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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전문가들 ‘한반도 통일 중국에 위협’


한미경제연구소에서 강연하는 서니 리 연구원
한미경제연구소에서 강연하는 서니 리 연구원

중국 내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통일을 중국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현재의 북-중 관계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를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 칭화대학 국제연구소의 서니 리 연구원은 24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 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리 연구원은 조사 결과 중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남북통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 반대가 28 퍼센트, 지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응답이 54 퍼센트로 부정적인 견해가 대부분이었다는 겁니다.

리 연구원은 이와 관련한 이유로 중국에 대한 위협을 지적했습니다. 남북통일이 통일 한반도의 국력과 민족주의를 강화시켜 옛 영토인 간도 등의 반환을 요구하는 등 중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응답한 전문가들이 조사 대상자의 절반이나 됐다는 겁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그러나 통일 한반도가 반드시 친중국 성향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 중 43 퍼센트는 한국 주도의 남북통일 조건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철저한 중립을 요구했고, 9 퍼센트는 주한미군이 지금처럼 38선 이남에 주둔한다면 통일을 지지할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친중국 성향을 통일의 조건부로 내세운 응답은 5 퍼센트에 불과했고 주한미군 철수를 통일의 조건부로 주장한 응답은 26 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서니 리 연구원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가장 큰 핵심은 남북한이 아니라 언제나 미국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를 미국으로 보고 이를 견제하며 관련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서니 리 연구원은 또 중국 전문가들이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붕괴를 확신하거나 그렇게 될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15 퍼센트에 그친 반면 그렇게 보지 않거나 예측하기 힘들다는 응답은 80 퍼센트 이상에 달했다는 겁니다.

서니 리 연구원은 그러나 혈맹관계라고 주장하는 북-중 관계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냉소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나라가 진정한 우방관계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4 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반신반의, 즉 그저 그렇다는 응답은 절반에 달했고 전략적 필요에 따라 동거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5 퍼센트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그 밖에 응답자 중 과반수(63%)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으며, 35 퍼센트는 6자회담의 가장 큰 걸림돌로 미국과 북한 사이의 불신을 지적했습니다. 또 중국 전문가 중 다수는 미국 정부가 현 상황에서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응답했습니다.

한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재 칭화대학에서 북한, 언론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리 연구원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중 간 신뢰구축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반도 위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고위급 채널이 정상적으로 가동돼야 하고 통일한국에 대해 우려하는 중국의 입장을 돌릴 수 있는 장려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겁니다.

서니 리 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에 북한의 개혁개방을 압박하라고 요구하면서 중국에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 대북 압박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여기는 중국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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