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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안, 베이징 번화가 삼엄한 경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이틀 전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시민혁명을 지지하는 집회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오늘 중국 정부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중국 정부가 베이징 등지에서 발생한 시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고요?

답) 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지난 20일 중동 지역의 시민혁명을 지지하는 집회가 발생한 후 처음 열린 오늘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마자오쉬 대변인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일어났던 시위성 집회와 관련해 체포된 사람들이 어디에 있느냐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외교부는 주관 부서가 아니어서 구체적인 상황은 모른다며 확인을 피했습니다.

마 대변인은 그러면서 중국은 개혁개방 30 여년을 맞아 발전과 변화를 거치고 성과를 거뒀다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을 걷는 것은 인민들의 공통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어떤 사람도, 어떤 세력도 중국을 동요하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마 대변인의 이런 답변은 중국 정부가 이번 시위성 집회를 애써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문) 그런데 오늘 브리핑에서는 대변인이 시위에 대해 묻는 외신 기자에게 면박을 주면서 긴장감이 조성됐다면서요?

답) 네. 오늘 브리핑에서 한 프랑스 기자가 지난 20일 시위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며 체포된 사람들의 행방을 묻자, 마자오쉬 대변인은, `이건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며 ‘만일 브리핑에 매번 참석해왔다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어 한 일본 기자가 중국어로 인터넷에서 중동지역 시민혁명을 상징하는 `재스민’을 뜻하는 모리화 (茉莉花) 같은 단어의 검색이 인터넷에서 제한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묻자, 마 대변인은 질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고 대꾸했습니다. 그러면서 마 대변인은 일본 기자에게 중국어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비아냥에 가까운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마자오쉬 대변인이 민감한 질문을 하는 외신 기자들의 기를 꺾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격적 화법을 쓴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그 동안 외교부 대변인들은 외신 기자들이 민감한 주제의 질문을 할 때마다 독설에 가까운 말을 섞어가며 응수했었습니다.

문) 사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시작된 민주화 바람이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도 불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이틀 전 집회가 발생한 이후 베이징 등지에서는 당국의 단속이 강화됐을 것 같은데,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 오늘 베이징 시내에서는 공안의 통제와 감시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번화가에서는 공안 관계자들이 순찰을 돌며 삼엄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시민과 학생들도 재스민 혁명 지지 집회와 관련한 내용을 입에 올리기를 조심하고 있습니다.

문) 이틀 전 재스민 혁명 지지 집회가 열렸던 베이징 시내의 상황은 어떤가요?

답) 베이징 시내 중심에 있는 중국의 심장부인 천안문 광장은 오늘도 평소처럼 개방돼 국내외 관광객과 시민들이 찾았는데요, 정복과 사복의 공안들이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광장 입구마다 설치된 보안검색대에서는 X선 검색기와 휴대용 스캐너로 관광객들과 소지품을 검사했습니다. 또한 천안문 광장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왕푸징 거리에서는 특히 이틀 전 집회가 이 곳에서 일어난 때문인지 공안 차량과 관계자들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경비 수준이 부쩍 강화됐습니다. 베이징 시내 지하철에서도 보안검색대에서 승객들의 휴대품을 평소보다 더 엄격하게 검사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문) 중국 젊은층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번 중동 지역의 재스민 혁명과 중국 내 집회가 알려져 있나요?

답) 중국 당국이 언론매체와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긴 하지만요, 일부 대학생들은 미니 블로그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비롯해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마침 재스민 혁명 지지 집회가 열린 바로 다음 날인 어제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을 비롯한 중국의 대부분 대학들이 개학했는데요, 지난 1989년 6월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이 됐던 베이징대학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위 개최 소식을 화제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안 당국이 대학에서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데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중국 내 재스민 혁명 지지 집회에 대한 찬반 입장이 나눠지고 있어서 대학 내에서 중국판 재스민 혁명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은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문) 이틀 전 중국에서 일어난 집회는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때문에라도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겠군요?

답) 네. 중국 당국은 이미 외국에서 ‘만리장성 방화벽’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요, 이번 재스민 혁명 지지 집회 소식이 확산된 경로인 인터넷에서 관련 중국어, 영어 단어의 검색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또 인터넷 포털과 토론, 미니 블로그 사이트 운영업체들에 지시해 이틀 전 열린 집회 관련 글과 사진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안 당국은 또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과 함께 재스민을 뜻하는 중국어인 모리화를 비롯해 민감한 단어가 들어 있는 문자 메시지를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마자오쉬 대변인은 오늘 브리핑에서 재스민을 뜻하는 모리화 같은 중국 단어의 검색이 인터넷에서 제한되고 있다는 외신기자의 지적에 대해, 중국에서 인터넷은 개방돼 있고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정부는 인터넷 발전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사실 중국은 북한과 가장 가깝고 북한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어서 민주화 시위 여부가 특히 관심을 끄는데요, 현지에서는 어떤 전망들이 나오고 있나요?

답) 중국에서는 아프리카•중동과 같은 민주화 혁명이 단기간 안에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국 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그 이유로는 먼저 공산당 정부가 정치적으로 강한 통제력과 함께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강력한 공권력을 갖고 있는 점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당국이 언론과 인터넷에 대한 검열 등을 통해 엄격한 사전통제에 나서고 있는 점도 중동국가에서 펼쳐진 뉴미디어를 주축으로 한 대규모 시위를 막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중국의 경제적 급성장도 민주화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인들 사이에는 국가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민족주의 경향이 짙게 깔려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아울러 네티즌의 주류가 민족주의 경향을 띠고 있어서 민주화 요구에 대한 네티즌의 동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경제발전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 기층 민중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민생 관련 시위가 이번 중국식 재스민 혁명 지지 집회를 계기로 정치화 하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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