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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24시] 미국 대법원 새 회기 주요 판결, 공화당 릭 페리 인종문제 쟁점 등


미국의 주요 뉴스를 알아보는 ‘워싱턴 24시’입니다. 미국 연방최고법원이 새 회기를 시작한 가운데 건강보험개혁법과 이민강경법에 대한 판결이 최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대권 주자 릭 페리 주지사가 최근 인종문제에 휘말려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밖에 점차 확산되고 있는 뉴욕의 청년 시위 등 오늘도 다양한 소식들을 천일교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미국 사법 기관이 새 회기에 내놓을 대표적인 판결, 아무래도 연방정부와 주 정부들의 소송이 진행중인 건강보험개혁법과 이민강경법이 되겠죠?

답) 그렇습니다. 이미 전해드린 것처럼 오바마 행정부가 건강보험 개혁법에 대한 위헌 심사를 제청하지 않았습니까? 예상대로 내년 6월쯤 어떤 결과가 나오냐에 따라 마침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또 이민강경법은 각 주 정부들이 이민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요. 각 주마다 다양한 판결이 나왔었고, 연방정부가 패소한 일부지역에서도 이민옹호 단체들에 의해 새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 큰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 그런데 애리조나 주와 함께 대표적인 이민 강경법 시행으로 알려진 앨라배마 주에서는 공립학교에 중남미계 학생들이 대거 입학하지 않아 교실에 빈 자리가 늘고 있다고요?

답) 네. 앨라배마 주 역시 이민단속법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었는데요. 지난달 30일 연방 순회법원이 주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중에는 각급 학교에서 입학생들의 체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됐는데요. 이번 판결로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면서 불법 체류 가정의 자녀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입학 등록을 꺼린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가 다시 항소를 제기한 상태인데요. 연방 항소법원이 또 다시 어떤 판결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또 어떤 판결들이 새 회기의 주된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까?

답) 종교의 자유 문제도 큰 쟁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이슬람교도와 관련해서 일반 직장에서 그들의 종교 의식을 보장해 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에 5차례씩 기도하는 이슬람교의 특성상 미국 내 직장에서는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은데요.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슬람 신도들의 주장입니다. 이와 함께 경찰이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 그리고 교도소에 경범죄 수감자에 대한 처리 등 인권과 관련한 사법 당국의 형사 제도 역시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밖에 여전히 각 주 별로 결정되고 있는 동성혼 인정 문제를 놓고도 대법원에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 보죠. 지난 주말 뉴 햄프셔 주에서 공화당 대선 예비 후보들의 합동 토론회가 또 다시 펼쳐졌죠?

답) 그렇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아직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연합 공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역시 텍사스 주가 불법 체류 자녀들에 대한 학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대해 다른 후보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는데요. 페리 주지사는 이에 대해 불법 체류로 추방된 부모들로 인해 오갈 데 없는 자녀들에게 학비 부담을 줄여주고자 텍사스 주민들에게 부여되는 등록금 수준을 적용하게 된 것이라며 동정론을 앞세웠습니다.

) 그런데 릭 페리 주지사가 최근에는 돌연 인종주의 문제에 휘말리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답) 릭 페리 주지사의 고향 텍사스 서부에 있는 가족 사냥터의 이름이 때아닌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 곳은 지난 20여년 간 페리의 가족은 물론 지인이나 정치계 유력 인사들이 초청돼 사냥을 즐기던 곳인데요. 어처구니 없게도 그곳 입구 표지석 바위에 흑인들을 비하하는 표현인 ‘니거 헤드(Niggerhead)’라는 영문 글자가 적혀 있다는 것입니다.

) ‘니거(Nigger)’라는 표현은 이제는 미국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말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한국말로는 ‘검둥이’ 쯤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요. 과거 흑인을 노예로 부리던 백인들이 마치 동물과도 같이 취급하며 경시적으로 사용한 욕설과 같은 표현입니다. 아마도 미국에서 지금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면 당장 흑인들에 의해 인종주의자로 소송을 당하게 될 수도 있어 현재는 모두가 금기시하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니거 헤드는 사전에 ‘씹는 담배’라는 뜻 등으로 나와 있고 흑인에 대한 비하의 뜻은 명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냥터의 이름에 정확히 어떤 뜻으로 쓰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 그런데 그런 문구가 왜 릭 페지 주지사의 가족 사냥터에 적혀 있었던 것입니까?

