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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개성공단의 노동환경 - 2. 국제기준과 대북권고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 (자료사진)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 (자료사진)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기 시작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개성공단의 노동환경은 그동안 줄곧 논란의 대상이 돼 왔는데요, 이와 관련해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두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국제적인 노동기준과 북한에 대한 권고사항을 전해 드립니다. 이연철 기자입니다.

[녹취: 효과음] “금호타이어 노조가 밤샘협상 결렬로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 10여 시간 만에 노사간 협상이 전격 타결됐습니다.”

한국에서 해마다 근로자들과 회사 측 간의 임금협상이 벌어지는 봄철에 종종 들을 수 있는 뉴스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근로자들이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일 수 있는 것은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회사 측과 단체협상을 할 권리와, 협상이 결렬될 경우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권리가 확실하게 보장돼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 ILO는 모든 나라 모든 사업장에서 지켜야 하는 핵심 노동기준으로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보장을 들고 있습니다.

[녹취: ILO 홍보비디오] Workers and employers are in effect most precious assets.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가 경제성장과 사회번영, 그리고 정치적 안정을 위한 매우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ILO 협약 제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은 국가가 그 같은 권리를 방해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 ILO 협약 제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은 더 나아가 국가가 단체교섭을 독려하고 향상시킬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ILO에 따르면 결사의 자유의 핵심적인 요소는 근로자들이 노동조건에 관해 사용자와 자유롭게 협상할 권리입니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이나 다른 합법적 수단을 통해 그들이 대변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환경과 노동환경의 향상을 추구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ILO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상황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동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개성공단 노동규정은 국제적 노동보호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슨 휴먼 라이츠 워치 동아시아 부국장] In both cases, North Korean workers at KIC do not have that rights.

로버트슨 부국장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근로자들이 직접 결성한 노동조합을 통해 개성공단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권리를 다루기 위해 지난 2003년에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제정했습니다. 이 노동규정에 채용계약과 취업규칙, 근로시간과 휴가, 보수, 기본적인 근무환경 등 일부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권리가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 ILO의 핵심적인 협약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습니다. 노동조합의 설립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지 않았고,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단체교섭이나 파업 같은 문제도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이 밖에도 개성공단 노동규정에는 남녀간 성차별과 성희롱 금지 조항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필 로버트슨 휴먼 라이츠 워치 동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북한이 아직도 국제노동기구 ILO에 가입하지 않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의 하나라면서, 북한은 즉각 ILO에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로버트슨 휴먼 라이츠 워치 동아시아 부국장] We think North Korea should immediately join the ILO.

북한 정부는 즉각 ILO에 가입한 뒤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같은 ILO의 핵심적인 협약들을 비준해 북한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 근로자 뿐 아니라 북한의 다른 모든 근로자들도 가장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이 밖에도 북한 당국에 ILO 관계자들을 초청해 근로자 권리 보호와 향상 문제를 논의하고, 국제기준에 맞도록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개정한 뒤 새로운 규정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는 또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들이 한국 기업인 만큼 한국 정부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며, 개성공단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북한 근로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의 다국적 기업지침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의 단체인 개성공단 기업협회의 유창근 부회장은 국제 인권단체들에게 좀 더 인내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녹취: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 문화를 단계별로 하나 하나 씩 해결해 나가는 인내심도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거기에 맞게끔 단계별로 성장하는 것을 기다리면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 줬으면 좋겠는데…”

유 부회장은 중국의 대표적인 공단인 심천공단이 제대로 자리잡는데 10년 이상 걸렸다며, 개성공단은 이제 7년차를 맞은 만큼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기대 이상으로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

진행자) 개성공단의 노동환경을 살펴보는 두 차례 특별기획, 오늘 순서로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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