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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 나진항 개발 염두에 두고 다롄 방문”


중국 방문길에 나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롄의 경제기술개발구 내 부두를 시찰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가 나진항 개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첫 기착지로 다롄을 선택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4일 오전 다롄 외곽의 경제기술개발구를 찾아 1시간 이상 제3부두 건설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김 위원장이 다롄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한국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연구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이 추진하는 나진항 개발을 염두에 두고 다롄항을 시찰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나진항을 다롄항처럼 개발하고 싶어하겠죠. 예전에 90년대 초 나진항을 개발하려고 할 때 싱가포르처럼 항만을 개발하고 싶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다롄항도 모델이 될 수 있게 않겠느냐..”

김 위원장이 방문한 다롄은 인구 6백만의 항구 도시로 동북 3성의 물류를 90% 이상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길림성과 흑룡강성, 랴오닝성 등 동북 3성에서 만든 제품을 다롄항을 통해 수출해왔습니다.

그러나 다롄항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동북3성에서 만든 제품을 북한의 나진항을 통해 동해와 태평양으로 운송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습니다.

북한이 나진항을 개발하기로 한 것은 지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북한은 함경북도 나진과 선봉을 국제적인 무역지대로 만들겠다며, 이 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지정해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도로와 철도 등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핵 문제 등이 겹치는 바람에 외부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이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한국 서강대학교의 안찬일 교수입니다.

“북한 당국이 공표는 그럴 듯하게 했는데 인프라라든지, 주변국과의 무역 거래에서 나진선봉이 차지하는 비중 같은 것이 처음 공표한 것과는 달리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흐지부지 되고 말았죠.”

20년 가까이 진전을 보지 못했던 나진항 개발 계획은 김정일 위원장의 나진, 선봉 방문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띄게 됩니다. 지난 해 12월 김 위원장은 함경북도 나선시를 방문해 대외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당시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김정일 동지께서는 수출이 빨리 늘어나는데 맞게 무역화물 수송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서 철도 운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씀하시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이 현지 지도를 계기로 나진항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다롄에 본부를 둔 창리그룹에 나진항 1호 부두의 사용권을 넘겨 줬습니다. 또 지난 1월에는 나진선봉을 특별시로 지정하는 등 나진항 개발에 의욕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나진항이 김정일 위원장이 바라는 대로 동북아의 물류중심지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나진항이 개발되려면 부두에 크레인은 물론 철도와 도로 등이 갖춰져야 하고, 이를 위해 중국 등 외국의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북한 당국이 금강산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재산을 몰수하는 상황에서 나진항 개발에 투자할 외국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미국 조지아주립대학 경제학과의 오승혜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보여주고 있듯이 북한 당국이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를 결부시키고 있는데, 북한이 진정 나진항을 개발하고 싶으면 외부 투자에 대한 철저한 보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나진항을 중국 다롄처럼 개발하고 싶으면 핵 문제 해결과 함께 외부 투자에 대한 철저한 보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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