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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기독교 단체, 외부평가 엇갈려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강영섭 위원장 (자료사진)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강영섭 위원장 (자료사진)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조그련) 강영섭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이 단체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습니다. 남북한 교회 간 교류와 화해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과 북한 정권의 기독교 탄압을 가리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강영섭 위원장이 이끌어온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은 북한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유일한 공식기구입니다. 이 단체는 강 위원장의 아버지이자 김일성 전 주석의 외종숙인 강량욱 목사가 지난 1946년 창립한 북조선기독교연맹이 모체로 현재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기구로 알려져있습니다.

한국 최대의 기독교단체인 보수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기총) 인권위원장인 김양원 목사는 한국에서 조그련에 대한 평가가 양분돼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양원 목사] “평가는 양분돼 있습니다.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조그련이 그래도 기독교를 북한의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성경이나 예수에 대해 지식적으로 알리는 역할은 했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그들이 하는 잘못된 행태 때문에 아예 폐쇄하고 없어지는 것 보다는 그래도 존재하면서 기독교를 북한 동포들에게 알리는게 더 낫지 않겠나.”

한기총 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조그련과 교류협력 활동을 해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KCCK)는 강 위원장을 추모하는 예배를 다음 달 1일 서울에서 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조그련이 삼위일체 하나님과 주기도문, 사도신경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로 인정하고 교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영섭 위원장과 그가 이끌어온 조그련은 대남 선전선동과 외화벌이를 하는 노동장의 전위단체이므로 평가할 것이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일제 강점기 시절에 신사참배를 거부한 기독교인들이 세운 고신대학의 임창호 교수는 조그련이 진실을 가리는 가짜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임창호 교수] “진실된 북한의 지하 성도들이나 한국에서 북한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짜 채널을 통해 계속 막아왔다는 점에서 볼 때 한국 기독교사에서 크게 평가할 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 (강영섭)의 죽음을 통해 참된 교회들이 (북한 실상에) 눈을 뜨고 북한의 지하교인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그련에 대한 논란을 떠나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집안이 기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북한 기독교 대표 역시 세습되고 있다는 현실을 아는 북한인들은 매우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남북 기독교 연구가들에 따르면 김일성의 어머니인 강반석은 독실한 기독교 권사였고 그의 아버지인 강돈욱은 장로교회 장로였습니다. ‘반석’은 예수의 수제자인 베드로의 한국식 이름이었고 평양의 칠골교회는 어머니의 이름을 따 반석교회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또 김일성의 아버지인 김형직 역시 기독교계 학교인 ‘숭실학교’ 졸업생이었고 김일성은 스스로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서 인생의 스승이 목사인 손정도 씨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김일성이 기독교의 진리와 논리를 통치에 악용해 우상화를 강화했다고 지적합니다. 기독교의 십계명은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으로, 삼위일체는 수령 부자와 주체사상, 회개기도는 생활총화, 설교는 교시, 성탄절은 태양절로 탈바꿈 됐다는 겁니다.

한국 북한선교연구원의 조용관 박사는 그러나 조그련과 북한 교회들이 가짜라고 해서 존재 자체를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북한선교연구원 조용관 박사] “(북한에서)가짜 목사 얘기 듣고 성령이 역사해서 예수 믿는 사람이 나온다는 거예요. 또 조그련과 남한 교회들이 협력하지 않았습니까? 그 바람에 북한에서 조그련의 입장이 강화됐다는 거예요.”

한국 교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조그련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남북 기독교 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고 기독교인들의 사랑을 북한에 전할 기회들도 많아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탈북자 출신인 한국 새터교회 강철호 목사는 북한 정부의 거짓말에 기독교인들이 계속 속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한국 새터교회 강철호 목사] “기독교란 허울 좋은 가면을 쓰고 지금까지 많은 교회들을 교섭하며 후원이란 명목으로 돈을 받아 김정일의 비자금을 만들어준 곳이 조그련입니다. 또 강영섭은 목사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그가 목사였다면 기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처형 당하고 탄압 받는 사람들을 지금까지 다 내버려 둘 수 있습니까?”

강 목사는 과거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던 북한의 수많은 기독교인들을 살해하고 탄압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누가 위장한 채 거짓말을 하는지 똑바로 판단한 뒤 움직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국내 5백여 개 가정교회에서 1만 3천 명의 기독교인들이 자유롭게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 등 국제 인권보고서들은 북한 정부가 종교자유를 명시한 헌법과 달리 기독교를 극단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헌법 68조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인류가 보편적 원칙으로 적용하는 세계인권선언 1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일부 기독교인들은 강영섭 위원장의 후임으로 조그련에서 승계 수업을 받아온 강 위원장의 아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북한 기독교계에도 3대 세습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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