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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한 외교관들과 특별한 친분 소개한 책 ‘적과의 식사’

  • 유미정

평범한 한 미국인이 북한 외교관들과의 15년에 걸친 특별한 친분을 소개하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미국 뉴저지 주에서 양식당을 운영하는 로버트 이건 씨는 ‘적과의 식사: 나는 어떻게 해컨색의 식당에서 북한과 평화를 유지했나’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미국과 외교관계가 없는 북한이 자신에게 미국과의 대화 통로가 돼주기를 바랐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서 가까운 뉴저지 주 해컨색 마을에서 ‘커비의 바비큐’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이건 씨를 유미정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문) 이건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들과의 친분이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말씀해 주시죠?

답) 네, 북한과의 인연은 지난 1993년 무렵에 시작됐습니다. 그 이전에 베트남에 억류된 미군 전쟁포로 조사 문제에 간여하면서 유엔주재 베트남 외교관들과 친분을 쌓게 됐습니다. 베트남과의 관계는 제가 베트남 관리 한 명의 미국 망명을 도우면서 끝났지만, 북한 측은 베트남 외교관들로부터 나에 관해 얘기를 듣고 어느 날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문) 북한이 선생님과의 접촉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북한은 베트남과의 대화를 통해서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들었고, 자신들도 미국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북한에 베트남 측은 저를 만나보라고 추천한 것입니다.

문) 북한이 정말로 미국과의 관계 구축을 염두에 두고 선생님께 접근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절대적으로 확신합니다. 북한은 자체 조사를 통해서, 또 베트남이 제공한 정보를 통해서 저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내가 미국의 이해를 가장 염두에 두고 있지만, 다른 나라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은 처음 접촉 때 의도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 것은 ‘답사’나 ‘탐험’의 관계와 같은 것입니다. 미국에 대해서 알려달라, 그러면 우리에 대해서도 알려주겠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가 보자는 식인 것입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떻게 북한 외교관들과 친분을 쌓았나요?

답) 모든 손상된 관계는 아무리 업무적이라도 개인적인 수준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열도록 해야죠.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이 대변하는 나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피해망상적인가는 잘 알려져 있죠. 그들은 서방국가, 특히 미국에 대해 큰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3만 8천 명의 주한미군이 남쪽에 주둔해 있고 한국 군과 대치해 있는 상황에서는 당연한 것이죠. 저는 북한의 한성렬 대사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그런 의심을 불식하고, 서로를 존중하게 됐습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는 다른 미국인들, 그리고 북한 사람들, 가족들을 서로에게 소개하고, 또 북한 사람들을 미국에 데려오고, 미국의 기독교 단체들을 북한에 데려가고 하면서 관계를 발전, 구축해 나간 것입니다.

문) 책에는 한 대사 일행이 선생님의 식당에 단골이 됐고, 함께 사냥, 낚시도 즐기고, 미 프로풋볼(NFL) 경기도 관람했다고 소개돼 있는데요.

답) 맞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저처럼 사기가 떨어질 때나 여가를 보내는 방법으로 낚시를 가거나, 앉아서 맥주나 한잔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저 자신은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고, 이들은 외교관이라는 높은 직책을 가졌지만, 서로의 서민적인 정서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저는 그래서 북한 외교관들을 노동자 외교관들(blue color diplomat)이라고 불렀고, 그들은 저를 바베큐 외교관이라고 불렀습니다.

문) 선생님께서는 미 연방수사국에 북한에 관한 정보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은 이를 알고도 왜 관계를 지속했습니까?

답) 왜냐하면 북한은 내가 그러한 통로가 돼 주기를 원했으니까요. 내게 접촉해 왔을 때 북한은 내가 미 정보, 군 관계자 등과 연락이 닿는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외교관계가 없는 북한은 그런 통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가 미국에 정보를 제공해 주길 원했습니다. 지난 2002년 11월 저는 한 대사가 ‘뉴욕타임스’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핵무기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주선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래서 언론을 통해 북한 측의 진의를 밝힐 수 있도록 해 준 것입니다.

문) 북한에도 여러 번 다녀오신 걸로 아는데요?

답) 모두 네 차례 갔다왔는데요, 매번 다른 목적이었습니다. 한번은 업계 관계자들을 인솔해 갔고, 다른 때는 펜실베이니아 주 상원의 스트와트 그린리프 의원과 함께 인도적 지원을 위해 방북했습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미 국방연구소의 유진 맥대니얼 씨 등과도 함께 북한을 방문했었습니다.

문) 지금까지 한 북한 관련 일 가운데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일은 무엇입니까?


답) 그린리프 상원의원, 아메리칸 하트, 전세계 대학생 선교회 등과 함께 대북 인도적 구호 노력을 펼친 것입니다. 저희는 북한이 처음으로 외부 지원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했는데요, 고아원과 병원 등에 의료장비, 항생제, 비타민, 엑스레이 장비 등을 지원하고,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도 했습니다.

문) 유엔대표부의 북한 외교관들은 북한과는 다른 미국의 체제와 풍요로움 등을 경험했을 텐데요, 이들이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를 얘기하지는 않았나요?

답) 그들도 자신들의 체제가 망가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변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발견한 좋은 점은 북한에 가져가 소개한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민주화를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문) 현재는 북한과의 연락이 모두 끊겼나요? 혹시 책 출판으로 한 대사 일행 등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하지는 않으시나요?

답)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성렬 대사는 귀임하기 전에 제 식당에 들렀습니다. 저와 북한의 관계는 끝났다기 보다는 ‘일단 멈춰진(somewhat on hold)’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유엔의 북한대표부 관계자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유엔주재 북한 외교관들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한 ‘적과의 식사’라는 책을 펴낸 로버트 이건 씨와의 인터뷰를 전해드렸습니다. 대담에 유미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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