다. 정말 불안정한 정권이니까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북한이 그 체제 아래서 놀라울 정도의 생존 능력도 보여줬습니다. 전 북한의 붕괴를 예견한 적도 없고 지금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가능성은 있는 것이고 언젠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문)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그 동안 물밑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의 접촉은 계속돼 왔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 상황은 꽉 막혀있는 듯 보입니다만, 미국과 북한 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 어느 정도나 된다고 보시나요?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I think I’m very doubtful that there’s any…”

답) 가까운 시일 내에 미-북 간 협상이 다시 열리긴 힘들 것으로 봅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우선 지난 4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협상 분위기를 훼손시켰습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대통령 선거전에 들어섰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협상을 하는 그림이 오바마 대통령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인만큼, 협상이 곧 재개되긴 어려울 겁니다. 북한 역시 과거 미국의 대통령 선거 시기엔 늘 협상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차기 정권과 협상하는 것이 유리할 걸로 기대하고 말입니다. 결국 별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죠.

문) 과거 중요한 북 핵 협상에 참여한 당사자로서 현재 북 핵 문제를 다루는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요?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The lesson is to be patient, to always be…”

답) 첫 번째 인내심을 가지라는 게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입니다.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북한 내부 변화를 늘 시험해 보라는 뜻입니다. 달라진 조건을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동맹국들과 언제나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겁니다. 이 문제는 결국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미국이 한국 정부와 다른 정책을 갖는 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중국과 일본이 긍정적으로 북 핵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이런 조언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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