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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만성적인 북한 전력난 – 2. 북한 당국의 대처와 해결방안


평양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북한 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 사령실 (자료사진)
평양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북한 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 사령실 (자료사진)

북한이 극심한 전력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했던 수도 평양 마저 수 년 만에 최악의 전력난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전력난을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 당국이 전력난 해결을 위해 취한 조치들과 한계, 해결 방안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보도에 이연철 기자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북한 신년 공동사설] “우리는 어떻게 하나 긴장한 전력 문제를 선차적으로 풀어야 한다.”

북한은 올해도 신년 공동사설에서 만성적인 전력난 해결을 핵심 과제의 하나로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이 같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전력난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전력난을 겪기 시작한 것은 1970년 후반이었습니다. 경제가 기울면서 더 이상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할 수 없었고, 기존 발전소는 설비가 낡아 전력생산량이 떨어졌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한국전기연구원의 윤재영 책임연구원은 이 때 북한이 눈을 돌린 것은 원자력 발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그래서 80년대 초반에 북한하고 구 소련하고 지금 신포원자력 지을려고 하는 자리에 원래는 구 소련의 원자로 2기 2백만 KW를 건설하기로 북한과 소련이 협정을 맺었습니다.”

북한은 1985년 구 소련의 지원을 받아 원자력 발전소 4기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중단됐습니다.

북한은 또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에 따라 원자로를 포기하는 대신 경수로 2기를 받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북 핵 위기가 악화되면서 무산됐습니다.

그 다음으로 북한이 시도한 것은 중소형 발전소 건설이었습니다. 초기에는 50KW에서 1백KW 용량의 아주 작은 발전소가 주로 건설됐지만, 나중에는 1천KW에서 2만KW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지방의 전력을 자체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건설한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이 중소형 발전소들은 하천의 낙차를 이용해 발전하는 수력발전소가 대부분이었고, 그 밖에 풍력발전소와 메탄가스 발전소, 공장의 폐열을 이용한 발전소도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잠시 전력난이 완화되는 듯 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정우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수 천 개의 중소형 발전소를 건설했지만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그게 기술도 상당히 많이 요하는 설비들인데, 설비도 좀 낙후돼 있을 테고 유지 보수도 제대로 안 될 것이기 때문에, 사실 수 천 개 지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북한의 전력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안 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는 사이에 북한의 전력난은 점점 더 악화됐습니다. 주민들은 저녁식사 시간 만이라도 전기가 제대로 들어왔으면 했지만, 그런 바람마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당국의 의무인 전기 공급이 오히려 주민들에 대한 배려로 변하는 일까지 생겼다고, 서울의 탈북자 김승철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탈북자] “ 배려전기라는 게 있습니다. 전기가 안오는 것은 당연한 건데, 김정일이 주민들을 배려해 보살펴서 혜택을 베풀어 전기를 준다 이거죠.”

북한은 2000년대 들어 중소형 발전소 건설 정책을 폐기하고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특히 지난20년 사이 최대 규모 공사로 불리는 희천발전소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희천발전소 공사는 2001년에 시작됐지만 경제난 등의 이유로 사실상 방치되다가, 2009년 3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인 공사가 재개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10년 걸리는 공사를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인 2012년까지 3년 안에 모두 마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국가적 역량이 희천발전소 건설에 집중되기 시작했고, 현장의 근로자들을 독려하기 위한 노래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녹취: 북한 노래-희천의 불빛] “땅 위에는 어둠이 깃들고 언제 위엔 칼바람 세차도 꺼질 줄 모르는 희천의 불빛 건설자의 열정인가 빛나네.”

북한 관영매체들은 희천발전소가 완공되면 수도 평양에 불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천발전소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은 30만KW로, 북한 전체 생산량의 10%, 필요량의 5% 정도에 불과해 전력난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지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희천발전소 건설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어 부실공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윤재영 책임연구원은 대형 수력발전소 건설도 북한 전력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전반적으로 발전기자재의 품질이 엄청나게 낮고, 두 번째는 노동력이든 설비기자재든 품질이 엄청나게 저하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기자재를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형편입니다.”

오랫동안 북한의 에너지 분야를 연구해 온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폰 히펠 연구원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양하게 노력한 것은 평가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성과는 별로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폰 히펠 노틸러스 연구소] "The government does its best to fix what it can…"

폰 히펠 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정치적인 환경 때문에 외부 세계로부터 전력체계를 재건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점이 한계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발전설비용량이 7백만 KW는 돼야 하는데, 북한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정우진 선임연구위원은 유일한 방법은 외부의 투자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외국 투자를 받아야 되는데, 자력으로는 투자를 못하니까, 외부에서 투자를 해 줘야죠. 발전소를 지어준다든지 송전망을 개선해 준다든지 석탄을 공급해 준다든지 이러면 전력난이 좀 나아지겠죠.”

정우진 위원은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외국의 투자를 막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틸러스연구소의 폰 히펠 연구원은 북한이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폰 히펠 노틸러스 연구소] "The problem is very difficult problem..."

폰 히펠 연구원은 북한 전력난 해결이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일단 핵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 단위에서 지역 전력망을 재건하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고, 발전설비나 송전망을 개선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폰 히펠 연구원은 또 북한이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에너지 지원을 받는 것도 전력난 해결의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

진행자) 북한 전력난의 실태와 원인, 북한 당국의 대처와 한계, 해결 방안 등을 살펴 본 기획보도, 오늘 순서로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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