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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파키스탄 군 장성에게 50만 달러 뇌물’


북한이 핵 개발과 관련해 파키스탄의 군 장성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90년대 중반부터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 기술을 습득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북한이 파키스탄 군 장성에게 뇌물을 주려고 했다고요?

답) 네, 파키스탄의 한 TV방송이 11일 보도한 내용인데요. 지난 1990년대 파키스탄 군 정보기관 책임자와 육군참모총장 등을 역임한 지아우딘 부트 씨는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자신에게 50만 달러를 뇌물로 주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언제, 어디서 뇌물을 주려고 했다는 것인지,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답) 네, 지아우딘 부트 씨는 지난 90년대 중반 파키스탄 군에서 전략 문제를 다루는 부서의 책임자로 근무했는데요. 하루는 ‘강’ 씨라는,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 무관이 자신의 사무실로 와서 50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을 주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래서 그 돈을 받았나요?

답) 결론부터 얘기하면 부트 씨는 그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부트 씨는 이 사실을 즉각 상관이자 합참의장인 카라마트 장군에게 보고했고, 이어 베나지르 부토 당시 파키스탄 총리에게도 보고 됐다고 합니다. 이후 부토 총리의 지시에 따라 2-3일 뒤에 라발핀디에 있는 파키스탄 육군정보국 사무실에서 알리 쿨리 칸 당시 정보국장과 부트 씨가 입회한 가운데 돈을 ‘강’ 씨에게 돌려줬다고 부트 씨는 말했습니다.

문) 뇌물을 건넨 ‘강’ 씨라는 북한 사람의 신원이 밝혀졌나요?

답) 강 씨는 90년대 중후반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했던 강태윤 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강태윤은 북한과 파키스탄간의 핵과 미사일 거래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 이전에도 강태윤이 파키스탄 군 장성들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보도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답) 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올 7월 초에 보도한 내용인 데요, 당시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전병호 비서는 지난 98년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에게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 서한에서 전병호는 ‘강태윤이 카라마트 당시 파키스탄 참모총장에게 3백만 달러를, 그리고 50만 달러와 다이아몬드를 줄피카르 칸 당시 중장에게 전달했다’며 ‘항공기 편으로 파키스탄에 미사일을 보낼 테니 그 비행기 편으로 핵 기술 자료와 부품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이 상당히 집요하게 파키스탄에 뇌물 공세를 펼친 것 같은데요, 북한이 이렇게 거액의 뇌물을 주면서 파키스탄으로부터 얻어 내려 한 것은 무엇일까요?

답) 전문가들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 기술을 도입하려 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칸 박사는 지난 90년대부터 10여 차례 북한을 드나들면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설계도를 북측에 넘겨줬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 한 가지 궁금한 것은, 90년대 중반이면 북한은 이미 영변에서 플루토늄 핵 시설을 가동하고 있었을 때인데요. 북한이 왜 파키스탄에서 우라늄 농축 기술을 도입하려 했을까요?

답) 전문가들은 북한이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파키스탄에서 우라늄 농축 기술을 도입하려 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플루토늄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영변 핵 시설이 폐쇄될 경우에 대비해 별도의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하려 한 것 같다는 설명입니다.

문) 그렇다면 파키스탄은 북한에 핵 기술을 건네 주고 그 대가로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요?

답) 파키스탄은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도입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파키스탄은 우라늄 농축 기술은 앞섰지만 미사일 분야는 북한보다 뒤쳐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 만일 이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90년대 후반부터 이미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를 위반한 것 아닌가요?

답)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94년10월 체결된 제네바 기본합의는 북한이 모든 핵 활동을 중단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90년대 중반에 칸 박사 등을 통해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을 위한 기술과 장비를 들여왔다면, 북한이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일찍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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