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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50년만에 농산물 판매 허용-북한은?


쿠바가 농민들의 농산물 판매를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과 함께 지구상 마지막 공산국가인 쿠바가 계획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로 돌아서는 것인데요. 쿠바가 개혁을 추진하는 배경과 의미를 최원기 기자와 알아봅니다.

문) 쿠바 정부가 농업 분야에 대한 개혁 조치를 발표했다고요?

답)네, 쿠바 정부가 농산물 유통과 판매를 농민들에게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쿠바의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는 지난 21일 ‘농민들이 관광호텔과 식당에 농산물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고 보도했습니다. 쿠바가 50년만에 농산물 판매와 유통을 농민에게 허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문)쉽게 말해 쿠바 농민들이 자신이 기른 채소나 닭 같은 농산물을 직접 소비자에게 팔 수 있게 됐다는 얘기인데요, 그럼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답)가격도 자유화 하기로 했습니다. 전에는 국가가 농산물 가격을 일일히 정했는데요. 쿠바 정부는 이번에 새 법을 만들어 농민과 소비자가 가격 흥정을 통해 농산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문)쿠바도 북한처럼 협동농장제를 오랫동안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왜 이렇게 농민들의 농산물 판매를 허용한 것인지 궁금한데요?

답)쿠바 당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간 절차를 간소화 해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좀 풀어서 설명을 드리면요. 전에는 농민이 야채나 고기 같은 농산물을 생산하면 정부가 이를 전부 다 가져간 다음 이를 다시 식당이나 호텔에 공급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농민이 직접 식당에 판매를 허용함으로써 2단계에 걸친 농산물 유통 과정이 1단계로 줄어들게 됐습니다. 따라서 신선한 농산물이 바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것은 물론 복잡한 유통 절차에 따른 손실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문)쿠바가 경제개혁 조치를 취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답)네, 쿠바는 지난 10일에는 개인간 주택 매매를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는데요. 이런 농산물 판매와 주택 매매 허용 등의 조치는 지난 4월에 열린 6차 공산당 대회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당시 쿠바 공산당은 부동산과 자동차 매매 허용, 공무원 1백만 명 감축, 식량배급제 폐지, 해외여행 허용 등 3백 건이 넘는 개혁개방 조치를 담은 지침서를 채택했습니다. 이에 따라 쿠바 정부는 부동산 매매와 농산물 판매 허용 등의 조치를 하나둘씩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겁니다.

문)그렇군요. 지난 50년간 사회주의를 고집하던 쿠바가 이렇게 계획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배경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답)한 마디로 경제난 때문입니다. 쿠바는 관광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광이 중요한 산업인데요. 2008년부터 전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관광객이 줄자, 쿠바 경제도 자연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그러자 쿠바 당국도 어쩔 수 없이 경제개혁 조치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쿠바를 방문한 ‘미국의 소리’ 방송 기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미국의 소리 방송 기자는 쿠바경제가 갈수록 관광과 외국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며, 일반 주민들은 식량과 소비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최고 권력자가 교체된 것도 쿠바가 경제개혁에 나선 또 다른 요인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답)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쿠바를 50년간 통치해온 피델 카스트로가 물러나고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가 국가평의회 의장이 됐는데요. 새 권력자가 된 라울 카스트로로서는 경제난을 해결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쿠바의 권력 교체가 경제개혁의 한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쿠바 못지 않게 북한 사정도 궁금한데요. 북한에서도 농민들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나요?

답)북한 농민들도 텃밭에서 키운 고추와 호박 같은 농산물을 농민시장에 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쌀과 옥수수 (강냉이) 같은 곡물은 팔 수가 없습니다. 또 쿠바의 경우에는 개혁개방 조치를 정부가 나서서 취하는 반면 북한의 경우 정부가 마지못해 장마당을 허용하는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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