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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조총련…중앙본부 경매로 조직 와해 분위기


문) 김 기자, 조총련 중앙본부가 경매에 넘어간다고요?

답) 네 그렇습니다. 일본 법원이 지난 달 24일 조총련의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에 대해 일본의 채권 채권정리기관인 ‘정리회수 기구’가 가압류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리회수기구는 조총련이 627억엔의 채무를 상환하지 않자 토지와 건물을 가압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이 정리회수기구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리회수 기구는 중앙본부의 토지와 건물을 경매에 부쳐 대출금 회수에 나설 계획입니다.

문) 조총련 중앙본부는 사실상 주일 북한대사관 역할을 하던 곳 아닙니까. 어떻게 하다가 이런 지경까지 갔나요.

답) 조총련과 정리회수기구의 법적 분쟁은 역사가 꽤 깁니다. 조총련 계열회사 중에 조은신용조합이라는 금융사가 있었는데요, 이 금융사가 1999년에 경영 부실로 파산하게 됩니다. 그런데 당시 조은신용조합은 조총련에 627억엔을 대출해준 상황이었습니다. 정리회수기구는 조은신용조합의 불량채권을 넘겨받아 자산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조총련의 채무 사실을 파악했고요, 2005년에 조총련을 상대로 채무상환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조총련이 채무상환을 자꾸 미루자 정리회수기구는 다시 경매처분을 할 수 있는 가압류 소송을 다시 제기했고, 이번에 그 판결이 나온 겁니다.

문)그럼 당장 경매 절차에 들어가는 겁니까?

답)이번 판결은 1심이기 때문에 조총련이 항소할 경우 가압류와 경매에 들어가는 시기는 좀 늦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이 이미 채무상환 명령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가압류 소송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문)조총련 하면 자금력이나 조직력 면에서 탄탄한 조직이었는데요, 지금은 재정이 많이 약화된 모양이지요?

답)네 말씀하신대로, 조총련은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중앙본부의 연간 예산이 100억엔에 이를 정도로 자금력이 풍부했습니다. 북한에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고요, 조직원의 충성도도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일본 정부가 조총련의 최대 자금줄로 꼽혀온 빠친고 사업에 대해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1차적으로 타격을 입었습니다. 여기에다 2000년대 초 일본인 납치 문제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북한에 대한 일본사회의 이미지가 악화됐고요, 이에 따라 자발적 성금을 내던 회원 수도 크게 줄었습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성금을 내던 회원이 한 때 23만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4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가압류 소송에서 조총련이 패소함에 따라 조직의 구심점이 흔들리고, 조직 이탈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정반대의 이야기입니다만, 재일민단은 오히려 일본으로 귀화한 한인이나 조총련계 소속 한인까지 끌어안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요?

답) 네 그렇습니다. 재일민단은 지난 달 중순 도쿄에 있는 민단 중앙회관에서 정기중앙위원회를 열고 ‘재일 한인 사회통합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근에도 화제가 됐지만 일본축구대표팀으로 뛰고 있는 이충성 선수나 북한대표팀으로 뛰고 있는 정대세 선수처럼 재일 한인 3,4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지 않습니까. 또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이른바 뉴커머도 많이 있고요. 민단은 지금까지 재일 한인 1,2세에 주로 의존해왔던 조직의 체질을 개선해, 조총련 조직을 이탈한 재일한인 3,4세나 뉴커머도 회원으로 적극 받아들일 계획입니다. 국적에 관계없이 다양한 생각을 하는 재일 한인들을 모아 사회적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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