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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개혁으로 대미 정상화 돌입


2일 총선 승리 후 아웅산 수치 여사

2일 총선 승리 후 아웅산 수치 여사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버마가 민주화 개혁의 길로 한발씩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은 버마에 대한 제재 가운데 일부를 완화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버마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먼 것도 사실인데요,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버마에서는 지난 1988년 ‘버마식 사회주의’를 내건 네윈의 군부독재 체제에 저항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쿠데타로 1962년 정권을 장악한 이래 26년 간 장기 집권해온 군사정권에 반발한 민중의 봉기였습니다.

[녹취: 시위현장 효과음]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시민과 학생들의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고, 네윈은 결국 권좌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국가평화발전위원회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새로운 군부는 시위대를 무력진압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시민과 대학생, 승려 등 수많은 민간인을 살해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1988년 9월 23일 버마에 대한 모든 원조를 중단하는 제재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듬해인 1989년 조지 H. 부시 대통령은 버마에 대한 특혜관세 적용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1990년 실시된 총선거에서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끈 민주주의 민족동맹이 4백85석의 의석 가운데 3백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군부는 정권이양을 거부했습니다. 이 때부터 미국 등 서방의 버마 제재가 본격화됐습니다.

미국은 1994년 외교관계승인법과 1995년 버마자유법, 2003년 버마자유민주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버마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였습니다. 제재 이유로는 군부독재 외에도 소수 종족에 대한 탄압, 인권과 종교자유 침해, 마약 밀거래, 돈 세탁 등이 추가됐습니다.

현재 미국은 버마 제재와 관련해, 5개 법률과 4개의 대통령 행정명령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제재 내용은 입국 금지와 금융서비스 제한, 자산동결, 버마산 물품 수입 금지, 버마에 대한 투자 금지, 버마 원조 제한 등 다양합니다.

버마 경제는 이 같은 장기간의 제재로 더욱 악화됐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지난 해 버마의 국내총생산은 5백억 달러에 그쳤고, 구매력지수로 환산한 1인당 국내총생산은 1천3백 달러로, 북한 보다도 5백 달러나 적었습니다.

결국 버마 군사정부는 지난 2010년 20년 만에 총선거를 실시한 뒤 2011년 3월, 민간정부에 권력을 이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민간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속임수 정도로 여겨졌었습니다.

하지만, 테인 세인 버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잇따라 민주화 개혁 조치들에 착수했습니다.

우선 정치범을 비롯한 수감자들의 석방을 명령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소수민족들과 휴전 협상을 시작했고, 의회 선거에 야당이 참가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습니다.

버마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버마 민간정부의 그 같은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아웅산 수치 여사]

버마가 돌파구를 마련하는 순간에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해 11월 말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버마를 방문했습니다. 미 국무장관이 버마를 방문한 것은 버마 군사정권이 집권한 지난 1962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버마가 개혁을 계속할 경우, 버마 주재 대사를 다시 파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두 나라 관계를 격상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미국은 지난 1990년 버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의 정당이 승리했는데도 군사정권이 정권 이양을 거부하자 버마 주재 대사를 철수시켰습니다.

미국은 이어 버마에서 지난 1일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수치 여사를 비롯한 야당 후보들이 대거 승리한 직후인 5일, 버마에 대한 일부 제재를 완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녹취: 클린턴 미 국무장관] “These elections and the progress that we have seen..”

지난 1일 실시된 버마 보궐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뤄진 사실과, 정치범 석방과 언론자유 확대 등 버마 정부가 최근 취한 조치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그 같은 조치를 취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클린턴 장관은 미국이 곧 버마 주재 대사를 지명하고, 대외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 상주사무소를 버마에 개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버마에 대한 금융서비스와 투자 부문의 제재를 완화하고, 버마 관리와 의원들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버마는 미국이 지난 1988년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부의 탄압을 이유로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이후 24년 만에 다시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습니다. 또한, 버마는 미국의 이 같은 조치로 경제적으로 큰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마는 아직도 민주적 개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클린턴 장관도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클린턴 미 국무장관] “Now, this reform process has a long way to go. The future is neither clear nor certain.”

버마의 개혁 과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입니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앞으로도 모든 정치범의 무조건 석방과 석방된 사람들에 대한 법적 제약 해제 등 버마의 인권 개선을 추구할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또 버마 정부에 소수민족과의 화해에 진전을 이룰 것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도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단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버마의 미래가 아직도 불투명하다며, 미국은 행동과 행동의 원칙에 따라 버마 정부의 민주개혁 진전에 맞춰 제재를 더욱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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