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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일연구원 홍우택 박사] “남-북-러 가스관 건설사업 신중해야”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관 건설사업에 대해 한국 내에선 신중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우택 박사는 ‘남-북-러 가스관 건설사업의 셈 방식’이라는 글을 통해 이 사업이 조급하게 추진될 경우의 위험성을 지적했는데요, 홍 박사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문) 지난 달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로 해서 가스관 건설 방안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데, 사실 남북 관계가 상당히 경색된 상태고요. 이런 상황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 특히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좌담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위기였는데요, 이런 배경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답) 가스관 사업에 관한 얘기가 최근에 부각된 것은 맞는 얘기지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시기는 잘 모르겠지만, 오래 전부터 가스관 연결, 혹은 철도 연결과 같은 사업 얘기가 있어 왔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이런 사업 얘기가 흘러나왔을 당시에도 남북 관계의 좋고 나쁨과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남북 관계과 경색된 현재 시점에 그런 얘기가 흘러나온다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 경제 관계를 통해 정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나 인식이 가스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문) 경제성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경제적으로는 세 나라 모두 이점이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우려도 있거든요? 러시아와 한국의 중간에 위치한 북한이 가스관을 막아버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걱정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답) 제가 보기에 그러한 우려라고 할까요, 걱정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은 매우 현실적인 우려라고 보고 있습니다. 재미 있는 건 가스관 공사를 옹호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가 그러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옹호하는 쪽은 비록 북한에 의해 가스 공급이 중단된다 할 지라도 가스관 연결로 다른 부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그 부대 효과보다는 가스관 연결 중단이라는 자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가스관을 북한이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문) 사실 최근에 저희가 보는 금강산 관광 사례도 있고, 실제로 남북 관계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협력이 중단된 사례들이 있었죠?

답) 네, 아주 많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죠.

문) 그렇다면, 북한이 가스관을 막아버리는 데 대한 우려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영향력이 있는 나라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가스관을 쉽게 막아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거든요? 어떻게 보시나요?

답)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러시아가 갖고 있는 북한 통제 능력은 전무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가스관 사업에 성사돼 가스 통과료를 현금으로든 가스로든 지급한다고 해도, 통제력을 갖추기에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체제 자체가 가스관 수입 존재 여부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북한 체제 자체의 생존 여부와는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러시아가 북한에 주요 군사물자를 공급하는 국가라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사태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문) 과거에도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이 중단됐었고, 이에 따라 유럽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가 있었죠?

답) 네, 그렇습니다.

문) 그런데 그런 우려에 대해서요, 최근 이명박 한국 대통령은 좌담회에서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이 중단됐을 때 러시아가 책임을 지고 같은 가격으로 해상으로 운송하는 방안을 언급했었고, 현재 그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그런 방안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보십니까?

답) 그러한 방식으로 가스관 공사를 반대하는 여론을 잠재울 수는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가스관이 연결된 후에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분명한 한 가지는 왜 이런 불편함을 무릅쓰고 가스관 공사를 했느냐는 비판이 틀림없이 나올 것이라는 겁니다. 이 때 이런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제가 볼 때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문) 실질적으로 궁금한 부분이 가스관을 통한 공급이 중단됐을 때, 해상 운송으로 확실하게 대체할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텐데요?

답) 대체는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현재 가스를 해상으로 운송할 수 있다고 봤을 때, 굳이 그런 불편함을 끌어안고서 가스관 공사를 한다는 타당성이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 박사님 말씀은 가스관 사업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남북 관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거군요?

답) 그렇죠. 저의 기본적인 생각은 정치적인 신뢰 회복이 먼저라고 봅니다. 이런 정치적 신뢰 회복은 남북 관계를 떠나서 다른 모든 국가들 간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특히 남북 관계에 있어 정치적 문제는 제가 볼 때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 남북간 신뢰 정도는 매우 낮은 게 사실이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남한과 북한 모두가 상대방을 향해서 생존을 위한 대결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죠. 북한의 경우 더 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하는 것은 경제 관계를 통해 정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인데, 예를 들어 스마트 파워의 중요성을 지적한 조셉 나이 교수 조차도 정치적 틀에 의해 경제적 관계가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는 게 사실이고요. 아마 이것이 남북 관계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 하지만 아무튼 경제로 정치를 바꿔 보려는 접근은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답) 네, 그렇죠.

지금까지 한국 통일연구원 홍우택 박사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건설사업에 대한 얘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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