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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북한의 해외 근로자] 2.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불법행위 늘어


러시아의 북한 벌목공 (자료사진)
러시아의 북한 벌목공 (자료사진)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노동착취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휴일도 거의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충성자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불법행위를 하다 주재국 경찰에 적발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어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보내드리는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현황과 실태.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근로자들의 열악한 생활과 갈수록 늘고 있는 불법행위 실태에 관해 전해 드립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해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한 러시아 건설 근로자 출신 탈북자 최모 씨는 미국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최모 씨] “천국! 천국에 왔습니다. 천국에. 내가 그 땅에서 정말 2년만에 도망을 갔거든요. 그 2년 동안 손에 1천 불을 쥐어보지 못했는데, 여기 와서 일하고 월급을 받으니 그 얼마나 감사한지요.”

일식당 보조로 미화 1천 5백여 달러를 손에 쥐고는 눈물을 쏟았다는 최 씨. 무엇보다 땀 흘려 일한 대가를 그대로 받았다는 데 처음으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러시아에서의 삶은 노예와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녹취: 최모 씨] “아침 그저 7시부터 시작하게 되면 저녁 11시, 12시까지도 합니다. 게다가 당 자금 바치라 하면 당 자금 바치고, 번영자금 바치라 하면 내고, 김정일의 만수무강을 위한 보약을 살 돈을 바치라고 하면 정말 먹는다는 게 밥이나 먹을 정도요. 21세기 노예로 사는 거죠.”
북한의 해외 근로자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22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 정권의 근로자 착취와 통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외부사조 유입을 막기 위한 사상교육과 집단생활,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근로자 30-50명 당 보위부 요원 1명을 동반 파견해 집체교육을 시키며, 인원과 활동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해 쿠웨이트에서는 통제 규정을 위반한 근로자들이 벽에 묶여 구타 등 폭행을 당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쿠웨이트에서는 특히 근로자들이 텔레비전 시청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집단생활을 하고 있으며,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바깥 노동을 하는 사례가 잦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식당 복무원들이 손님에게서 받은 봉사료를 보고하지 않을 경우 구타를 당한 뒤 본국으로 소환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내 유력 소식통은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주말에도 쉬지 못한 채 ‘충성의 외화벌이’를 위해 도로정비와 주택, 아파트 건설 현장을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3년 전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취재 중 만난 북한 근로자들은 당시에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녹취: 북 근로자] “야네 러시아인들은 하루 8 시간 딱 일하고 가는데 조선 사람들은 아침 8 시 나가면 저녁 8 시, 10시까지 쭉 일을 해야 자기가 돈을 차지하니까니…”

북한 당국은 최근 들어 더 많은 외화벌이를 위해 근로자들의 휴식을 최소화하고 장시간 노동에 투입하고 있으며, 일부 여성들의 경우 성매매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외 소식통은 지난 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옥류관 분점 여종업원들에게 네팔 상류층과 카지노 고객들을 대상으로 매춘 행위를 시킨다는 소문이 현지에 확산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 식당의 책임자였던 양모 씨가 2010년 말 도주했으며, 북한 당국에 상납할 다량의 달러를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23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도주와 한국행은 네팔과 러시아 뿐아니라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 쿠웨이트 등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정보산업 (IT) 근로자 등 소수는 미국에도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근로자들이 충성자금과 납부금, 부족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절도와 밀거래, 밀주 제조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스크바의 한 소식통은 지난 2009년 북한 근로자들이 녹용과 사향, 웅담 등을 밀거래한 사실이 포착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에티오피아에서는 지난 2009년 근로자와 북한 공관원들이 결탁해 면세 주류와 담배 등을 술집에 판매하다 적발됐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일부 근로자들이 현지 가정에 무단 침입해 녹음기와 카메라를 훔쳐 판매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근로자들이 건설현장에서 구리를 절도한 사건이 발생했고,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는 일부 근로자들이 밀주를 지속적으로 제조해 중계상을 통해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외 유력 소식통은 이런 불법활동 때문에 주재국과 근로자들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폭력과 살인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쿠웨이트 경찰이 지난 2008년 밀주 제조와 판매 혐의로 북한 근로자 숙소를 압수수색하려다 90 여명의 근로자들과 집단 난투극을 벌여 10여 명이 구금됐었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또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2009년 한 근로자가 각종 부담금을 집요하게 강요하는 지도원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건설 근로자 출신 탈북 난민 최모 씨는 현지 지도원들의 횡포와 비리가 매우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모 씨] “국가에 몇 프로 이 놈들은 원칙상으로 갖다 바치고 나머지 돈은 지배인이나 회사 간부 놈들이 몽땅 다 저들끼리 노나 먹는거죠. 우리는 알면서도 말을 못하는 거구. 그 놈들 역시 상부에 아첨해서 살려면 그렇게 해야 하고. 명목상 이것저것 구실 대면서 노동자들한테 착취하는 거죠.”

북한 당국의 이런 노동착취와 근로자들의 불법행위는 최근 해당국 언론과 외신들에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탄자니아의 ‘시티즌’ 신문은 지난 해 9월 의료시설을 운영하던 북한인 2 명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다 적발돼 미화 312 달러의 벌금형이 선고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미등록 의료품을 사용하다 당국에 적발돼 병원이 폐쇄되자 뇌물로 공무원을 매수하려 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또 영국의 ‘인디펜던트’ 신문은 지난 해 10월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수출해 이득을 챙기고 있다며 몽골 내 북한 근로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밖에 중국의 경제주간지 ‘경제관찰보’는 지난 4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단둥 내 북한 근로자들이 실태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인권단체들과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이런 행태는 국제 노동법 기준을 크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노동자의 하루 8시간 근무수칙은 헌법으로 보장해 준수하고 있으며, 노동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실태를 집중조명하는 기획보도. 내일은 세 번째 마지막 순서로 해외 북한 근로자 실태가 국제 노동법 기준에 어떻게 위배되는지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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