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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드컵 경기 TV 시청 어려울 듯


최근의 경색된 남북관계가 북한 주민들의 월드컵 경기 시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경기 화면을 북한에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요,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북한에서도 축구 열풍이 불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원 아래 독일 월드컵 경기가 텔레비전을 통해 북한 전역에 무상으로 중계 방송된 덕분이었습니다.

일본의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당시 평양발 보도를 통해, 월드컵 경기가 방영되는 시간이 다가오면 여객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평양시내 운수회사 관계자 말을 전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북한 축구대표팀이 44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무대에 진출했지만 북한 주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한반도 중계권을 가진 한국 민간방송 SBS와 북한 조선방송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월드컵 경기 중계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SBS방송의 양철훈 남북교류협력단장은 이번에는 월드컵 경기화면을 북한에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 소리’ 방송에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SBS는 북한의 월드컵 중계권과 관련해서 공짜로 무상으로 중계한다고 밝힌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굉장히 비싸게 비용을 치르고 확보한 중계권이기 때문에 북한과 협상을 통해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 그 것을 얻어낸 다음에 제공을 하는 것이지…”

한국 SBS 방송과 북한 조선방송위원회는 지난 해 8월과 올해 1월 중국 베이징에서 월드컵 중계 관련 실무접촉을 했지만, 북한의 무상제공 요구 등으로 합의에 이루지 못했습니다.

SBS 방송은 현금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북한 내에서의 방송물 제작에 대한 협력 등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 측에 강조했고, 북한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후 양측은 4월과 5월에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서해상에서 한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는 뜻밖의 사태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더 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측은 지난 5일에도 팩스를 통해 추가 협의를 요구했지만, SBS 방송 측에서 내부 사정과 한반도 정세 등을 고려해 만남을 연기한 상태입니다. 양철훈 SBS 남북교류협력단장의 말입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굉장히 분명하잖아요 확고하잖아요 공짜로 과거처럼 퍼주기식 지원은 안 한다… 그리고 SBS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SBS방송이 월드컵 경기 화면을 북한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SBS방송의 공식적인 신청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한국에 대한 북한의 도발적 태도를 감안해 북한이 국제적 기준에 맞는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천안함 침몰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고 있는데다 북한이 최근 금강산 내 한국 측 민간 부동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하는 등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사실상의 대북 제재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6월2일 실시되는 한국의 지방선거도 한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국제 홍보전문가 마이클 브린 씨는 천안함 침몰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무상으로 월드컵 경기 화면을 제공할 경우, 집권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천안함 침몰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면서 한국민들의 대북 감정이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월드컵 경기 화면을 무상으로 북한에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남아공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는 협상이 끝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SBS 방송은 남북관계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5월 말이나 6월 초까지는 중계권 제공과 관련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북한 측과 정상적인 협상을 벌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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