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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24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25개 도시로 확산


미국의 주요 뉴스를 알아보는 ‘워싱턴 24시’ 입니다. 지난달 뉴욕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시위 확산에 대한 옹호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군요.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미국의 가계 소득이 2년 전 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은 미 연방공휴일인 ‘콜럼버스 데이’ 인데요. 후반부에서 콜럼버스 데이를 맞는 미국의 다양한 표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영권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데, 우선 이 소식부터 알아볼까요?

답) 네, 미 언론들은 오늘 월가 점령 시위가 적어도 미국 내 25개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DC와 필라델피아, 보스턴 등 동부와 북부, 남부의 아틀란타와 알라바마주, 중서부의 오하이오, 남서부 텍사스의 오스틴, 그리고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그리고 포틀랜드시 등 지역도 다양합니다.

문) 지난달 맨해튼에서 시위가 시작될 때만 해도 단발성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도 있었는데, 시위가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되고 또 장기화 되는 것 같군요.

답) 네, 경제 문제는 비단 월가 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공동 우려 사안인데다, 일부 노조와 민간 단체들도 동조하면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시위자들은 ‘월스트리트’ 대신에 자기 지역의 이름만 바꿔서 ‘워싱턴 DC를 점령하라’, ‘시애틀을 점령하라’ 등의 구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 저희가 앞서도 여러 번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어떤 문제들 때문에 시위가 열리는 것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답) 다양한 사안들이 있지만 공통 분모는 소득의 불균형, 즉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입니다. 돈을 많이 가진 자들의 탐욕과 비윤리적 경영 때문에 저소득층이 늘고 실업률이 확대되고 있다는 거죠. 대학생들은 학비 인상, 노조 지도자들은 중산층의 악화되는 건강보험 등 보건 문제, 지구 온난화, 수그러들지 않는 휘발류값 등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가진자들의 지나친 탐욕때문에 미국의 사회적, 경제적 평등이념에 금이가고 있다는 겁니다.

문) 시위가 지금까지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열렸는데, 어제(9일) 는 워싱턴에서 좀 충돌이 있었군요.

답) 네 어제 워싱턴 시내에 있는 항공우주박물관에서 건물 경호원들과 시위대가 잠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월가 점령 시위대가 이날 반전 운동가들과 합류하면서 이 박물관에 전시된 미국 무인 폭격기에 항의하기 위해 건물 진입을 시도하다 충돌이 발생한 겁니다.

문) 미군 무인 폭격기에 뭐가 문제가 있는 것이죠?

답) 반전운동가들은 무인 폭격기를 이들이 반대하는 아프간 전쟁의 주요 상징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무인 폭격기의 공습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미국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건물 경호원들은 이날 시위대에 후추가루탄을 쏘며 건물 진입을 막았고, 이 소동 때문에 박물관이 일시 폐쇄돼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문) 시위가 이제 워싱턴에서도 활발해지는 것 같은데, 정치인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답) 시위 옹호와 비난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어제(9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이제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책에서 벗어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에릭 켄터 하원 공화당측 원내대표는 미 주요 도시를 점령하는 폭도들이 늘어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미트 룸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는 시위대가 계급투쟁을 벌이며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문) 그렇군요. 다음 소식을 알아볼까요?

답) 미국의 가계 소득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입니다. ㅁ국의 유력신문 ‘뉴욕 타임스’는 오늘 미 통계국 출신 전문가들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경기침체가 공식적으로 끝난 2009년 6월부터 지난 6월까지의 가계 소득이 6.7 퍼센트 떨어졌다고 전했습니다. 2년 간 미국인들의 중간 가계수입이 연간 4만 9천 9백 달러를 기록한 것이죠. 이는 경기 침체기였던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기록했던 3.2 퍼센트 보다 하락폭이 오히려 더 커진 겁니다.

문) 미국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섰는데 가계 소득이 경기 침체기 보다 더 줄어들었다니 선뜻 이해가 안 가는데요. 이유가 뭡니까?

답) 높은 실업률 때문에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입이 적어졌고 실직자들이 재취업 할 때 이전보다 평균 17.5 퍼센트 낮은 급여를 받은 것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일부 노동경제 학자들은 실직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고통을 겪고 있다며, 경기침체는 사실상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지난 4년의 간의 하락률을 합하면 가계소득이10 퍼센트 가까이 내려갔다는 얘기인데, 경제가 정말 미국인들의 최대 화두일 수 밖에 없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뉴욕 타임스’ 역시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섰는데도 경제 정책과 정치권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가 계속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경기 침체 후 10 퍼센트 가까이 가계 소득이 내려간 것은 수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인들의 삶의 수준이 상당히 내려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문)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기존의 공방전이 계속되는 양상입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은 비상상황” 이라며 수 천억 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일자리 법안과 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반대하는 공화당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그러나 경제 불황의 원인은 규제를 확대하고 부유층과 대기업들에 대한 증세 안을 통해 기업과 소비를 위축시키는 오바마 행정부에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문) 그렇군요. 요즘 노벨상 수상자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데, 오늘은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발표됐군요.

답) 두 명의 수상자가 발표됐는데 모두 미국인입니다. 올해 68살의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와 동갑인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가 주인공인데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두 학자가 거시경제의 인과관계와 효과에 관한 실증적 연구에 높은 성과를 올렸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습니다.

문) 설명이 손에 딱 잡히지 않는데 구체적인 성과를 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답) 정부의 정책 결정과 실질적인 경제에 미친 효과의 관계를 심도있게 분석했다는 거죠. 예를 들어 경제인들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당국의 금리인상 또는 인하, 세금 감면과 증세가 국내총생산 규모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 여러 정부의 정책 결정에 유익을 끼쳤다는 겁니다. 실제로 1970년 대 이후 많은 정부들이 두 학자의 분석 자료를 정책에 반영했고 현재도 거세경제에서 중요한 본질을 제공하는 기여를 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습니다.

문) 끝으로 한 가지 소식 더 알아보죠. 오늘이 미 연방 공휴일인 콜럼버스 데이라서 그런지 워싱턴 시내 도로가 많이 한산한 것 같네요.

답) 네, 저도 공휴일이라서 지하철 대신 직접 차를 운전해서 방송국에 출근했는데요. 콜럼버스 데이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 미 대륙을 처음 발견한 것을 기념해 1937년부터 연방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1971년부터는 매년 10월 둘째 월요일을 콜럼버스 데이로 지정했기 때문에 올해는 오늘 10일이 콜럼버스 데이가 됐습니다. 미국에서 제일 먼저 1869년부터 이 날을 경축하기 시작한 곳은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였습니다.

문) 콜럼버스 데이가 연방 공휴일이지만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는 기업과 학교도 적지 않은데요. 또 논란도 해마다 끊이지 않는데 이유가 뭔가요?

답)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기 이 전에 이미 다른 유럽인들이 당시 ‘신대륙’으로 불리던 아메리카를 발견했다는 일부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 이미 인디언으로 불리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이들이 콜럼버스 일행에게서 박해를 받았고, 또 원주민의 문화와 역사가 탄압을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콜럼버스 데이에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네바다 주는 콜롬비아라는 이름 대신 ‘Landing Day- 상륙한 날’ , ‘Discover’s Day-발견자의 날’ 또는 원주민의 날 등으로 명칭을 달리하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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