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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각 '정치 신인'· 백인 남성 위주로 채워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구성한 새 정부 첫 내각과 백악관 주요인사. 윗줄 왼쪽부터 일레인 차오(교통), 라이언 징키(내무), 벳시 디보스(교육), 톰 프라이스(보건). 아랫줄 왼쪽부터 렉스 틸러슨(국무), 벤 카슨(주택), 제프 매티스(국방), 마이클 플린(안보보좌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구성한 새 정부 첫 내각과 백악관 주요인사. 윗줄 왼쪽부터 일레인 차오(교통), 라이언 징키(내무), 벳시 디보스(교육), 톰 프라이스(보건). 아랫줄 왼쪽부터 렉스 틸러슨(국무), 벤 카슨(주택), 제프 매티스(국방), 마이클 플린(안보보좌관).

VOA한국어 방송이 전해드리는 미국 제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특집방송, 앞으로 4년간 새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책임지게 될 내각의 새로운 얼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박영서 기자 나와있습니다.

진행자) 자, 먼저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팀부터 들여다볼까요?

오) 네, 국무부와 국방부, 국토안보부가 미국의 외교와 안보를 책임지는 행정부내 3대 부서인데요.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발탁된 렉스 틸러슨은 세계적인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의 전 최고 경영자(CEO)입니다. 엑손모빌에서 약 10년간 CEO로 재임하다 국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는데요. 40년간 엑손모빌에서 근무하며 쌓은 풍부한 국제 경험과 탁월한 협상력을 인정받는 성공한 사업가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수장인 국무장관 자리에 외교 행정 경험이 전무한 친 러시아 성향의 재벌 기업인을 발탁한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박)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 사령관은 올해 66살인데요. 40년 넘게 해병대에서 잔뼈가 굵은, 해병대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기도 합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자신은 해병대와 결혼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미친개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공격적인 성향도 갖고 있지만, 강직한 성품과 지휘관으로서의 탁월한 능력,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가 많아 동료, 선후배의 존경을 받은 사령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 미국민의 안전과 주요국가시설 보호, 테러 공격 예방이라는 중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존 켈리 전 남부군 사령관이 기용됐습니다. 켈리 장군 역시 매티스 장군처럼 해병대에서 40년 넘게 몸담으면서 숱한 무용담과 일화를 만들어냈는데요. 해병대 중위였던 아들을 아프간 전장에서 잃는 아픈 개인사도 갖고 있습니다. 켈리 지명자는 현역 장군 시절에 이미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미국과 멕시코 간에 국경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자, 이번에는 새 행정부의 경제팀 살펴볼까요? 나라 살림을 책임질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에는 누가 발탁됐습니까?

박) 네, 미국의 대형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의 금융인, 스티븐 므누친입니다. 므누친 역시 여러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처럼 공직 경험은 전혀 없는데요. 하지만 세계 정상급 금융인으로서 트럼프 새 대통령의 경제 구상에 이바지했다고 측근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 재무부가 나라의 살림을 관장하는 부처라면 상무부는 대외 무역과 통상을 담당하는 부처인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상무장관에는 역시 미국의 금융 중심지인 월가 출신의 재벌 금융인, 윌버 로스가 발탁됐습니다. 역시 공직 경험은 전혀 없습니다. 윌버 로스는 부실기업을 싼 값에 인수해 구조 조정을 한 뒤에 되파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내 ‘파산의 왕’,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명도 갖고 있는데요. 많은 월가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성향이 트럼프 신임 대통령의 강력한 신뢰를 얻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박) 노동부 장관에는 패스트기업 ’CKE 레스토랑’의 최고 경영자 앤드루 퍼즈더가 발탁됐는데요. 변호사 출신의 퍼즈더는 최저임금인상과 초과근무수당 적용 대상 확대에 반대하고 있어 노동단체들과의 마찰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 행정부 부서는 모두 15개인데요. 계속해서 나머지 부서 책임자로 발탁된 인물들, 살펴보도록 할까요?

