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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세운 미래학교, 첫 졸업생 배출


개교 당시 일종의 ‘대안 학교’로 주목을 받았던 미국의 한 고등학교가 첫 졸업생을 배출해 다시 한번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무선통신과 정보기술 기반을 갖추고 차별화된 교실 환경을 제공해 왔는데요. 학교의 그런 전략이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 학교 이름부터 특이하네요. ‘미래의 학교’, 모든 게 첨단이다, 그런 뜻으로 들려요.

답) 그렇게 봐도 좋습니다. 이 학교를 세운 주체가 누군지 알면 더 확실해 지는데요. 바로 정보기술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회사죠,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운 첫 학교가 바로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이 ‘미래의 학교’입니다.

) 역시 그렇군요. 마이크로소프트가 교육 사업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으니까요.

답) 그런데 그 투자라는 개념을 좀 명확히 해야 하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첨단의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돈을 많이 들였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들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런 거 아닌가요?) 예. 그건 오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학교를 세우는데 돈을 들인 게 아니구요. 바로 전문성을 제공했습니다.

) 전문성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답) 한마디로 전반적인 교육환경을 마련해 줬습니다. 특히 첨단 정보통신망을 구축해 준 점이 가장 눈에 띕니다. 학교 설립 당시 필라델피아 교육감이 했던 얘길 들어 보시죠.

“This wasn’t about Microsoft’s money…”

마이크로소프트가 학교 건물과 교실 설계에서부터 첨단기술 운용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기술적 자문을 해 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학교 설립과 운영에 들어가는 돈은 모두 필라델피아 교육청의 몫이구요.

) 첨단기술이라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활용한다는 얘기죠?

답) 우선 전교생에게 휴대용 컴퓨터가 지급되구요. 학교 어디서나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학생들이 컴퓨터를 집에 가지고 가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과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구요. 대신 기존의 공책과 교과서는 완전히 없애 버렸습니다. 따라서 교실 환경도 완전히 다릅니다. 교사는 전자칠판과 컴퓨터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니까요.

) 학교 외관을 봤는데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더군요. 학교라기 보다는 연구소 분위기가 나던데요.

답) 그렇죠? 초록색 지붕에 하얀색 건물부터 현대적입니다. 복도 마다 조명이 환하구요. 그런데 대조적으로 학교 주변은 완전히 빈민가입니다. 그 말은 곧 학생들 역시 대부분 어려운 가정 출신이라는 겁니다. 모두 추첨에 의해 배정되니까 시험을 치고 입학한 학생도 아니구요.

) 그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존 교과 과정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교육을 실시한다, 그런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교육의 초점은 역시 정보기술 관련 과목들입니다. 성적표도 기존의 학점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을 문장으로 기술하는 방식이구요.

) 듣기엔 뭔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과연 그런 교육 방식이 효과적인가, 그건 또 별개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답) 사실 그 부분이 좀 논란거리이기도 합니다. 특히 첫 졸업생들을 배출한 만큼 이들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가 이 학교 교육의 수준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결과는 좀 실망스럽습니다.

) 객관적인 지표가 있나요?

답) 지난 해 처음으로 이 학교 학생들의 평균 학업성취도를 측정했는데요, 11학년 재학생 가운데 우수평가를 받은 학생 비율이 수학은 7.5%, 영어는 23.4%에 불과했습니다. 절반이 넘는 학생들의 성적이 기준 미달이었다는 겁니다.

) 좀 의외네요. 첨단기술 교육 위주의 교과 과정의 맹점이라고 봐야 되나요? 일단 다른 학교 학생들과 배우는 내용이 다르잖아요.

답) 그런 불만을 가진 학부모와 교사들의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고급 기술 관련 교육에 치우친 나머지 기본적인 교과 과정을 등한시 한다는 지적입니다. 일반 학생들이 배워야 할 기본적인 교양과목들은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는 거죠. 서서히 이런 교육 방법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학교 당국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나요?

답)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학교 성적이 학생들의 모든 능력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단기적인 지표에 연연하지 말고 보다 멀리 봐야 한다, 이런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학교의 설립 목적이기도 합니다.

)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건데 이번에 졸업한 학생들, 진로는 대체적으로 어떻습니까?

답) 그 부분은 고무적입니다. 이번에 졸업한 학생들 모두 일반 대학이나 초급대학에 진학했다고 합니다. 학생들 중에는 이 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대학 진학 생각이 없었는데 그동안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는 학생도 있다고 합니다.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고 창의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둔 이 ‘미래의 학교’ 교육이 대학 진학률 면에서는 나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전혀 새로운 교육 방식을 택했던 이 ‘미래의 학교’가 어떤 학생들을 배출할 것인가, 상당히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과연 어떤 것이 가장 완벽한 교육 환경인가에 대한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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