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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61주년 맞은 UNHCR, 탈북자 보호에는 미흡’


전세계 난민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 (UNHCR)가 14일로 설립 61주년을 맞았습니다. UNHCR은 그 동안 수많은 난민들에게 수호천사의 역할을 했지만 중국 내 탈북자 보호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 UNHCR은 분쟁과 기아, 자연재해 등으로 강제 이주된 지구촌 주민들, 그리고 박해를 피해 탈출한 난민들을 보호하는 유엔의 대표적인 기구입니다.

1950년 12월 14일 유엔총회의 결의로 탄생한 UNHCR은 현재 연간 30억 달러의 예산으로 전세계 1천 5백만 여 명의 난민과 강제 이주된 2천 7백만 명, 무국적자 6백만 명 등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구촌 주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이 기구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대표는 UNHCR 이 수많은 지구촌 주민들에게 생명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 대신 생명을, 박탈 대신 새 보금자리를, 질병 대신 건강을, 그리고 위험 대신 난민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UNHCR이 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베트남의 공산화를 피해 탈출한 보트 피플 (선상난민), 동독에서 오스트리아 등을 경유해 서독으로 탈출한 수 십만 명의 주민 등 많은 난민들은 UNHCR의 도움으로 새 안식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 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내 탈북자들은 UNHCR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난민이 아닌 비법 월경자로 간주해 강제북송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UNHCR대표는 지난 2006년 중국을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탈북자는 유엔난민협약에 근거해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굶주림과 열악한 경제 상황 때문에 탈출한 경제이주민이지만 본국에 송환됐을 때 박해와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는 겁니다.

중국은 구테레스 대표의 방문을 계기로 잠시 베이징 주재 UNHCR사무소의 탈북자 보호를 묵인했습니다. 그 결과 20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UNHCR을 통해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국의 이미지 관리와 인권을 유린한다는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비켜가기 위해 UNHCR의 탈북자 보호를 다시 불허했습니다. 그리고 단속을 강화해 수많은 탈북자를 체포해 북한으로 보냈습니다.

UNHCR은 이후 중국 내 탈북자 조사는 물론 보호 활동조차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빌 프레릭 난민국장은 국제사회의 의무를 집행하는UNHCR이 매우 수동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중국의 벽 때문에 과거에도 탈북자가 UNHCR 사무소에 들어와야 보호 활동을 하는 등 제한된 역할만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UNHCR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탈북자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조용히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UNHCR은 탈북자 외에 다른 나라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과 협력해야 할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중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은 지난 2007년 중국 내 탈북자 관련 보고서에서 국제난민협약과 비준국의 국내법이 상충되는 부분들이 있어 협약을 강제하기 힘든 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조-중 변계조약 같은 국가와 국가간 쌍방협약은 국제법을 넘어설 수 없음에도 정부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미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의 양자 대화에서 탈북자 보호를 계속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국제법을 준수해 탈북자들이 UNHCR의 보호를 받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 내 탈북자 상황에 개선 조짐은 거의 없습니다.

세계 주요 도시의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서는 올해도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인권단체들과 한인들의 시위가 계속됐습니다.

중국 내 탈북자들이 언제쯤 베트남 난민들처럼 UNHCR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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