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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2]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현황과 문제점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 이후 각국의 군사.정보 당국이 북한의 핵 소형화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의 핵탄두 개발이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배경과 북한의 관련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보는 특집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의 핵탄두 개발 현황을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알아 보겠습니다. 보도에 백성원 기잡니다.

한 나라의 핵 능력은 탄두의 소형화 기술과 개수로 평가합니다. 이 때문에 핵실험을 실시한 나라는 예외없이 핵폭탄의 소형화, 경량화를 추구했습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두 차례 핵실험을 했으며, 두 번째 실험에서 첫 번째의 2~3배의 위력이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계속 향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가능성의 영역일 뿐 사실로 입증되긴 매우 어려운 사안입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22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과거 미 중앙정보국 (CIA) 한반도 담당관으로 일할 당시 북한의 핵 능력을 추측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며, 북한 핵 소형화 수준 역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확증이 없을 뿐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기술을 갖고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합니다.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기술적 가능성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영국 군사정보회사인 'IHS 제인스'의 조셉 버뮤데즈 연구원은 22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핵 소형화는 북한의 핵, 군사, 산업 기술로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그러나 미사일에 장착한 핵탄두가 실제로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인지는 핵 소형화 능력이 있다는 것과 완전히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스커드 미사일에 올릴 수 있는 기술은 분명히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실전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겁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22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역량을 갖춘 것은 맞지만, 핵탄두가 과연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일부에서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 사실 등을 믿지 않았던 것처럼, 확증이 없다는 이유로 북한의 핵 소형화 능력 자체를 부인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시 박사의 예측은 더욱 구체적입니다.

닉시 박사는 22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소형 핵탄두 제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며 그 시한을 1년에서 3년 이내로 잡았습니다.

닉시 박사는 북한이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A.Q. .칸 박사로부터 소형 핵탄두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밝히고, 현재 핵탄두에 활용할 고농축 우라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뿐 이는 곧 해결될 문제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논의가 군사.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 군사기술 자문관을 지낸 마가렛 코살 조지아 공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코살 교수는 22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 이후 근거없는 폭발 추정치들이 제시됐을 뿐,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진전을 이뤘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위해 북한의 핵폭탄 소형화와 미사일 기술을 과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핵공학자들은 대체로 폭탄을 만드는 기술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60년 이상 된 기술인만큼 첨단기술로 볼만한 부분이 드문데다 구체적인 내역도 대부분 공개돼 있기 때문입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그 점을 지적하며 핵 소형화를 추진한 지 15년이 넘는 북한이 충분히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은 따라서 북한의 핵 소형화 능력 여부를 가늠하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북 핵이 동북아를 비롯한 전세계 안정과 평화에 위협이라는 인식 아래 이에 대처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의 고민은 북한의 핵 소형화 계획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묘안이 달리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세계 경제망에 편입돼 있어 주변국들의 동향에 비교적 민감한 이란 핵 문제보다 북 핵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고 진단합니다.

이미 핵무기까지 보유한 북한의 핵소형화 과정을 되돌릴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래리 닉시 박사도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합니다.

닉시 박사는 미국이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탄두 개발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핵 계획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핵무장을 추구하는 나라들은 핵분열 상태와 폭발력을 확인하는 1, 2단계를 거쳐 소형화라는 3단계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확보해 왔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북한이 또 한 차례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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