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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중국 공산당-퇴보하는 북한 노동당’


중국 공산당이 7월1일로 창당 90주년을 맞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날로 진화하는 반면 북한의 노동당은 3대 세습을 꾀하는 등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 공산당과 북한의 조선노동당은 오랫동안 ‘형제당’으로 불릴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둘 다 반외세와 항일투쟁의 와중에 창당됐으며, 김일성은 중국 공산당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현대사에 밝은 한국 연세대학교 신주백 교수의 말입니다.

“중국 측 문헌에 김일성이 중국 공산당에 가입한 시기에 차이가 있는데, 1931년이 있고 1933년이 있는데, 김일성이 만주사변 직후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 1931년이 좀 지난 뒤에 가입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북한의 노동당과 중국의 공산당은 또 지난 60년간 정부간 외교 채널 외에 ‘당대당’ 채널을 가동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중국연구소 유상철 소장의 말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도 외교부 같은 정부 부처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당대당이라고 해서 중국의 공산당과 노동당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의 공산당과 북한의 노동당은 이념과 정치적 위상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 공산당은 지난 30년간 개방정책을 펼친 결과 중국을 세계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려놨습니다. 중국은 1인당 소득이 4천 달러를 넘어선데다, 고속철이 달리고, 올림픽을 치르는 나라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위상도 한결 높아졌습니다.

중국 공산당에 비하면 북한 노동당의 위상은 초라합니다. 노동당은 3백만 명의 당원을 거느린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북한의 민심은 이미 노동당을 떠났다고 탈북자 김은호 씨는 말했습니다.

“노동당은 과거 청년들이 입당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불편해하는 정도로 신뢰가 떨어졌습니다. 과거에는 처녀들이 입당한 사람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돈이 많은 집 총각을 선호합니다. 노동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거죠.”

전문가들은 과거 비슷했던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 오늘날 크게 차이가 나게 된 것은 ‘이념’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한 마디로 중국 공산당은 지난 30년간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인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한다’는 자세로 진화해 왔다는 것입니다. 다시 유상철 소장의 말입니다.

“등소평 선생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해 중국의 경제를 발전시켰습니다.”

반면 북한 노동당은 공산주의 이념을 경직된 자세로 받아들여 아직도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도 없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의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진화 한 반면 북한은 퇴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당을 운영하는 방식도 크게 다릅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982년부터 정치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와 개인독재를 금지시켰습니다. 또 임기제를 도입해 공산당 정치국원을 두 번 이상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 공산당에는 참신하고 능력 있는 젊은 인재가 계속 들어와 중국을 활기차게 이끌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 노동당은 지난 1970년 5차 당대회를 통해 ‘당은 오직 수령의 사상에 의해서만 지도된다’는 이른바 ‘유일지도체계’를 명문화했습니다. 이는 오직 김정일만이 당을 지도할 뿐 다른 사람들은 왈가왈부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또 지난 해 9월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했습니다. 새 규약은 노동당을 ‘김일성 당’으로 명시하는 한편 당 총비서가 중앙군사위원장을 겸직하도록 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맡고 있는 총비서직을 아들 김정은이 승계하는 것만으로도 당과 군을 장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브레진스키 교수는 북한 노동당은 더 이상 공산당이 아니라 김정일 일가가 장악한 봉건정권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중국의 마오쩌둥은 ‘당과 인민’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의 관계에 비유했습니다. 인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당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내부적으로는 인민의 신뢰를 잃고 외부적으로는 시대의 조류에 뒤처진 북한 조선노동당의 향배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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