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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인애 NK지식연대 부대표] “북한 여성들 고난 속에서도 억척 같은 생활력”


문) 현 대표님 안녕하세요? 오늘이 ‘세계여성의 날’이고 북한에서도 ‘부녀자의 날’입니다. 북한에 사시다가 현재 한국에 정착해서 살고 계신데요. 남북한을 모두 경험하신 분으로서 나와서 보시기에 북한 여성의 삶이 한국이나 다른 국가 여성들의 삶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답) 북한에 사는 여성들의 삶은 한마디로 참 어렵죠. 북한에 있을 때도 그렇게들 말했어요. 세상에서 제일 힘들게 사는 게 북한 여성들일 거라고요. 소련이나 중국 같은 이전 사회주의 사람들보다도 더 어렵고. 또 밖에 나와보니 북한 여성들이 진짜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문) 왜 그렇게 어려운건가요?

답) 남녀평등이 문제라기보다 북한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지난 시기 북한에서 사회주의체제가 유지될 때는 지금처럼 어렵진 않았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그런 거죠. 게다가 남녀평등을 실현했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체제가 보장이 안되고 있으니 체제가 어려움을 배가시킨다고 봐야죠.

문) 특별히 북한만의 상황 때문에 인권적 차원에서 겪는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답) 많은 문제들이 있죠. 어떤 분들은 여성들이 시장에 나가 장사를 많이 하면서 오히려 지위가 올라갔다고도 하는데 그런 측면이 조금은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가계부담을 여성이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안 살림이 어려우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남녀가 공동으로 책임지지만 북한에서 남성들은 직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장사를 해야 하고 가계가 어려워지면 여성들이 살림을, 장사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계부담이 여성한테 돌아가는 거죠. 여자들이 힘도 없고 하니까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일하게 돼요. 육체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중국에 스스로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도 처하고 그렇죠.

문) 한국에 나와서 남쪽의 여성들을 보니 어떤 차이들이 있던가요?

답) 남한여성들은 북한여성들에 비해 무한 행복한 거죠. 그렇지만 여기서도 오래 살면서 보니까 남한에서도 여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성들이 이전에 비해 사회진출도 많아졌고 가정에서의 지위도 높아졌고 사회에서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일반적이긴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구체적 삶에 들어가보면 아직도 여성차별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엔 환상이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아직 다 해결되진 않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정치계를 보면 국회의원처럼 실제로 정치적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 중에 여자는 거의 없지 않습니까? 물론 북한을 보면 이것도 배부른 흥정이겠죠. 북한 당국에선 자국 여성들이 행복하다고 말해요. 오늘 노동신문에도 보니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북한여성’ 이라고 나왔더라고요.

문) 북한여성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럽고 대단하다고 느끼시는 점이 있습니까?

답) 참 대단하죠. 저는 고난의 행군 시절 당시 고난의 행군이 끝나면 여성들 군상을 세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정을 먹여 살리기 위해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요. 참 억세고 씩씩하고 자기 희생정신도 강하고요. 자본주의에서 보면 멍청한 짓이라 할지 몰라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문) 탈북 여성들의 삶을 보면요, 탈북자 4명중 3명은 여성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또 가장 많이 정착한 곳이 한국인데요. 탈북 과정에서 그리고 한국에 정착해서 탈북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답) 탈북하는 여성이 많다는 그 자체가 벌써 어려움이죠. 남의 땅에서 굴복하면서 사는 삶이 어떻게 편할 수가 있겠어요. 북한에서 남자는 직장에 나가도록 의무화돼 있어서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측면이 있는데 결국엔 상당수가 가족들을 위해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중국에 가서 일을 하거나 친척집에 가서 또는 장사를 해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나오는 것입니다. 여성이다 보니까 약해서 중국 사회에서 당하고 팔려가고 시집가고 그런 것이죠.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요. 나를 팔아서라도 가족 구제해야겠다는 것이 여성들의 심정입니다. 그러니 이를 비난할게 아니고 정말 희생정신을 사회로부터 강요당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남한에 들어오면 여성들이 남성보다 정착을 더 잘한다고 말해요. 힘든 일, 어려운 일, 지위가 낮은 일을 안 가리고 하니 그렇죠. 그래서 남한사회에 유연하게 정착을 하고, 가족들을 잊지 않고 돈을 조금이라도 북한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게 북한 여성이 아닐까 합니다. 북한에서 과학 기술을 많이 배우고 사회활동을 많이 했으면 조금 나을 텐데 그렇게 못하니 아무래도 여기서 힘들고 생활이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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