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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리즈 5]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 “김정일 사후에도 핵 문제 지속될 것”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자료사진)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자료사진)

'미국의 소리'방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상황에 대한 전직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과의 대담 시리즈를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섯 번째 순서로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입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전임 부시 대통령 집권 1기 시절인 지난 2002년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켈리 전 차관보님, 안녕하십니까. 우선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체제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십니까?

답)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이 주도하는 섭정체제의 도움을 받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러면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고 있구요. 하지만 김정은이 군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지, 혹은 앞으로라도 그가 군부나 당을 장악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습니다. 현재로선 북한 스스로조차 예측하기 힘들 겁니다.

문) 그동안 김정은이 후계 수업을 제대로 밟을 시간이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이 권력승계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나요?

답) 1994년 김일성 사후를 떠올려 보세요. 후계 과정을 착실히 거친 김정일조차 군부를 장악하는 데 수 년이 걸리지 않았습니까? 군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말이죠. 김정은도 같은 상황에 처할지 아니면 더 긴 과도기를 거칠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북측이 이렇게 급히 김정은 띄우기에 나서는 걸까요? 전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김정일의 장례를 치르기도 전에 많은 곳에서 김정은의 이름을 부각시키는 건 내부에 반대세력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거죠.

문) 그런 걸림돌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이 도발적 행동으로 권력을 과시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답)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1백 번째 생일을 맞는 해이자 강성대국을 열겠다고 주장한 2012년이 다가왔으니까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의 강경 대응 입장을 확인한 북한으로서는 사상자를 내지 않으면서도 관심을 끌만한 군사 도발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 한 차례의 핵실험이라든지 미사일 시험발사, 또는 핵탄두 미사일을 과시하는 방식 말이죠. 미국과 한국, 일본이 서로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 핵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셨는데요. 북한 권력의 이동이 핵 문제 해결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이시군요.

답) 북한의 정권교체가 물론 핵 문제 종료를 의미하는 건 아니죠. 김정은이 아버지가 추진해 온 정책을 당분간 그대로 밀고 나갈테니까요. 따라서 경수로 건설,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문) 그럴 가능성을 미국이 물론 우려하고 있을 텐데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미국 정부가 지금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까?

답) 미국은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당장 어떤 행동에 나서긴 힘들기 때문에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할 때입니다. 흥미로운 건 북한의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진행될수록 심각한 사건이 터질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북한이 불안정 상황에 빠지면 핵무기나 핵심부품 등이 테러단체 등의 수중으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미국 뿐아니라 중국에게도 우려스런 상황입니다. 따라서 북한과 접촉의 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문) 북한 권력의 변화가 미국에겐 드문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미국과 북한이 새롭고 전향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입니다.

답)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북한의 새 지도부가 중국식 경제개혁 방향으로 움직일 여지가 남아 있긴 합니다. 그럴 경우엔 북한은 좋은 기회를 맞겠죠.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차단하고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국가보위와 국방을 내세우는 선군정치와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런 선군정치에 변화가 시작된다면 북한에 다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겁니다.

문) 미-북 관계를 다소 어둡게 전망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럼 최근 미국과 북한이 핵과 식량 지원을 협상 카드로 다시 꺼내들었던 건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답) 미국과 북한이 다시 협상 국면으로 들어갔던 건 맞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식량 지원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식량이 군부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분배감시 체계가 잘 이뤄진다면 그건 분명히 진전인 거죠. 하지만 김 위원장의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북한이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이니까 지켜 봐야죠.

문) 중국도 내부 권력의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잠재적 불안정성을 지켜보고 있는 중국 당국의 우려는 뭘까요?

답) 중국은 늘 북한의 안정을 우선순위에 둬 왔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의 권력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길 바랄 거구요. 하지만 중국 학계와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이런 논리에 대한 의문이 자주 제기돼 왔다는 점 역시 눈여겨 봐야 합니다. 따라서 중국도 지금 북한에서 권력 승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주시하고 있는 겁니다.

문) 지금까지 말씀을 들어보니까 결국은 주의깊게 상황을 지켜보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는 쪽으로 모아지는 군요.

답) 예. 그게 답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간단한 해결책을 기대하지만, 북한의 상황은 이미 김정일 시대 이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건 남북한 간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에겐 특히 복잡한 숙제입니다.

)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와의 인터뷰를 보내드렸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내 드리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상황에 대한 미국 정부 전직 고위 관리들과의 인터뷰 시리즈, 내일은 지난 1994년 미-북 간 기본합의를 이끌어 냈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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