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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미 국방전략과 한반도 – 2. 코브 전 차관보 인터뷰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 응하는 로렌스 코브 전 미 국방부 차관보 (자료사진)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 응하는 로렌스 코브 전 미 국방부 차관보 (자료사진)

작고 군살 없지만 세계 최강의 병력, 미국이 이달 초 발표한 새 국방전략의 핵심입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 같은 전략이 미국의 한반도 방어 역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아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와의 인터뷰를 보내드립니다. 코브 전 차관보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행정부 당시 국방부에서 병력보충과 예비군, 병참 업무 등을 담당했으며 현재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진보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원을 맡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국방부 고위직을 지내셨는데요. 먼저 당시와 지금 남북한 전력의 변화를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답) 북한 군 전력은 확실히 약화됐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으로 군사훈련도 예전만큼 하지 못하는 걸로 압니다. 공군도 비행훈련 빈도가 많이 떨어졌으니까요. 게다가 구 소련이 무너진 뒤 첨단 군사기술도 제대로 전수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반면에 한국 군 전력은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경제발전이 군 전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거죠. 특히 한국의 방위비 부담 비율이 늘어나면서 주한미군 유지도 수월해졌습니다.

문)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새 국방전략은 국방비가 대폭 삭감된 데 따른 결과 아닙니까? 앞으로 10년 간 우선 4천8백억 달러 이상을 줄인다는 건데요. 미군 전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답) 결국 미군 전력이 이라크. 아프간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국방비가 삭감돼도 냉전 시기 평균 수준보다 여전히 높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그동안의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말이죠. 심지어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방비 최대치 보다도 많습니다. 국방비가 줄어드는 걸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얘깁니다.

문) 그래도 눈에 보이는 숫자가 줄어드니까 이게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군 규모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닌가, 그런 우려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떤 영향이 있을 걸로 보시는지요?

답) 지난 2009년 미국이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1개 대대를 이라크로 차출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주한미군 전력이 영향 받진 않았습니다. 오키나와에 미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고, F-22 전투기를 이동시켜 그 중 절반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시켰으니까요.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파네타 국방장관이 새 국방전략을 제시하면서 뭘 말하려고 했는지 잘 읽어야 합니다. 바로 중국에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태지역 미군 전력이 왜 영향을 받겠습니까?

문) 미 국방비 삭감 규모가 10년 동안 4천8백억 달러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선 1조 달러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까지 고려해서 하신 말씀이신가요?

답) 그렇습니다. 국방비를 추가로 5천억 줄여서 1조 달러까지 삭감하더라도 2007년 국방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 때 국방비 수준이 문제라고 누가 우려 했었나요? 2013년 국방비만 해도 5천2백50억 달러 정도로 잡아놓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방비 최고치를 현재 달러 가치로 환산해도 5천1백17억 달러 수준입니다. 따라서 이번 국방비 삭감을 진정한 의미에서 삭감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겁니다.

문) 그럼 그렇게 조정된 국방비와 새 국방전략이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어떻게 적용되는 겁니까?

답) 냉전이 끝난 지 20년이 지났는데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지상군이 8만 명이나 됩니다. 우선 이 중에서 일부를 옮길 겁니다. 또 미군을 국가재건에 투입하거나 게릴라전에 대항하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재래식 전쟁을 포함한 비상사태를 상정해 훈련시킬 겁니다. 그 동안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여서 탱크전이나 포 공격에 대한 훈련을 제대로 못받았거든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반드시 필요한 데도 말이죠. 이제 미군이 다시 이런 역량을 갖추게 될 겁니다.

문) 미국과 한국이 전면전 상황에 대비해 짜놓은 ‘작전계획 5027’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무려 69만 명의 증원 등을 명문화 한 건데요. 새 국방전략 하에서도 이 작전이 여전히 유효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답) 앞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차출됐던 미 지상군과 해병을 원래 주둔지역으로 되돌릴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작전계획 5027’이 작동되더라도 원안대로 70만 명 가까운 미군이 한반도에 투입되긴 어렵습니다. 미 육군과 해병의 최대 규모를 산정해도 75만 명을 못 넘겼는데, 그럼 다른 지역엔 어떻게 미군을 파견하겠습니까? 물론 전쟁이 장기간 지속되면 예비군 등을 동원하는 방법은 있겠지만요.

문) ‘작계 5027’엔 병력 69만 명 뿐아니라 항공기도 2천 대나 파견한다는 내용이 담긴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럼 이 계획도 그대로 이행되기 힘들 걸로 보시는 거군요.

답) 예. 그렇게 많은 공군력이 투입되기도 힘듭니다. 작전계획이라는 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6.25 전쟁처럼 말입니다. 그럴 경우 미국은 최대한 많은 병력을 지원하겠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작계 5027’에 명시된 규모만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걸로 봅니다.

문) 미국과 한국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하는데, 그때 이 계획이 수정될 수도 있겠네요.

답) 그럴 겁니다. 제가 정부를 떠난 뒤 민감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게 됐지만 작계에 명시된 병력은 필요한 수준보다 지나치게 많습니다. 한국 군 전력은 이미 상당히 우수합니다. 제가 베트남에서 한국 군과 함께 싸울 때부터 그렇게 느꼈고 지금은 그 때보다도 훨씬 나아졌습니다. 물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전면전이 발생해도 북한은 중국이 끼어들지 않는 한 절대 전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중국이 지원할 가능성도 전 회의적으로 봅니다.

문) 어쨌든 미 국방예산이 줄면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이 늘어나게 될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답)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심각하고 이 때문에 해외주둔군 비용이 눈총을 사고 있으니까요. 제가 정부에 있을 때도 흥미로운 논의가 있었습니다.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가 분담금을 많이 부담하면 미 정부로서도 미군을 해외에 내보내는 게 오히려 비용이 덜 드는 거 아니냐, 그런 논리죠. 지금은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 가운데 40% 정도를 감당하고 있지만 이를 50% 수준으로 높인다면 미국 정부로서도 주한미군을 그대로 유지하는 유인책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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