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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죽을 권리' 對 '생명 존중' 식물인간 시아보 논쟁 - 2005-03-29


미국 내 시사 동향과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들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뇌에 손상을 입고 15년째 식물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 여인을 계속 살려야 하느냐! 아니면 편안히 생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느냐 하는 여부를 놓고 미 전역을 달구고 있는 일명 ‘시아보씨 논쟁’이 이제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주 법원의 명령으로 지난 18일 식물인간 시아보 씨에 대한 급식 튜브를 뺀지 12일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이제 논쟁은 시아보 씨의 사망 후 ‘뇌의 부검을 통한 진상 규명’이라는 새로운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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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시아보 여인에 대한 논쟁은 사실 올초부터 미 전역을 달굴 정도로 큰 논란이 돼왔었는데요. 먼저 이 논란의 발단부터 지금까지의 과정들을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답 : 1980년대 결혼해 남부 플로리다주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던 테리 시아보씨는 지난 1990년 인체내 화학적 불균형으로 심장이 갑자기 멎으면서 뇌에 손상을 입어 15년째 급식 튜브로 생명을 연장해야 하는 식물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인을 돌보던 남편 마이클 시아보씨는 부인의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급식 튜브를 떼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이클 시아보씨는 부인이 수년 전 자신에게 이러한 식물 인간 상태로 계속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테리 시아보의 친부모는 딸을 숨지게 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테리 시아보 씨의 아버지인 밥 쉰들러 씨는 딸과의 의사소통이 아직 가능하며 일부 회복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급식 튜브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순회 법원은 남편쪽의 손을 들어줬고, 역시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습니다.

문 : 이러한 법원의 판결을 뒤집기 위해서 그 동안 많은 보수적 단체들과 의원들이 여러 시도들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답 : 내, 인간의 생명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으며 끝까지 이를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독교 중심의 보수 단체들이 주 법원의 판결 후부터 시아보가 입원 중인 요양원 앞에서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이곳 워싱턴의 연방 대법원과 백악관 앞에서는 시아보에게 다시 급식 튜브를 연결해 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오늘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종교 보수층의 목소리가 높아지가 결국 의회 내 보수파 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시아보 논쟁을 연방 법원에서 판결하는 내용의 ‘생명 연장 법안’을 상정 긴급 통과시켰고, 부시 대통령은 휴가까지 연기하면서 지난 주 이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도덕적 신념을 강조하면서 이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생명을 선호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지난 24일, 이번 논란은 주법원이 관할해야 할 사안이라며 심리를 거부해 자동 기각됐습니다. 정치권도 이제 더이상 사용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두 손을 든 상태입니다.

문 : 현재 시아보씨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답 : 오늘로서 급식를 중단한지 12일째가 지나고 있는데요. 28일 시아보씨의 상태를 직접 봤던 남편 마이클 시아보 씨의 변호사인 죠지 펠로스 (George Felos)씨는 시아보 씨가 호흡이 약간 가빠지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지만 현재 매우 평온한 상태며, 꽃과 부드러운 음악을 들으며 애완용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아보의 아버지 밥 쉰들러씨는 딸이 여전히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라며 어서 급식 튜브를 다시 연결해 딸의 생명을 보호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문 : 시아보씨의 죽음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시아보 씨의 뇌 상태가 과연 회복 불가능이냐는 문제를 놓고, 사후 부검을 실시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죠?

답 : 내, 그렇습니다. 남편 마이클 시아보 씨는 부인의 회복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정당성을 일축하기 위해 사후 부검 작업을 의뢰했고, 담당 지역인 피넬라스 카운티 의료 조사 담당자 존 토그마틴 박사가 이에 동의했다고 남편 측 변호사 펠로스씨가 28일 말했습니다. 시아보 씨의 부모 측도 뇌의 부검소식을 반기고 있습니다. 이들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깁스 3세씨는 28일, 의문이 모두 풀릴 수 있도록 부검이 실시되야 한다는데 부모들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생명 연장 논란에 따른 1차 논란에 이어 이제 시아보 씨의 사후 부검 결과를 놓고 2차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미 언론들은 전망됩니다.

문 : 이런 논란들에 대해 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답 : 여러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다수의 미국인들은 이 논란은 가정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BS 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2 퍼센트, ABC 방송 조사에서는 70 퍼센트가 이 사안은 가정이 판단해야 하며 정부와 의회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많은 미국인들은 어떤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기 보다는 본인과 보호자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고 조사 기관들은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의지는 최근 실시된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CNN과 USA Today,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 주에 공동으로 조사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부시 대통령이 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2기 취임 후 최저치인 45퍼센트를 기록했습니다. 이 언론들은 지지도 하락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시아보 생명 연장’ 논란에 부시 대통령이 서명을 하는 등 개입한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의학자들은 시아보씨가 계속 급식 튜브를 연결하지 못할 경우 1-2주 안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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