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중국 전문가들 “김정일 위원장 원하는 만큼 원조 못 받은 듯”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로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돼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의 시각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 정부는 2일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에 담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홍레이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남북한이 화해와 협조로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중국 전문가인 딘쳉 연구원은 베이징 수뇌부가 이번 사태에 내심 상당히 당혹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중국연구소의 유상철 소장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습니다.

“중국 외교부도 달리 할 말이 없었겠죠. 이번에도 내심 당황했겠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평소 하던 말을 되풀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이 중국 수뇌부가 내심 당혹스러웠을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상당히 모순적인 행동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평양으로 돌아가자마자 “남한과 상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남북 비밀접촉을 폭로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것은 물론 중국이 추진하던 3단계 방안도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중국은 지난 해부터 남북대화, 미-북 접촉, 6자회담 재개라는 3단계 방안에 따라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려 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언사와 행동에 대해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 씨는 “김정일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중국 수뇌부가 듣고자 하는 외교적 언사를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원론적 차원에서 6자회담 재개를 언급했을 뿐인데 중국은 이를 무게감 있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런 행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든 창 씨는 중국이 북한에 엄청난 지렛대를 갖고 있다며, 다만 이를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든 창 씨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석유의 90%, 소비재의 80%, 그리고 식량의 45%를 공급할 정도로 북한에 대해 엄청난 지렛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목적을 위해 이 지렛대를 사용할 경우 북-중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자칫 북한의 붕괴로 이어져 중국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파탄 상태로 몰아가는 의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만들기 위해 중국의 석유와 식량, 그리고 무기 등 경제적, 군사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베이징 수뇌부는 대북 지원을 중국의 지방정부와 민간 기업에 맡기고 김 위원장이 만족할 정도의 ‘통 큰’ 원조는 약속을 안 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평양에 특사를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상철 소장의 말입니다.

“중국에서 외교 문제를 담당하는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가지 않을까, 가서 속내를 알아보고 할 수는 있겠죠.”

앞서 천안함 사건에 이어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크게 악화되자 중국의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 해 12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헤리티지재단의 딘쳉 연구원은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특사의 말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적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이 바라는 것은 남북관계가 개선돼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한이 중국식 개방을 추진하는 것인데, 북한은 한국에 사과할 생각이 없고 개방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특사가 가더라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로 남북관계는 물론 중국이 추진해온 3단계 방안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라진선봉 지구 개발 등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일단 지켜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