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있는 민간연구기관인 부르킹스 연구소의 셴 하이메이 방문 연구원은 30일 이 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 지방 당국이 불법으로 체류중인 버마 여성들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윈난성 당국은 버마 국경근처에 불법 체류중인 버마인 여성들을 강제로 체포하지 않고 있어 이 지역에 여성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겁니다.
하이메이 연구원은 한 마을에 버마 여성 1백 명 이상이 살고 있는 지역도 여러 곳이 된다며, 이 들은 대부분 중국 남성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여성들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이메이 연구원은 중국 윈난대학의 교수로, 중국 남부와 버마 사이의 인신매매와 불법 이민 실태를 오래 동안 연구해온 전문가입니다.
중국에는 오랜 남아 선호 사상 때문에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높아 결혼을 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습니다. 중국의 지방 인신매매 조직들은 이를 이용해 버마 여성들을 데려와 중국 남성들에게 강제로 팔고 있습니다.
하이메이 연구원은 이날 ‘미국의 소리’ 방송에 윈난성 당국이 지난해 10월부터 6개 지역에서 불법 버마인 여성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남성과 가정을 이룬 버마인 여성이 마을 대표의 신임장을 당국에 제출하며 자진 신고할 경우 당국이 체류 허가와 함께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블루 카드카드를 발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이메이 연구원은 이런 정책은 가정을 파괴하지 않기 위한 중국 당국의 배려라며, 앞으로 이런 여성들에게는 당국이 합법적인 거주권까지 발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정책은 날로 극심해지는 인신매매를 막고 합법적인 이민과 결혼을 장려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동북지역에 불법 거주하는 탈북 여성들에 대해서는 매우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엔과 미국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북 3성 당국은 열악한 상황에 처한 탈북 여성들을 체포해 강제 북송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중국인 남성과 결혼을 했든, 사창가로 팔려간 여성이든 관계없이 이들을 체포해 강제 북송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최근 송환된 여성들에게 불법 도강죄를 적용해 최고 5년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29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2년여 전부터 10년 이상 가정을 이룬 탈북 여성들에 대해서는 지역에 따라 체포율이 낮아진 경우도 있지만 중국 당국의 단속은 대부분 더 강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이렇게 버마와 북한 여성들에 대해 차별 대우를 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이 탈북자들에 대한 우호적인 조치는 자칫 북한인들의 대량 탈북 사태를 고무시켜 지역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으로 보는 반면 버마인들은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권 비난을 막을 수 있는 방패로 삼고 있다는 겁니다.
버마인 불법 여성들은 대부분 버마 군사정권의 차별과 탄압을 받는 소수민족으로 오랜 내전과 가난 때문에 최근 중국행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유엔은 버마 소수민족들에 대한 이웃나라들의 보호를 촉구하고 있으며,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는 중국 당국의 이런 사안별 협조 때문에 탈북자 보호 등 다른 사안들에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하이메이 연구원은 이날 부르킹스 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 당국이 인신매매 퇴치에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버마인 여성들에 대한 몸값이 계속 오르고, 매매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2008년에는 여성 1명 당 미화 4천 5백 달러였지만 지난해에는 평균 8천 달러로 크게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 동북지역에서 활동하는 탈북 인권운동가들과 선교사들은 탈북 여성들의 경우 나이와 미모에 따라 1천 달러에서 3천 달러 정도에 내륙으로 팔려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 여성들을 체포해 북한에 강제 송환하는 중국 정부가 국내 불법 버마인 여성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주는 판이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자진 신고하는 불법 버마인 여성의 경우 의료보험까지 제공하는 새 정책을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