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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IAEA관리 안 받는 북한 핵 시설 안전 문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북한 핵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 시설이 워낙 노후한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리를 받지 않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북한은 5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평양과 원산 등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기상수문국 소속 심명옥 중앙기상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조선중앙TV 출연해, “평양과 원산, 청진 등에서 지난 시기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요오드와 세슘 같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말했습니다.

심명옥 부소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검출량은 밝히지 않은 채, 문제의 방사능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히 적은 양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방사선과 그 것이 인체에 주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도 방송했습니다.

“요즘 일본에서 대지진과 함께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이 지역에서 방사능 오염이 날로 확대되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본의 원전 사고를 ‘강 건너 불’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일본 같은 원자력발전소는 없지만 영변 핵 시설 등지에서 방사능 오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핵비확산정책교육센터 헨리 소콜스키 소장의 말입니다.

스콜스키 소장은 “일본처럼 원자력 안전을 자랑하던 나라에서 사고가 나는 것을 보면, 북한을 비롯해 핵 시설이 있는 모든 나라에서 비슷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특히 영변 핵 시설이 노후화 된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86년 영변에 5MW 원자로를 건설한 이래 20년 이상 수리와 보수를 안 해 시설이 낡을 대로 낡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0년대 중반 영변을 방문했던 한 전문가는 영변 핵 시설을 ‘방사능에 오염된 시멘트 덩어리’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것은 물론 부품은 녹이 슬고 유리창은 깨져있었다는 겁니다.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경수로 건설 특별 기술고문을 맡았던 재미 과학자 최한권 박사의 말입니다.

“북한의 기술 수준이나 경제 사정을 볼 때 서방처럼 유지 보수를 잘 했다고 볼 수는 없죠.”

전문가들은 북한 핵 시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리를 받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한국, 일본 같은 나라들은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규정에 따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이 규정 밖에 있는 북한의 경우 언제 어디서 핵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 군축협회 대릴 킴벌 소장의 말입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핵 사고가 나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의 허술한 핵 안전 의식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미국, 프랑스, 한국 등은 자체적으로 원자력위원회를 두고 핵 시설 근무 요원들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근로자들이 기초적인 복장과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핵 시설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다시 핵 전문가 최한권 박사의 말입니다.

“원자로 운영하는 근로자에 대한 안전이 있고 또 그 주변에 사는 민간인에 대한 안전 문제가 있는데 (안전 규정이 허술하다는) 일반적으로 나오는 견해가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 핵 시설의 안전성 문제는 최근 열렸던 한국과 중국의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논의됐습니다. 한국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달 28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에게 “영변 핵 시설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전문가가 많다”며 “일본 원전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북한에 벌어진다면 한국과 중국에도 피해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국 통일부의 엄종식 차관도 5일 “일본의 대지진과 방사능 누출로 여러 문제가 있지만 북한 핵 시설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영변의 5MW 원자로와 실험용 원자로, 8천 개의 폐연료봉, 우라늄 농축 시설, 그리고 우라늄 광산 등 20여 개의 핵 관련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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