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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0주년 특집] 잊혀지지 않은 전쟁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반도가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된 지 5년 만에 발생한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양분 된 공산 진영과 자유 진영 간 대리전의 성격을 띈 분쟁으로, 이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 축으로 하는 동서 간 냉전이 본격화 됐습니다. 미국은 북한 공산군의 불법 남침으로 시작해 3년 간 계속된 한국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했고, 미국 외에도 전세계 15개국이 유엔의 깃발 아래 남한을 지원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9회에 걸쳐 한국전쟁을 되돌아 보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일곱 번째로 정주운 기자가 `잊혀지지 않은 전쟁’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 중심부의 한국전쟁 기념관. 작은 공원처럼 꾸며진 이 기념관에는 적진을 향해 나아가는 미군 병사 19 명의 모습을 형상화 한 조형물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크기가 각각 2미터 20센티미터가 넘는 19 명의 완전무장 병사들은 암석과 나무덤불로 가득한 험한 길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힘겹게 걷고 있습니다.

병사들의 조형물 앞으로 고요히 흐르는 ‘기억의 연못’ (pool of remembrance) 앞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유엔 병사들의 수가 검은 화강암에 새겨져 있습니다. 당시 사망한 미군은 5만 4천 2백46명, 부상한 미군은 10만 3천 2백 84명, 포로로 잡히거나 실종된 미군은 1만 5천 3백 17명...

‘기억의 연못’ 오른쪽에는 ‘Freedom is not free,’ 즉 ‘자유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역시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벽에 새겨져 있습니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 날 누리고 있는 자유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 문구 옆으로는 실존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듯한 벽화가 이어집니다. 전쟁 당시 공군으로 참전했던 한 병사는 전투기를 어루만지며 웃고 있고, 또 다른 병사는 다른 전우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기념관은 휴전협정 체결 42주년을 맞은 지난 1995년 7월 27일,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돼, 미국 국가 사적으로 등록됐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이곳에는 미 전역과 세계 곳곳에서 매년 평균 3백만 명의 방문객들이 찾아옵니다.

미 서부 몬태나 주에서 온 40대 여성, 태미 비어드 씨는 한국전쟁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기념관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마이클 캐턴혼 씨는 동부 뉴욕에서 왔습니다.

한국전쟁은 많은 미군이 희생된 미국 역사의 중요한 일부라는 말입니다.

한국전쟁 기념관 외에도 미국 내 곳곳에는 한국전쟁을 기리는 다양한 단체들이 있습니다.

미 중서부 미주리 주 인디펜던스 시에 있는 한국전쟁연구센터는 지난 1989년 12월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한국전쟁과 관련한 각종 문서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의 설립자이자 선임 연구원인 폴 에드워즈 박사의 말입니다.

“6.25 당시 서울 남부 외곽지역에서 전투에 참여했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글을 쓰고 싶어 6.25 관련 문서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20만 개의 문건과 1만 권에 달하는 도서, 일기, 편지, 메모, 지시문, 지도, 사진 등을 모았습니다.”

올해 77살인 에드워즈 박사는 그 동안 문서 수집 작업이 잘 이뤄졌다며, 앞으로 아들에게 이 일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협회도 있습니다. 지난 1985년 뉴욕의 몇몇 참전용사들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을 설립할 목적으로 모금 활동을 돕기 위해 모였던 것이 이 협회의 시작이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협회의 윌리엄 맥스웨인 회장은 이 모임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대변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협회는 현재 미 전역에 2백 50여 개의 지부를 두고 있고, 1만 8천 명에 달하는 회원이 가입돼 있습니다. 회원들은 주로 미국 내 각 지역을 돌며 한국전쟁에 대해 가르치고, 매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올해 79살로, 6.25 당시 20살 나이에 철원에서 싸웠다는 맥스웨인 회장은 한국전쟁 참전은 미국의 안보를 위해 매우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미 중서부 일리노이 주의 대도시 시카고에는 현재 한국전쟁 박물관이 건립되고 있습니다.

6.25전쟁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 차원에서도 매년 특별성명과 결의안 등을 통해 기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은 올해의 경우 의회는 상하 양원이 각각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미-한 동맹관계를 강조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의결했습니다.

미국인들은 텔레비전 연속극이나 영화를 통해서도 6.25 전쟁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의관들의 이야기를 그린 텔레비전 연속극 'MASH'는 지난 1972년 시작해 1983년까지 방송됐고, 지금도 여러 방송사를 통해 재방송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방송분은 1억 5백만 여명이 시청하면서, 미국 텔레비전 연속극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이처럼 6.25 전쟁이 발발한 지 반세기가 지난 오늘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라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미군 참전용사들의 가슴 속에 한국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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