오) 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내무장관에는 몬태나주 출신의 라이언 징키 하원의원이 발탁됐는데요. 지난 2015년부터 연방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2선 의원으로서,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미 해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실(SEAL)에서 복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법무장관에는 제프 세션스 앨라배마 출신 연방 상원의원이 낙점됐는데요. 강경보수파로, 과거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연방판사 인준에서 탈락한 적도 있습니다. 법무장관에 지명된 후에도 상원 인준에 앞서 전국 170여 개 법률전문대학원의 1천여 명이 넘는 교수들이 상원 법사위원회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반대가 많았습니다.

박) 교육부 장관에는 억만장자 교육 운동가 벳시 디보스가 발탁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각료 15명 가운데 여성은 단 2명인데요, 그 중 한 명입니다. 평소 공립학교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교육 운동가지만 학창 시절 내내 사립 학교에 다니고 전통적인 공립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공교육 옹호론자들의 우려와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보건후생부 장관에는 정형외과 의사 출신의 톰 프라이스 연방하원의원이 발탁됐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개혁법을 초창기부터 강력히 비판해 트럼프 새 대통령의 눈에 일찌감치 들었다는 후문입니다.

오) 에너지부 장관은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가 낙점 받았는데요. 2012년과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두 번 다 중도 하차했고요. 특히 지난 2012년 경선 때는 상무부와 교육부, 에너지부 등 3개 부서 폐지를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부 장관으로 발탁돼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박)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에 발탁된 벤 카슨은 세계 최초로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한 저명한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입니다. 지난 대선 때 공화당 경선에 출마해, 한때는 선두를 달리며 대망을 꿈꾸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경선 과정이 이어지면서 지지율이 하락해 중도 포기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일한 흑인이고요. 교통부 장관에 낙점된 일레인 차오는 타이완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이민자 출신입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역임한 중견 정치인이고요.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부인이기도 합니다.

오) 재향군인들의 복지 등을 책임지는 보훈부 장관에는 데이비드 설킨 전 보훈부 차관이 발탁됐습니다. 원래 내과의사 출신인데요.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2015년에 보훈부 차관으로 임명한 인물인데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장관으로 발탁됐습니다. 미국 보건 분야의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어 궁금증을 자아냈던 농무장관 직은 취임식 전날에야 채워졌는데요. 소니 퍼듀 전 조지아 주지사가 발탁됐습니다. 수의사 출신의 퍼듀 전 주지사는 농업이 주 산업인 조지아 주의 상원의원과 조지아 주 주지사를 역임한 중견 정치인으로, 무난한 인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자, 이렇게 해서 15명의 각료들의 면면을 대강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트럼프 내각의 특징을 한번 짚어볼까요?

박) 네, 트럼프 행정부 장관 지명자 15명 중 13명이 백인이고요. 흑인 1명, 아시아계가 1명입니다. 앞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여성은 2명에 불과하고요. 중남미계, 히스패닉 장관은 1명도 없어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히스패닉 각료를 포함하는 전통은 깨졌습니다. 특히 국무· 국방 ·법무· 재무 등 4대 핵심 요직은 모두 백인 남성들로 꾸려졌는데요. 이는 1989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렇게 백인 남성 위주로 꾸려지긴 했지만 정책과 현안에 대해 저마다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트럼프 신임 대통령이 정부를 이끌어나갈 때 자칫 삐걱거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 또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전문가들, 워싱턴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비주류들이 많다는 점도 트럼프 내각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또 대부분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들로 동성결혼 반대, 정부의 낙태지원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 어느 내각보다 부자들로 채워졌는데요. 현재 장관급 17명의 재산이 약 100억 달러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체 미국 가구의 3분의 1, 4천300만 빈곤층 가정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합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각료 대부분이 이 시각 현재 대부분 상원의 인준을 받지 못해 일단은 반쪽짜리 내각으로 출범하게 됐습니다.

트럼프 취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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