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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권, 4천억 규모 안전망 구축키로


유로화 사용국들이 4천4백억 유로 규모의 재정위기 안전 망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회원국이 재정위기에 빠질 경우 유럽차원에서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번 합의로 유럽발 금융위기가 진정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연호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유럽국가들이 금융위기의 확산을 막을 큰 그림을 내놓았군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달 10일 이미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고, 그 뒤 한 달 가까이 세부사항을 논의한 끝에 지난 7일 최종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 회원국들의 재무 장관들이 룩셈브루크에 모여 최종 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 먼저 합의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답) 총 4천4백억 유로 규모의 재정안정 제도가 이번 합의의 핵심입니다. 지난달 10일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이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7천5백억 유로 규모의 구제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는데요, 이 가운데 유로화 사용국들이 책임지기로 한 4천4백억 유로 규모의 계획이 이번에 합의된 겁니다.

)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국가가 나타나면 이번에 합의된 재정안정 제도를 가동한다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강력한 경제개혁을 조건으로 긴급 지원이 이뤄 지게 됩니다. 4천4백억 유로 정도면 문제가 될만한 유로화권 두 세 국가의 1-2년치 차입금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6백억 유로를 유럽연합 회원국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유럽 차원에서 총 5천억 유로가 마련되는 셈입니다.

) 규모가 정말 엄청나군요. 그런데 긴급 금융지원에 들어가는 돈은 어떻게 마련되는 건가요?

답) 당장 기금을 만드는 건 아니구요, 유럽연합 회원국이나 유로화권 사용국이 위기에 빠지면 그 때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지원에 나서게 됩니다. 이 일은 룩셈부르크에 세워질 특수목적법인이 맡을 예정입니다. 특수목적법인이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성한 뒤, 이 돈을 재정위기에 빠진 국가에 빌려주는 겁니다.

) 유로화권 국가들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자금조달이 잘 될 수 있을까요?

답) 유로화권 국가들이 직접 지급보증을 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낮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관건인데요,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최고의 등급을 받기 위해서 유로화권 국가들이 채권발행 금액의 1백20%까지 지급보증을 하기로 했습니다. 액면가보다 높은 지급보증을 해줘서 지급 불능 위험을 완벽히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 그러니까 금융시장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려서 재정위기에 빠진 나라에 지원한다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국가가 재정위기에 빠지면 국제금융시장의 신뢰를 잃기 때문에 비싼 이자를 주고도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됩니다. 이런 국가를 대신해서 재정이 튼튼한 다른 유럽국가들이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서 재정위기에 빠진 나라에 빌려주는 겁니다.

) 일종의 자금 중계역할을 한다는 말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끼리는 빚을 대신 갚아주는 행위가 유럽연합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금융지원은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돈을 빌려주는 주체도 유럽연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특수목적법인을 앞세우기로 한 겁니다.

)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국가는 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겁니까?

답) 무조건 지원을 받는 건 아니구요,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결정합니다. 금융지원을 받고 싶은 나라는 우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알리고 대대적인 경제개혁 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심사 끝에 해당국가가 금융지원을 받을만하다고 결론이 나면 구체적인 지원 액수와 방법이 결정됩니다.

)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지원받은 자금을 다시 갚을 수 있도록 재정적자를 메워 나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를 철저하게 이행해야 합니다. 재정적자를 대폭 줄이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 이번 합의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답) 유로화권에서는 금융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스에 이어서 헝거리가 재정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조치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헝거리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위험하다는 우려가 여전합니다. 유로화권에서 재정위기를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추가조치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진행자: 유럽발 금융위기가 이번 합의로 수그러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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