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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공식 시장 확대, 상당한 사회적 변화 초래


북한에서 장마당 같은 비공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적지 않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여성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배우자를 찾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평화연구소 USIP의 캐슬린 퀘스트너 연구원은 북한에서 장마당 같은 비공식 시장에 참가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여성들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퀘스트너 연구원은 19일 USIP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여성 탈북자의 75% 이상이 시장 활동을 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북한 여성들이 과거와는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전통적 유교사회에서 제한적인 역할에 그쳤지만, 심각한 경제난과 자연재해 등을 겪으면서 사회적 역할이 확대됐다는 것입니다.

퀘스트너 연구원은 이로 인해 여성들의 삶이 향상됐지만, 동시에 국가가 제공하던 기본적인 사회서비스 마저 여성들이 담당하게 되면서,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2가지 역할을 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 NK’의 박인호 대표는 북한 여성들의 경제적 활동이 늘면서 여성들의 독립심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수입이 남자들의 수입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남성들이 쓸모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혼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 대표는 또 젊은이들 사이에서 배우자를 찾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미인이나 출신성분을 중시했던 북한 남성들이 지금은 장사할 수 있는 여성, 돈 버는 능력이나 지식이 있는 여성을 더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남성 중심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박 대표는 말했습니다.

“현재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중요한 일을 남성들이 결정을 하려고 하죠.”

한국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연구원은 여성들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가정 내에서 새로운 협력체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적 수입에 따라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 연구원은 북한 정권도 시장의 주요 참가자이자 수혜자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시장경제 확대에는 주민들 뿐아니라 정권도 함께 참가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입니다.

박 연구원은 북한 정권은 시장독점권을 권력기관에 나누어 주면서 그에 따른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내부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은 주기적으로 시장에 대한 통제에 나서고 있다고, 박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데일리 NK의 박인호 대표는 탈북자들이 북한에 보내는 돈이 북한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습니다. 송금 액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생활비로 쓰일 뿐 경제 활동에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박 대표는 비공식적인 송금 체계가 북한으로 돈을 보내는 통로일 뿐 아니라 각종 정보와 의사 소통이 이뤄지는 통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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