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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퀴즈 게임 대결서 인간 물리쳐


최근 미국에서 인간과 컴퓨터가 퀴즈 대결을 벌이는 흥미진진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그런데 이 대결은 결국 컴퓨터의 완승으로 끝났는데요. 천일교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인간과 컴퓨터의 퀴즈 대결이라… 흥미로운데요. 어떤 대회였습니까?

답) 네. 미국의 TV방송 인기 퀴즈 쇼 ‘제퍼디’에서 지난 14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퀴즈의 달인 2명과 IBM에서 만든 슈퍼 컴퓨터 ‘왓슨’과의 3자 대결을 방영했습니다.

왓슨은 두 명의 인간을 상대로 첫날에는 접전을 펼쳤지만 이튿날부터는 크게 앞섰고 결국 7만7천147달러를 확보해 함께 문제를 풀어간 퀴즈의 달인들을 물리쳤습니다.

문) 컴퓨터와 대결을 벌인 인간 2명, 이들은 또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요?

답) 네. 퀴즈 왕 출신인 두 명의 실력파 참가자들인데요.

제퍼디에서 역대 최장인 74연속 우승기록을 가진 켄 제닝스, 또 325만 달러라는 역대 최다 상금을 받은 브래드 루터가 컴퓨터와의 대결에 참가했습니다.

이중 켄 제닝스는 어릴 때 한국, 서울에서 성장했고 서울외국인학교를 졸업했다고 합니다. 그는 지난 2004년 당시 퀴즈 쇼 제퍼디에서 큰 활약을 보여 일약 인기인으로 떠 올랐는데요. 이로 인해 켄 제닝스는 유명 인사로 발돋음해 TV에 수시로 출연하고 책을 집필했는가 하면 퀴즈 게임과 컴퓨터 프로그램도 제작하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 퀴즈 진행 과정이 궁금한데요.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진행상황을 좀 설명해 주시죠.

답) 네. 대결 첫날 수퍼 컴퓨터 왓슨은 켄 제닝스를 따돌리기는 했지만 브래드 루터와는 비겼습니다. 그래서 한때 시청자들은 인간 승리의 기대감을 갖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왓슨은 둘째날부터는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왓슨은 둘째 날 총 15문제 중 14문제의 답을 정확히 맞춘 반면 루터와 제닝스는 각각 5문제씩만을 맞추는데 그쳤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날 왓슨은 모호한 힌트에도 척척 정답을 이끌어 냈고 제닝스는 결국 마지막 문제 답안 지에 ‘새로운 컴퓨터 퀴즈왕을 환영합니다’라고 적어서 왓슨의 승리를 축하했습니다.

문) 그런데 전기신호에 의한 연산작용이 빠른 컴퓨터와의 대결이라면 처음부터 인간이 불리했던 것 아닌가요?

답) 네. 무엇보다 컴퓨터 왓슨은 ‘부저’라고 하는 단추를 누르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왓슨은 사회자가 문제를 다 읽기 무섭게 부저를 눌렀는데요. 사회자가 문제를 읽는 동안 문제 내용은 문자 파일로 왓슨에게 전송됐습니다. 하지만 사회자가 문제를 다 읽기 전까지는 부저를 누를 수 없게 설계돼 있었습니다. 컴퓨터 왓슨의 이번 승리는 지난 1997년 ‘딥 블루’라는 컴퓨터가 인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 씨를 이긴 이후 재현된 인간에 대한 기계의 승리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됐습니다. 이번 역사적 퀴즈 대결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인간이 잘 하는 부분과 컴퓨터 출연자 왓슨의 유리한 점을 결합하면 어느 쪽이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풀어낼 기반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문) 재미있는 것은 완벽할 것만 같은 컴퓨터도 실수를 했다고 하는데 어떤 문제를 틀린 겁니까?

답) 네. 어려운 문제는 곧 잘 맞히던 왓슨은 쉬운 문제에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의 이름을 딴 공항이 있는 미국 도시’를 묻는 문제에 왓슨은 캐나다에 있는 토론토라고 답해 방청객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정답은 시카고였습니다.

또 켄 제닝스가 먼저 말한 오답을 그대로 반복하는 등의 실수도 저질렀습니다. 이번에 비록 컴퓨터가 퀴즈에서 인간을 이겼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컴퓨터와 인간의 두뇌에는 큰 격차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음악을 만드는 등의 예술 활동이나 사랑, 슬픔 같은 감정은 컴퓨터로 구현하기는커녕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문) 아무튼 이번 대회 결과로 컴퓨터 회사 IBM의 위상도 새롭게 조명될 것 같은데요.

답) 뉴욕에 본부를 둔 IBM사는 왓슨을 개발하기 위해 4년 간 25명의 전문가들을 투입했습니다. 그런데 IBM 사 측은 그동안 개발비용이 총 얼마나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산업계 전문가들은 IBM이 연방 정부로 부터 수주하는 계약 사업의 총액은 해마다 35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앞으로 왓슨을 이용해 IBM사가 인공두뇌와 의료개혁 분야 등에서 크게 기여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 이번 상금은 전액 기부할 계획이라구요?

답) 그렇습니다. IBM 측은 이번에 상금으로 받은 10만 달러를 이미 약속한 것처럼 ‘월드비전’ 등과 같은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할 예정입니다. IBM은 왓슨을 통해 컴퓨터가 일상 언어를 디지털 코드로 바꾸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엔진이 키워드를 토대로 정보를 찾는 것과 달리 왓슨은 인간의 일상언어를 문장 단위로 받아들여 분석한 뒤 답을 내놨습니다. 이는 IBM에서 최근 2년 동안 역량을 집중한 ‘심층 문답시스템’ 프로젝트의 연구 성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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