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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인도 보팔 참사 관련자 유죄 판결


인도 법원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불리는 ‘보팔 참사’ 책임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26년 만에 내려진 이번 판결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조은정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먼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알려진 보팔 참사가 어떤 사고였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답) 예. 지난 1984년 12월 3일 인도 마드야 프라데시 주 보팔 시의 ‘유니언 카바이드’ 살충제 공장에서 이소시안산메틸가스 등 유독가스가 무려 40t이 누출됐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 사고로 3천5백 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인권운동가들은 유독가스 노출 후유증으로 2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정말 재앙적 수준의 사고군요. 40t이나 되는 유독가스가 누출됐으면, 잔류 독성물질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텐데요.

답) 예. 영국에 본부를 둔 보팔 피해자 지원단체 ‘보팔 의료소송’이 지난 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성 폐기물이 지금도 인근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면서 암, 선천성 장애, 면역결핍증 등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다른 인권운동가들도 보팔 지역에서 기형아 출산률과 암, 당뇨 등과 같은 고질병 발생률이 매우 높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지 26년 만에 사고 관련자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군요.

답) 그렇습니다. 보팔 시 치안법원은 7일 ‘유니언 카바이드’ 인도 지사 경영인 7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2년과 10만 루피, 미화 2천1백 달러의 추징금을 선고했습니다. 이들 7명은 판결 직후 모두 미화 5백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습니다. 치안법원은 또 ‘유니언 카바이드’ 인도 지사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 회사에 미화 1만8백 달러를 추징했습니다.

) ‘유니언 카바이드’는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로 알고 있는데요. 인도 지사 책임자들만 형을 언도 받았군요?

답) 예. 사고 당시 미국 본사 회장이었던 워렌 앤더슨은 이날 판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앤더슨 회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소송이 제기돼 있는데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앤더슨 회장은 인도 법정에 한번도 출두하지 않았고, 인도 정부는 그를 ‘도주자’로 지정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앤더슨 회장을 넘기라는 인도 정부의 요구를 지난 2004년 거부했습니다.

) 이번 사건으로 최대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주요 관련자들은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군요.

답) 네, 이 때문에 수 백 명의 시위대는 이날 “범인을 교수형에 처하라”, “배신자들을 처단하라” 등의 문구가 쓰여진 푯말을 들고 법원에 진입하려 했는데요. 판결을 전해 듣고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상고를 다짐했습니다. 보팔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인권 운동가 라크나 딘그라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World QA Bhopal 1> We do not think it’s justice done,

딘그라 씨는 “전혀 정의가 실현되지 않았다”며 “다시 싸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딘그라 씨는 특히 “이번 판결은 민간 기업들이 인도에 와서 공장을 짓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사람들을 죽인 뒤 어떠한 형사 처벌도 받지 않고 떠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운동가들도 인도 정부가 해외 투자를 가로막는 판결을 내리길 꺼린다고 비판했습니다.

) 그런데 왜 판결이 나기까지 26년이나 걸렸을까요?

답) 인도의 사법체계는 일 처리가 매우 더디기로 악명이 높은데요. 현재 수 백만 건의 소송이 밀려 있고, 판사 수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입니다. 26년이라는 기간 동안 인도 법정은 이 사건과 관련해 1백78명의 증인들을 조사했고, 3천여 개의 문서를 검토했습니다.

) ‘유니언 카바이드’ 측은 이번 판결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답) ‘유니언 카바이드’는 사고 직후부터 발을 빼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5년 뒤인 1989년 인도 정부에 미화 4억 7천만 달러를 배상금으로 건넸습니다. 아울러 1994년에는 인도 지사를 인도 회사에 팔아버렸고요. ‘유니언 카바이드’는 판결 직후 낸 성명에서 “사고가 난 공장은 인도 지사가 소유하고 운영했기 때문에 인도 법정은 본사에 대해 재판권이 없다”고 다시 한번 선을 그었습니다. ‘유니언 카바이드’는 2001년 다우 케미컬의 자회사로 흡수됐는데요, 다우 케미컬 역시 보팔 사고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상 최악의 산업재해에 대해 26년이나 지나서야 흐지부지한 판결이 내려졌군요. 지난 1984년에 발생한 인도 보팔 지역의 독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한 판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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