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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우 한국 통일연구원장] “국민 통일 홍보에 역점 둘 것”


문) 먼저 통일연구원장이 되신 걸 축하 드립니다. 취임하신 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는데 소감을 한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답) 성경 말씀에도 ‘한밤중에 도둑은 갑자기 찾아온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통일 문제도 사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올 수가 있는데, 그런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 시기적으로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시기에 통일연구원장을 맡게 되어 시대적 사명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문) 통일연구원은 통일정책 수립을 위한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데요. 청취자 분들을 위해서 통일연구원이 어떤 곳이고, 또 김 원장님께서 품고 계신 통일방향은 무엇인지 소개해 주죠?

답) 통일연구원은 업무적으로는 통일부 업무와 가장 연관이 있고요. 그러나 행정적으로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배속되어 있습니다. 박사 급 30여 명을 포함해 전체 100여 명 정도가 근무하는 국책연구소이고요. 저희들이 하는 일은 당연히 통일정책을 연구하는 곳입니다만, 부수적인 업무도 많습니다. 통일로 가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 예를 들어 남북협력관계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북한 자체에 대한 기초연구, 북한의 정치•사회•군사문제를 연구해서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일도 하고 있고요. 북한과 통일에 관련한 많은 자료를 생산하고, 정책을 수립해서 정부에 제시하기도 하고, 건의하기도 하고, 또 국민들에게 홍보하기도 하는 연구기관입니다.

문) 연구결과도 그렇고 보고서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정기보고서도 있고요, 수시로 보고하는 수시보고서도 있고요. 연구원들이 학자로서의 소양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지속하는 기초연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 통일정책 수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 원장님께서 개인적으로 갖고 계신 통일정책 방향에 대해서 한 번 더 여쭤보겠습니다.

답) 북한의 이중성을 직시하면 큰 방향에서 혼란은 없다고 봅니다. 북한이라고 하는 존재는 우리에게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죠. 하나는 동족의 얼굴입니다. 동족이고, 통일의 파트너인 것이죠. 그러나 동시에 북한은 도발을 일으킬 수도 있고, 우리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안보위협이기도 하죠. 북한이 이 두 개의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도 두 개의 얼굴을 함께 직시하고 동시에 대응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동족의 모습을 쳐다보면서 ‘화해•협력’이라는 수레바퀴를 돌려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 과정은 통일의 그 날까지 지속되어야 할 겁니다. 동시에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는 ‘안보’라는 수레바퀴, 이 두 개의 수레바퀴가 나란히 굴러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이고, 그것이 곧 통일정책의 기반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저희 통일연구원은 균형감각을 갖고 북한의 양쪽 얼굴을 모두 보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연구를 하겠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요. 통일정책에 대해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시중에 나오는 북한 급변사태와 같은 것은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닙니다. 북한 급변사태는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북한에서 발생하는 경우만을 얘기하는 것이고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또는 통일정책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남북간 충돌을 피하고 북한의 지도자들에게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을 열어주면서 서서히 북한을 변화시켜 나가는, 그런 정책을 펴야 합니다. 또 이를 통해 남북이 서로 가까워지고, 동화되는 것이 곧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는 하되, 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급변사태는 대비할 뿐이지 추구할 대상은 아닙니다.

문) 그리고 통일연구원장을 맡게 되신 앞으로 3년 간 특별히 역점을 두고 계신 사업이 있으신가요?

답)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연구를 많이 해왔고, 글로 써내는 작업도 많이 했습니다만 이제는 시대적으로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가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통일의 가치에 대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돈이 많이 드는 통일은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통일이라는 것은 무한한 가치를 가진 하나의 목적인데, 통일의 기회를 우리가 거부할 이유는 없는 것이죠. 통일의 가치에 대한 국민홍보에 역점을 둘 생각이고요. 열심히 연구하는 일은 언제나 하는 것이지만, 연구 결과물을 갖고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서 통일의 가치를 홍보하고 바람직한 여론을 선도하는 것에 역점을 두어볼까 생각합니다.

문)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계속 ‘균형잡힌 시각’을 강조하셨는데, 사실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꽉 막혀있거든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답) 지금 이명박 정부가 취하고 있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 기조’는 옳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과거 정부의 정책처럼 무조건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유화정책은 실시할 때는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북한이 우리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개방적으로 나아왔다면, 아마 대성공으로 평가 받았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악용했습니다. 우리가 북한에 많은 지원을 제공하던 시기에도 뒤로는 군사력을 오히려 증강했고, 또 주민들이 가난 속에 허덕이는 중에도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등 활용 당한 측면이 많이 있었죠. 그래서 그 정책은 곤란하다는 것이 판명되었고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극단인 적대시 정책을 취할 수 있냐 하면, 사실 이것은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대북정책이거든요? 이것은 동족이라고 하는 북한의 얼굴을 무시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이 또한 맞지 않습니다. 그 중간 선에 있는 것이 사실 ‘접촉유지 정책’, ‘Engagement Policy’인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취하고 있는 기조가 바로 이런 맥락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하고, 북한은 남한이 원하는 원칙이 무엇인가를 판단해서 이것이 인류보편적이고 타당한 원칙이라면 북한도 이것을 들어주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남북한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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