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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FTA 발효, 향후 전망


미-한 자유무역협정의 내용과 예상 효과를 살펴보겠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문) 미-한 자유무역협정이 결국 발효됐는데, 협정이 체결된 지 거의 5년만이죠?

답) 네, 미국과 한국이 지난 2007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발효는 4년 10개월만에 이뤄졌습니다. 두 나라 모두 국내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비준이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 해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먼저 미국 의회에서 협정 이행법안이 통과됐고, 한 달 반 뒤에는 한국 국회에서도 비준안이 통과됐습니다. 그 뒤 두 나라는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는 데 필요한 국내법적인 절차를 모두 끝내고 이를 상대방에 공식 통보해서 발효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문) 미-한 자유무역협정, 말 그대로 무역을 자유화하자는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답) 두 나라 사이의 경제적 장벽을 없애서 무역 뿐만 아니라 투자와 인적 교류도 자유롭게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일정기간에 걸쳐 산업별로 관세를 없애기로 했는데요, 공산품과 농수산물, 의약품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됩니다. 통관 절차를 간소화해서 제도적인 무역장벽도 낮춰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 국민들이 상대방 국가에서 차별대우 없이 기업활동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보장했습니다. 이렇게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기로 해도 제도를 시행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요, 여기에 대비해서 분쟁해결 절차도 마련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 이외의 제3국이 엉뚱하게 혜택을 입을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원산지 규정도 철저하게 했습니다.

문) 원산지 규정과 관련해서, 북한에서 만든 한국 제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논란이 됐죠?
답) 네. 개성공단이 대표적인 예일 텐데요, 한국 기업들이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에 자유무역협정이 적용되는지가 뜨거운 논란거리였습니다. 한국은 개성공단 제품도 관세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미국은 여기에 난색을 표했는데요, 결국 역외가공지역 조항을 넣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습니다. 개성공단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역외가공지역, 여기에는 북한도 포함되겠죠, 이 역외가공지역에서 만든 제품도 무역 혜택을 받을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겁니다.

문) 그러니까 조건을 달았다는 얘기가 될텐데요. 개성공단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합니까?

답) 넘어야 할 산이 굉장히 많습니다. 협정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나면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가 설립될 수 있는데요, 이 위원회에서 엄격한 심사가 이뤄집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 남북관계, 그리고 역외가공지역의 임금, 경영 실태, 환경과 노동기준, 이런 게 다 고려대상입니다. 이런 심사기준을 다 통과하더라도 미국과 한국의 입법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문) 미국과 한국 간 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궁금합니다. 먼저 미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부터 알아볼까요?

답) 그동안 한국에 수출되던 미국산 제조업 상품 가운데 80% 가까이가 협정 발효와 동시에 무관세로 한국 시장에 팔릴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는 운송과 전기 기기, 자동차 부품, 화학제품, 각종 소비재 상품이 포함됩니다. 또 한국 시장에서 팔리는 미국산 농산물의 3분의 2가 오늘 (15일)부터 무관세 혜택을 받습니다.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와 음악, 발명품 등에 붙는 지적재산권도 더 강력하게 보호됩니다. 미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금융과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도 한국 시장 진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정부는 상품 수출과 관련된 분야에서만 7만 개 정도 일자리가 미국 내에 새로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시장까지 합치면 고용 유발효과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문) 한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미국 상품을 전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산 과일과 치즈, 육류, 포도주를 더 싸게 즐길 수 있습니다. 미국산 감자와 옥수수도 가격이 내려가서 관련 식품들 역시 가격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산 자동차와 화장품, 의류도 더 싼 값에 살 수 있습니다. 법률과 회계, 금융 분야에서도 미국의 대형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면 더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문) 한국도 미국 시장에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을텐데요,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까?

답)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전자, 섬유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산 자동차와 첨단 손전화, 의류 등이 미국 시장에서 관세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집니다. 협정이 발효되기 전에도 한국 상품들은 미국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는데요, 더 무서운 기세로 시장점유율을 늘려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일자리는 제조업 분야에서만 8만 개 정도 더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국내 서비스업이 더 활성화 되면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분야는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경쟁력이 약한 분야는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농업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값싼 미국산 농산물이 밀려 들어오면 전체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서 농민들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농민들의 손해를 일부 보전해주고, 비싸게 내다 팔 수 있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오늘 (15일) 발효된 미-한 자유무역협정의 내용과 예상 효과를 살펴봤습니다. 김연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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