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의 김정일 유산 부각은 정치적 포석"


북한의 미사일 시험 (자료사진)

북한의 미사일 시험 (자료사진)

북한 관영 ‘노동신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대 혁명유산으로 핵과 위성, 새 세기 산업혁명, 민족의 정신력을 꼽았습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김 위원장의 3가지 유산에 대해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놨는데요.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남긴 최대 업적으로 역시 핵무장을 꼽았습니다. 핵 개발과 위성발사가 “대국들 틈에서 한 많던 약소민족의 가슴을 당당히 펴도록 해주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지만 김 위원장 체제 하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진전시킨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핵 군축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원심분리기 시설까지 갖추게 된 건 북한의 입장에선 업적으로 내세울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이 같은 발표가 김정일 위원장 우상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기구인 미국기업연구소 (AEI)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핵무장을 김 위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소개함으로써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외부에 천명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도 핵실험을 계속 해 나갈 것이며 핵무기를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 나가는 전략적 수단으로 쓸 것이라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두 번째로 꼽은 김정일 위원장의 최대 유산은 ‘새 세기 산업혁명’입니다. 이를 통해 “현대화의 새 역사, 지식경제시대의 민족의 앞날을 당겼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북한 전문가이자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칼럼니스트인 고든 창은 김정일 시대 북한 산업과 공업은 최대 유산으로 내세우기 무색할 만큼 퇴보를 거듭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을 북한사회 전체에 적용시켜선 안 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존 박 연구원은 북한이 ‘새 세기 산업혁명’을 김 위원장의 최대 유산 중 하나로 거론한 건 특정 지역과 분야의 도약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전반적인 경제의 낙후성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평양의 외관이 크게 개선됐고 평양 내 사치품과 소비재 공급이 활성화됐으며 대 중국 수출을 통해 광업 부문에서도 큰 진전이 이뤄졌다는 겁니다.

미국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소장은 북한이 김정일 시대에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손전화 보급 등이 확대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새 세기 산업혁명’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체제 하에서 북한식 ‘대약진’ 실현을 과시하기 위한 대안으로 핵무장에 이어 정보기술 분야의 발전을 유산으로 들고 나왔다는 겁니다.

페퍼 소장은 또 이 같은 성과가 북한 주민들의 희생 하에 이뤄진 만큼, 김정은 체제 하에서 다시 한번 도약을 위해 고삐를 죄자는 내부결속용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3대 혁명유산 중 마지막으로 꼽은 ‘김일성 민족의 정신력’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했습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존 박 연구원은 북한이 ‘김일성 민족의 정신력’을 강조한 건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유산을 훌륭히 계승해 김정은에게 넘기는 교량 역할을 수행했음을 뜻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권력에 안착해야 할 김정은을 ‘김정일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김일성의 손자’로 인식시키기 위한 속내가 자리잡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기업연구소 (AEI)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권력 세습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김일성 민족의 정신력’을 김 위원장의 최대 유산 중 하나로 내세움으로써, 김 씨 일가의 지배를 부각시켜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김정일 위원장의 3대 혁명유산을 소개한 `노동신문’은 김정은과 관련해 ‘백두산 혁명 가문의 계속혁명의 철학”을 강조함으로써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통치를 시사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