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김대중 대통령/SOUND EFFECT]”공동성명에 대해 완전히 합의를 봤습니다. 여러분 축하해 주십시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6.15 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은 과거 50년간 대결과 반목을 거듭하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바꿔 놓으려는 역사적인 시도였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협력 강화, 그리고 정례적인 남북대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6.15공동선언을 통해 통일의 초석을 다지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6.15 공동선언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입니다. 현재 남북관계는 최악의 대립 상태에 있고, 북한은 남북관계가 이렇게 된 것은 모두 한국 이명박 정부 탓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6.15 선언이 사문화된 데는 북한 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입니다.
[녹취: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THEY BROKE, NEVER RETURN TO SOUTH KOREA…
김정일 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신변안전’을 이유로 끝내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남북 화해와 협력을 골자로 하는 6.15 선언은 2003년 한국에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그 기조가 유지됐습니다. 예를 들어, 2005년에는 개성공단이 본격 가동됐고, 그 2년 뒤에는 경의선 철도 운행도 시작됐습니다. 또 남북교역도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2006년에 이어 2009년 실시된 북한의 핵실험은 남북관계 개선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그레그 전 대사는 밝혔습니다.
[녹취: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THAT’S THE CASE..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금강산에서 남한 관광객이 피격된 사건과 북한 내부적 요인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 TAKING VERY PARANOID…
지난 2008년7월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한국의 50대 여성 박왕자 씨가 북한 군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한국 정부는 북한에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시켰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2년 전에 발생한 북한의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특히 연평도 포격 사건 다음에는 남한에서는 보수 진영은 물론 지식인들도 북한을 신뢰할 수 없게 됐고 이것이 6.15 선언을 사문화한 동기겠죠.”
북한의 천안함 공격 이후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교류를 중단하는 내용의 대북 5.24조치를 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대북 자금줄이 막힌 것을 남북관계가 악화된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다시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의 말입니다.
[녹취: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6.15 공동선언 자체가 현대를 통해 4억5천만 달러가 들어간 것 아닙니까. 그 뒤로도 노무현 정부 때도 현찰이 들어갔고, 그 것 때문에 북측도 6.15 선언을 귀중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6.15 공동선언이 되살아나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대남 도발이 중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