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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색 속 빛 바랜 6.15 선언 11주년


임진각에서 열린 6.15 11주년 기념식
임진각에서 열린 6.15 11주년 기념식

지난 2000년 남북 정상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만나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지 오늘로 11주년을 맞았습니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한국 야당과 민간 단체들은 6•15선언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2000년 6월 15일, 남과 북의 최고 지도자가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 백화원 영빈관에서 3시간 50분에 걸친 회담 끝에 역사적인 남북 공동선언을 이끌어 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우리 두 사람이 공동성명에 대해서 완전히 합의를 봤습니다. 여러분 축하해주십시오."

선언문은 남과 북이 자주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협력, 또 사회문화 교류를 활성화할 것을 골자로 한 것으로, 남북 간 대결구도를 종식하고 화해 협력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로부터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남북 관계는 공동선언의 결실을 맺지 못한 채 6.25전쟁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빛을 잃기 시작한 6.15선언은 지난 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로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전면 차단하면서 급격히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해마다 남북이 함께 열었던6.15공동선언 기념 행사도 남측 야당과 진보 단체 중심의 민간행사로 전락했습니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가운데 열린 올해 기념행사는 민주당 등 야권과 6.15공동실천남측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진각에서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6.15선언이야말로 남북 대결의 역사를 화해의 역사로 바꾼 것이라며 6·15선언을 이행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입니다.

"지난 10년 민주 정부의 화해협력과 햇볕 정책은 옳았습니다. 그리고 6.15정신은 옳았습니다. 10.4합의는 지켜져야 합니다. 다시 부활해야 합니다."

당초 개성을 방문해 남북 공동 대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한국 정부의 방북 불허 방침으로 무산되자 규탄 성명도 발표했습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김상근 대표입니다.

" 6.15 10.4를 지금이라도 계승해야 합니다. 이젠 훈풍이 불어야 합니다. 훈풍은 바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금강산 관광, 민간교류와 남북경협의 재개입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3백여 명의 인사들은 '6.15 선언을 이행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통일대교 남단에서 1백여 미터 거리 행진도 벌였습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6.15 공동 선언의 주역들도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의 대결정책으로 한반도평화와 북방경제, 이산가족의 소망을 잃었다"며 지금이라도 남북이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도 전 매체를 동원해 6.15정신을 계승할 것을 촉구하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14일 열린6·15선언 11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자주통일의 그날까지 추켜들어야 할 공동의 통일 대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는 6.15선언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합의는 존중하지만, 공동선언에서 약속했던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북한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도 6.15 정신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북한 역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천안함 사태 등에 대해 사과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한국 정부가 보다 유연한 접근을 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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