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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중국에 불만 표출


한국 정부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받아들인 중국 정부에 대해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한 때”라며 사실상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 간에 미묘한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지고 원인 규명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중국 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받아들인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4일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장신썬 신임 주한 중국대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현 장관은 “한국은 천안함 사태에 직면해 있고 금강산 관광에 대해선 북한이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매우 어렵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고 그렇게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정몽준 대표도 앞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천안함 사태 와중에 중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실망스럽고 우려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한국 내 동북아 정세 전문가들은 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지난 달 30일 한-중 상하이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이명박 한국 대통령의 협조 요청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한국 정부에 주는 충격이 더 크리란 것입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박사입니다.

“중국도 우리의 그러한 천안함과 6자회담의 우선순위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차에 김정일이 전략적 방중을 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중국이 투-코리아(Two Korea) 정책을 하고 있는 데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평가를 해 볼 수가 있구요.”

한국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4일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중국 측의 사전통보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핵심 관계자는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빨리 확인하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선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그동안 남북한 사이에서 펼쳐 온 중국의 이른바 ‘등거리 전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으로 한국과 중국 두 나라사이에 잠복해 있었던 갈등 요인이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에 따라 앞으로 대북관계운용 전반에 복잡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당장 현안으로 떠오른 금강산 관광 중단과 관련한 대응책 마련도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대응 조치는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방중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수”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이번에 북한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진전된 합의와 대규모 경제협력을 맞바꿀 경우 한국의 대북 압박 수단이 더욱 마땅치 않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입니다.

“수단이라는 게 교역을 축소한다든지 그런 부분인데 그런 부분은 중국이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봐요. 사실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북한을 제재하거나 또는 북한이 마치 그 대가를 치르는 것 같은 상황을 만들기는 좀 어렵고 오히려 북-중 간의 정상회담이 그런 어려움을 심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요.”

이에 따라 한국 정부 내에서도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와 천안함 사건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금강산 문제에 대한 대응 조치를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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