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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6자회담재개, 한국 정부가 훼방’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한-일 3자협의에 앞서 커트 캠벨 차관보와 악수하는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한-일 3자협의에 앞서 커트 캠벨 차관보와 악수하는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

북한이 한국의 이명박 정부를 6자회담 재개의 방해꾼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최근 미국과 한국 일본 세 나라가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 뒤 나온 반응이어서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이번엔 한국 이명박 정부를 한반도 비핵화의 훼방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북한 외무성 군축 평화연구소가 ‘이명박 정권은 동북아 평화와 안전을 엄중히 교란시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낸 연구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을 포함해 여러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재개에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만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6자회담 재개의 기회가 영영 사라지는 경우 그 주된 책임은 이명박 정권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가 6자회담 재개 전 남북한이 먼저 핵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조선반도 핵 문제는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핵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6자회담 재개 협상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최근 미-한-일 세 나라의 워싱턴 협의 이후 나온 첫 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특히 세 나라가 발표문을 통해 북 핵 협상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천명한 데 대해 북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강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측의 반응이 최근 연이은 대남 비방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고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국 일본과의 협의에서 밝혔듯이 북한과의 회담 재개와 관계 개선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음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유럽연합 회원국 대사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지도부가 조속히 안정돼 남북대화에 임할 것을 기대한다고 거듭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6자회담 재개 협상에서 이미 두 차례 남북대화를 가졌던 북한이 새삼스럽게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앞으로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 대비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북-미 대화를 포함해 6자회담 재개 협상에 대해서 남북관계를 앞세워서 지연시키거나 어렵게 만들지 말라는 경고, 일단은 그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장 박사는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한국만 방해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재개 의지를 갖고 있음을 표시한 것으로 미뤄 협상 자체를 깨려는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도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문제,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 문제 등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사실상 힘들다고 판단하고 대미 협상력에 초점을 맞춘 행동으로 풀이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중국이 그동안 추진했고 북한도 일견 호응한 듯 했던 남북대화-미북대화-6자회담 재개라는 협상 순서를 버리고 대미 직접 협상 쪽으로 방향을 트는 움직임이라는 얘깁니다.

“미국과의 직접 협상 틀을 만들어 보려는, 그러니까 결국은 지난 번에 영양지원 문제를 식량 지원으로 바꾸려고 한다든지 이런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6자회담에서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태도라고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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