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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포로 학대 사건에 대한 재판 열려 - 2005-01-11


미국내 시사 동향과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들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은 김영권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문 :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포로 학대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군사 재판이 10일부터 텍사스에서 열렸는데요. 첫날 표정이 어떠했는지 궁금하군요?

답 : 텍사스주 포트후드 군사법정에서 열린 이날 재판의 주인공은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고문 사건의 주역 혐의를 받고 있는 챨스 그레이너 상병입니다. 그레이너 상병은 작년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학대 사건에 관한 전모가 밝혀질 당시, 나체의 수감자들을 인간 피라미드로 만들게 한후 그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찍은 사진이 공개돼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인물입니다.

이날 첫 재판에서 그레이너 상병의 변호인은 그레이너 상병이 그저 합법적인 명령에 따라 행동했으며 인간 피라미드는 어지러운 수용소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며, 이는 무장 세력의 추가 공격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심문자의 고육책이었다고 변호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증인으로 법정에 선 미군 소속의 교도원들은 그레이너 상병이 포로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옷을 벗을 것을 강요하며 웃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올해 36살의 그레이너 상병은 입대 전 펜셀버니아에서 교도관으로 일한바 있으며 수감자에 대한 폭행과 외설, 직무유기죄로 기소됐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그가 만약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최고 17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게됩니다.

문 :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포로 학대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포로들에 대한 심문과 인권 문제가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이 같은 내용을 다룬 신간 서적이 최근 출간됐다죠?

답 : 전직 미 육군 포로 심문관 출신인 크리스 맥케이씨와 로스엔젤리스 타임스의 그레그 밀러 기자가 공동으로 펴낸 ‘심문관’ 이란 제목의 책 입니다. 맥케이씨는 이 책에서 자신과 동료 심문관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수용소에서 구문과 학대를 어떻게 피하고 효과적으로 수감자들을 심문했는지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완전하게 자신들의 뜻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타 집단을 학대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관례였다고 말하고, 그러나 자신들은 육체적인 학대보다 수감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두려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사용하며 심문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들어, 얼굴과 얼굴을 매우 가깝게 맞대고 포로들의 기만과 속임수에 대해 위협하는 방법을 사용해 정보를 얻었냈다는 것입니다.

문 : 고문을 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포로에게 정보를 얻어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것 같은데요.

답 : 그렇습니다. 맥케이씨는 그러나, 포로 한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돼 있다며, 더 큰 과제는 포로들로 부터 캐낸 “소수의 진실과 이미 시효가 지난 수 천가지의 정보들을 가지고 어떻게 조각들을 맞추느냐” 하는 퍼즐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전직 CIA 요원이자 정보 전문가인 레이 맥고번씨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게릴라전의 경우, 적들은 매우 엄격한 비밀통제속에 작전을 수행한다고 말합니다. 맥고번씨는 게릴라들의 작전 비밀은 단지 2-3명의 요원들만이 알고 있기때문에 일반 포로들을 상대로 작전의 전모를 캐내는 심문은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합니다. 학대 행위를 통한 비밀 정보 취득이 게릴라전에서는 효과가 적다는 것입니다.

문 : 그럼 수용소에서 이렇게 학대 행위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풀이하고 있습니까?

답 : 정보 습득에 대해 심문관들이 받는 엄청난 부담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크리스 맥케이씨는 포로를 심문하는 일이 헐리우드 영화속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악역만큼이나 군인들이 가장 꺼리는 임무라고 말합니다.

Texas A&M 대학의 군사학 연구소의 브라이언 린 소장은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시간의 촉박성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린 소장은 정보가 갖는 가치는 보통 3-4일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 안에 비밀을 캐어내지 못하면, 어딘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적들은 거처를 즉시 옮긴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포로를 심문하는 군인들은 규칙을 따르자니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고, 힘과 고문을 사용해 정보를 얻자니 규칙을 어겨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한다고 린 소장은 설명합니다. 미군과 아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포로들로부터 정보를 캐내기 위한 과정에서 고문과 학대행위가 자행된다는 것입니다.

문 : 그럼 학대 행위를 피하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답 :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내 수용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수감자들을 효율적으로 다룰 만한 제반 여건이 부족하기때문이라고 텍사스 A&M 대학의 린 소장은 지적합니다.

린 소장은 교도원들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 천명에 달하는 수감자들의 움직임과 질서를 잡고, 이들로부터 일일이 정보를 캐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심문관’의 저자 맥케이씨는 자신의 책에서 증오심을 절제하고 심문에 있어 냉정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학대 사건을 예로 들면서, 9.11 테러에 대한 일부 미군들의 증오심이 폭력의 이유 가운데 한 몫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멕케이씨는 학대 행위를 금지해야 하는 이유는 폭력이 정보를 얻어내느냐 못 얻어 내느냐 하는 효과의 문제가 아니라 학대 행위 자체가 잘못된 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멕케이씨는 포로에 대한 미군의 학대 행위는 결국 미국을 비인간적으로 묘사하고, 모든 군사 행동의 가치를 저하시키며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에 대한 적들을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제공한다며, 포로에 대한 학대 행위는 근절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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