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선박 나포로 중국 내 반북 감정 고조'


최근 한반도 서해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 나포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반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 대해 ‘배은망덕한 나라’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에서 최근 서해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 나포 사건과 관련해 ‘반 북한’ 여론이 일고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과 `A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24일 베이징발 기사에서 “중국인들은 어선 나포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AP 통신’도 “북한 군인들은 마치 강도나 도적 같았다”는 석방 어부의 말을 전하면서, 중국인들이 북한에 화가 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어선 나포 사건은 지난 8일 서해상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날 오전 4시30분께 서해에서 조업 중이던 ‘랴오단23979’호를 비롯한 중국 어선 3척은 갑자기 나타난 북한 해군 함정에 의해 나포됐습니다. 이들 어선에는 중국인 어부 29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어부들은 그 후 중국에 있는 선주에게 위성전화를 걸어 한 척당 40만 위안 (미화 약6만3천 달러)씩 모두 120만 위안 (미화 약 19만 달러)을 송금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외교채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북한은 사건 발생 13일 만인 지난 21일 어선과 어부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풀어줬습니다.

하지만 석방된 어부들로부터 억류 상황과 관련한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중국인들이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부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기잡이 도구와 옷가지를 모두 빼앗긴 것은 물론 총을 든 무장군인들로부터 자주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한국 `KBS 방송’의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중국인 어부/중국어]

이 어부는 자신이 북한 군인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까 동작이 느리다고 몽둥이로 때렸다고 말했습니다.

풀려난 어선의 선장인 왕리지 씨는 `워싱턴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군인들이 선원들을 감금해놓고 자주 때려서 현재 5명이 입원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선원 중의 한 명인 왕리훙 씨가 중국 언론에 “북한 군인이 어선에 걸려있던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걸레로 썼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내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조선이 중국의 이웃이 맞느냐”부터 “북한은 선의를 악의로 갚는 배은망덕한 나라”라는 등 3천 건이 넘는 댓글을 통해 반북 감정을 표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인들은 평양에 주재한 류홍차이 중국대사가 북한 농민들과 모내기를 하는 모습이 중국TV에 방송되자 ‘정신나간 짓’이라며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일반 언론매체도 북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중국 `선전위성TV’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녹취: 선전위성TV/중국어]

이 TV 방송의 논평위원은 중국이 북한에 원조도 하고 국제 문제도 해결해 주는데 이렇게 하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AP 통신’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북-중 관계가 복잡할 때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만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한층 더 무시 당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감안해 이 문제를 가급적 작게 다루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 홍레이 대변인의 말입니다.

[녹취: 홍레이 대변인]

홍레이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북한주재 중국대사관을 취재해 보도한 내용 외에 아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