답) 페리 주지사 측은 1984년 처음 이 사냥터를 임대하면서 자신의 부모가 페인트로 그 같은 표현을 적었다가 후에 문제가 돼 이를 지웠다고 하지만 아직도 어떤 문구인지 그대로 알아 볼 수 있다는 현지 주민과 방문객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곳 주민들은 아직도 그 사냥터를 니거 헤드로 부르고 있는데요. 표지석의 일부 글자들이 흰색 페인트로 덧칠해 지워진 흔적은 있지만 여전히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마침 공화당 대권 주자들 가운데는 흑인 예비 후보도 포함돼 있는데, 역시 페리 주지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군요?

답) 그렇습니다. 공화당 대선주자 가운데 유일한 흑인으로 최근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허먼 케인 ‘갓파더스 피자’ 창업자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는데요. 그는 폭스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릭 페리 주지사의 사냥터 명칭은 미국의 수많은 흑인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허먼 케인 후보는 지난 주 공화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플로리다 주의 비공식 예비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인물인데요. 그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지지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 릭 페리 주지사 입장에서는 안그래도 최근 그의 거친 입담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악재를 만났다고 볼 수 있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페리 주지사는 이미 연방 은퇴 보험 제도에 대해 일종의 다단계 사기 행각이라고 해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지나치다는 평을 받았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불법 이민자 학비 지원에 반대하는 후보들에게는 ‘가슴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독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종 문제까지 터지고 만 것인데요. 일단 이로 인해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경쟁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 앞서 뉴 햄프셔 합동토론회 소식을 전해주셨는데, 뉴 햄프셔 주의 경우 플로리다 주의 변칙적인 조기 경선 일정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네. 플로리다 주 공화당 의원들이 지난 대선에 이어 올해도 자체 경선 일정을 앞당겨서 내년 1월 31일에 실시하기로 결정을 했는데요. 가장 앞서 최초의 경선을 치르겠다는 플로리다 주의 야심에 뉴 햄프셔 주가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뉴 햄프셔 주 공화당 의원 모임에서는 만일 플로리다 주가 경선을 1월 말에 예정대로 치른다면 자신들은 올해 12월 성탄절 시즌에 경선을 크게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 오늘 마지막 소식인데요. 뉴욕에서 젊은이들이 또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여서 수백명이 경찰에 연행됐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심장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사회 경제정의를 부르짖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에는 허드슨 강을 가로지르는 브루클린 다리 위에서 농성을 벌이던 시위대 7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시위자들의 수도 수 천명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 시위 가담자가 그만큼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 시민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고 하죠?

답) 네. 이 같은 월가의 시위대는 맨해튼 금융지구에 진을 친지 이미 3주째로 접어들었는데요. 이들의 뜻에 공감한 일부 시민들이 음식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병원과 전기 시설까지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월가를 점령하라’는 이름의 자체 인터넷 웹사이트와 신문까지 발행하면서 여론 몰이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 미국 젊은이들의 그 같은 시위 규모가 확대될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까지 확산되는 분위기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위대 규모가 불어날 뿐 아니라 이제는 뉴욕을 넘어 동부의 보스턴과 중서부, 시카고,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에서까지 동조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시위 내용도 경제 부조리뿐 아니라 사회 불평등과 기후 변화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시위 참가자도 이제는 대학생을 넘어 여러 연령대와 교사나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 당장 뉴욕 경찰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급기야 경찰 간부들까지 시위 진압에 모두 투입됐다는 소식이군요?

답) 네. 흔히 내근직으로 알려진 뉴욕의 경위 이상 간부 경찰관들까지 시위 진압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지난 주말 브루클린 다리 시위 진압 과정에 경찰 간부들이 청년들을 연행하는 사진이 언론에 실리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이번 시위에 대한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시위자들은 미국의 경제위기는 탐욕스런 투기꾼들의 탓이라며 증권가 등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 24시’의 천일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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