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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일부 “대북송금 노무현 정부 때 최대…‘퍼주기’로 보기엔 무리”


지난 2007년 10월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한국 대통령(왼쪽)이 한국 의류업체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노동자와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0월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한국 대통령(왼쪽)이 한국 의류업체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노동자와 악수하고 있다.

지난 25년 간 한국이 북한에 교류 등을 통해 제공한 현금과 현물 규모가 1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하지만 북한에 일방적으로 퍼줬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최근 ‘정부별 대북 송금과 현물 제공 내역’이라는 자료를 내고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25년 간 한국의 역대 정권의 대북 거래 규모를 공개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한국이 북한에 제공한 현금과 현물 규모는 모두 103억 6천만 달러였습니다.

정권별로 보면 노무현 정부 때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북한으로 들어간 현금과 현물이 43억6천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김대중 정부 때 24억7천만 달러, 이명박 정부 때 19억8천만 달러, 그리고 김영삼 정부 때 12억2천만 달러 순이었습니다.

개성공단까지 폐쇄되면서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박근혜 정부 때는 3억 4천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한편 한국 정치권에선 다음달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과거 정부의 대북 송금을 둘러싸고 ‘퍼주기’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9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김대중 정부 시절 북한에 넘어간 돈이 현물과 현금을 합쳐 22억 달러, 노무현 정부 시절엔 44억 달러 규모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북 송금액이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가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많았다고 반박했습니다.

통일부가 공개한 자료를 근거로 하면 문 후보의 반박이 틀린 셈입니다.

통일부는 그러나 역대 정권 가운데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으로 들어간 현금과 현물이 가장 많았다고 해서 이런 통계가 이른바 ‘대북 퍼주기’로 곧바로 연결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북한에 들어간 현금 22억 달러 가운데 20억2천만 달러가 민간 차원에서 북한으로부터 수산물 등을 수입하고 지불한 대금이나 옷이나 신발 등을 위탁가공한 대가로 치른 비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사용하고 있는 ‘대북 퍼주기’라는 표현은 교류 등을 통해 북한에 제공된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등 보수 성향 후보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에 들어간 돈이 핵무기가 돼서 돌아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과의 교류는 향후 남북 동반성장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그동안의 교류협력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도 많은 이익을 봤고 그런 맥락에서 보면 단지 남북 간 주고 받은 비용을 ‘퍼주기’라는 프레임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할 수 있죠.”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핵 개발 전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향후 남북교류가 재개되더라도 현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은 지금 핵, 미사일 개발로 한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남북교류가 전면화된다고 해도 인도적 지원을 중심으로 현금성 지원보다는 물품성 즉,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꼭 필요한 물품들 또 전략물자로 전환되기 어려운 그런 성격의 물품들로 남북교류가 이뤄진다면 지금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오해들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출처가 불분명한 역대 정권 대북 송금액이 통일부 자료로 둔갑해 돌았고 이를 토대로 정치적 논쟁이 불거지곤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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