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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양서 영어 가르친 호주 교수 “북, 원어민 수업 큰 관심”


북한은 2000년대 초부터 서방국가들에서 원어민 영어 교사들을 초청하고 있습니다. 원어민 교수들은 북한 학생들이 영어 수업에 큰 관심과 열의를 보인다고 전하고 있는데요. 평양 금성학원과 금성 제1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의 스튜어트 로운 역사학 교수로부터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입니다.

문) 스튜어트 로운 교수님. 2010년부터 평양 금성학원과 금성 제1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 오셨는데요. 올해도 5월과 11월에 방문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시나요?

답) 그 곳의 선생님들은 제가 북한의 영어교과서를 사용하길 바랬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선생님들 스스로가 교과서를 사용해서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고, 저는 원어민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말하기와 듣기 실력을 늘리고 싶었습니다. 저희의 절충안은 북한의 영어교과서를 학생들에게 짧게 읽게 하고 그 내용에 관해 제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문) 그러한 방식의 수업이 잘 진행됐나요?

답) 학생들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수업 진행은 매우 쉬웠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13살에서 15살 소년, 소녀를 가르치는데, 제가 지난 20년간 일본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만난 학생들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자신감도 있고 영어실력도 매우 좋죠. 어떨 때는 학생들의 대화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제가 영국이나 호주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으로 착각할 때도 있습니다.

문) 금성학원과 금성 제1중학교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호주의 인민학교 학생 수준으로 봐도 될까요?

답) 한 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능력에 비춰 볼 때 최소한 인민학교 수준으로 볼 수 있죠. 이는 매우 놀라운 것입니다. 왜냐면 북한 학생들은 제가 알기로는 학교 밖에서 영어를 연습할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 TV에서도 영어로 된 방송을 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의 영어 수업도 교과서를 읽고 문제에 답하는 형식이지 자유롭게 대화하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학생들의 실력에 매우 감탄했습니다.

문) 수업을 어떻게 재미있게 진행하시나요?

답) 저는 학생들에게 농담, 우스갯 소리를 많이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북한의 농담책을 사서 재미있는 것을 골라서 한국어로 친구들에게 읽어 준 뒤 영어로 번역해서 제게 말해줬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격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미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 외국 만화책도 학생들에게 보여주신다고요.

답) 미국의 심슨가족 만화책을 북한에 가지고 갔습니다. 미국 만화의 색감과 형식을 보여주고 싶었는데요. 북한 선생님들도 만화책일 뿐인데 당연히 보여줘도 된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심슨 엄마의 머리카락이 독특한 것도 알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학생들에게 실제로 보여준 것은 벨기에 만화 땡땡(tintin)입니다. 땡땡의 내용 중에는 우주여행에 관한 것도 있는데, 저희 학생들은 우주과학, 선사시대 동물 등 신비스러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탐정소설을 제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셜록 홈스나 루팽, 미국의 고전 탐정소설들을 읽는다고 해요.

문) 북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적극적인가요?

답) 학생들이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고요, 우리는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매우 수줍어하는 학생들도 있지만요. 특히 남학생들은 매우 적극적이고 지식에 목말라 합니다. 일생에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지식을 흡수하는데, 교사 입장으로는 천국이라고 할 수 있죠.

문) 북한 영어교사들의 실력은 어떤가요?

답) 제가 아는 평양의 선생님들은 매우 실력이 좋아요. 어떤 선생님들은 북한을 한번도 떠난 적이 없는데도 완전무결한 영어를 구사하죠. 제가 말할 때 실수를 잡아낼 때도 있어요. 문법적으로 틀린 것이 아니냐는 거죠. 그러면 설명을 해줍니다. 일상 대화에서는 사람들이 문법에 안 맞아도 이렇게 말하곤 한다고요.

문) 교사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겠죠?

답) 제가 학교를 제일 처음 방문했을 때 학교 이사와 선생님들이 제게 말하길, 다시 이곳에 돌아올 때 당신이 선물을 갖고 온다면 우리가 원하는 단 한가지는 영국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브리태니커 사전이 없으면 미국의 백과사전이라도 좋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저는 알판으로 브리태니커 사전을 가져다 주었는데, 6개월 후에 가보니까 너무 열심히 봐서 알판에 흠집이 나고 더 이상 쓸 수가 없더라고요. 오는 5월에 방문할 때 다시 기부할 예정입니다.

문) 북한에서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1백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학생들도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많이 쓰나요?

답) 호주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교실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여학생들, 15살 16살 된 여학생들은 운동장에 나가서 휴대전화를 쓰는 모습을 봅니다. 어린 여학생들이나 남학생들은 필요 없다면서 학교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지 않고요.

문) 스튜어트 로운 교수님, 북한에서의 경험을 담아 ‘북한의 학창 시절: 교실 안에서 본 북한’이라는 책을 곧 출판하실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평양 금성학원과 금성 제1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 스튜어트 로운 교수와의 인터뷰를 보내드렸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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