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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독감예방약 품귀, 접종 대상자 선정 딜레마 - 2004-11-08


지난 해 미국에서는 돈이 있고 또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독감 백신을 얻기 위해 독감 예방접종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대의 공급국인 영국에서의 약품 전량이 오염으로 폐기처분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올해에는 독감계절인 겨울철에 겨우 절반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같은 독감 예방약 품귀사태는 의사와 공공보건관리들에게 어떤 사람에게는 예방접종을 놔주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예방접종을 놔주지 말아야 하는지를 놓고 씨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의 교외에 있는 나일 시의 일반의사 엘렌 브룰 박사와 같은 의료종사자들에게는 아주 간단해 보입니다. 이 같은 독감 백신의 공급 부족 때문에 독감주사약은 노약자나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접종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브룰 박사와 그의 의료 파트너들은 그들이 주문한 500인분의 겨우 10분의 1인 50인분을 공급받았을 뿐입니다. 그가 독감 예방백신을 접종해야 할 노인과 어린아이와 환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데도 말입니다.

브룰 박사는 “어느 면에서 나는 마치 심판하는 하나님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데, 어떤 사람은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맞을 수가 없다고 판정을 내려야 하니 이것은 정말 장난이 아니며, 또 의사로서 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합니다.

브룰 박사는 시카고 지역의 다른 의사들은 단순히 슈퍼마켓이나 약국에서 하는 방식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선착순 원칙으로 먼저 오는 사람에게 백신 주사를 접종해 주는 것입니다. 브룰 박사에게 이런 방식은 너무나 기계적이고 진료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됩니다.

브룰 박사는 “내 환자와 나는 머리를 맛대고 ‘이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들 가운데 누가 정말 예방접종을 꼭 받아야 할 사람인지 한번 생각해보자”고 상의한다고 말합니다.

폐기능이 약하고 면역체계가 약한 천식이나 기종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열이 있고 마르고 심한 기침을 하는 환자일 경우에는 독감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습니다.

올해와 같이 독감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누구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하느냐 하는 문제는 미국의 질병통제센터가 임명한 윤리평가단이 내려야 하는 가장 어려운 딜레마가 되고 있습니다. 뉴욕 주에 있는 독립적인 생영윤리연구소인 [헤이스팅스센터]의 철학자인 대니얼 칼라한 박사는 이제 현대의약은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선착순의 개념이 적용되어야 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1970년대에 신장 투석이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인공신장이 그 수요에 맞출 만큼 공급이 충분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누가 먼저 인공신장 이식수술을 받느냐 하는 데에는 엄격한 규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칼라한 박사는 이에 비하면 독감 백신 접종은 덜 극적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독감에 걸리고 있습니다. 작년의 경우, 미국에서만도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 6천여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공정하게 독감 백신을 분배하느냐 하는 문제에 더해 긴급성이 추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칼라한 박사는 “한가지 방법은 추첨으로 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인데, 백신 주사를 맞으려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추첨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수년 전, 전세계적으로 신종 독감이 만연했을 때 질병통제센터에서 이 독감에 걸릴 확률에 관해 토의한 기억이 있다면서 이제 다시 순서를 정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됐는데, 이것은 이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별로 진척을 보지 못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 문제가 단순히 이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독감 백신 약의 품귀 현상에 대한 일부 언론의 관심 때문에 국민들은 너도나도 예방접종을 받으려고 아우성입니다.

캘러한 박사는 “우리 사회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많은 불편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없는 것 없이 모든 것을 갖는데 익숙해 있으므로 실제로 공정하게 결정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라며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의료비는 상승하고, 또 새롭고 비싼 첨단기술들을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좀 더 자주 이런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독감 백신 품귀사태에 대한 대처방안은 올해에는 별효과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2000년에 일부 대학의 연구원들은 제한된 공급을 늘리기 위해 백신을 희석시켜서 유망한 결과를 얻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 같은 시험이 독감 예방접종이 당장에 필요한 허약한 사람이나 환자들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보건전문가들은 부족한 백신이 금방 동이 나는 올해의 경우 희석시킬만한 여분이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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