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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미 대선의 변수로 떠오른 연방 대법관 지명 - 2004-10-26


미국내 시사 동향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미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 연방 대법원이 이번 대선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떤 얘기인지 김영권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대법원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답: 현 윌리엄 렌퀴스트 미국 연방 대법원장의 건강과 이에따른 대법관 지명논란 때문입니다. 올해 80세의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지난 주말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고 현재 병원에 입원중입니다. 그러나 고령의 나이에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회복이 된다하더라도 오랜 시간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사임하게되면 현재 미 정치와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이슈에 대해 결정적인 최종 판결을 내리는 대법관들의 인적 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실시 중단명령을 내리며 부시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대법원의 판결과 그 중요도를 봤을 때, 이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렌퀴스트 원장의 복귀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 현재 미 연방 대법관들은 어떻게 구성돼있습니까?

답: 미국의 연방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비준을 거쳐 임명됩니다. 인원은 대법원장 1명과 대법관 8명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임기는 종신직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스스로 사임을 하거나 탄핵되지 않는다면 사망전까지 임기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지난 1971년 닉슨 전 대통령의 의해 대법관에 지명됐으며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원장에 임명됐습니다. 현재 9명의 대법관 가운데 8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이며 이중 3명이 각종 암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는 등 노령화 추세가 뚜렷합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는 대통령은 적게는 1-2명 많으면 최고 4명의 대법관을 지명할 수 있는 특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문: 미국은 3권 분립에 의해서 사법부가 입법및 행정부와 엄연히 독립돼 있는데요. 왜 대법관 이슈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는 겁니까?

답: 대법관들의 판결 성향때문입니다. 여러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보수와 진보쪽으로 나눠지는 현 미국사회와 마찬가지로 대법관들의 성향도 보통 4대 4로 양분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표를 행사하는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전통적으로 보수층의 입장을 존중하고 있어서 판결이 보수적으로 흐르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낙태권리와 동성연애자들의 결혼, 소수민족에게 기회 균등의 혜택부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어퍼머티브 액션 등 민감한 현안들이 아직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공화 민주 양당이 서로 견해를 명확히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대법관을 지명하는 대통령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 현재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양측 모두 민간한 사안인 만큼 대법관 후보 지명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은 보수적 인사, 케리 후보는 진보적 성향의 인사를 대법관으로 지명할 공산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현 시점을 미국의 전통적 가치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라고 선전하며 보수층들에게 부시 대통령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기독교 보수진영에서는 오래전부터 여러 법원 판사들의 판결이 도덕적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판결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보수적 인사의 대법관 임명이 절실하다는 운동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쪽에서는 대법관 임명이 자칫 공화당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다수의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낙태권리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케리 후보의 유연한 입장을 적극 홍보할 방침입니다.

문: 전문가들은 이번 대법관 이슈와 대선 전망의 상관 관계에 대해 어떤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까?

답: 안보와 경제 현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대법관 이슈가 이번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암수술 소식을 계기로 어느정도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여름까지 접전주로 예상되던 미주리주가 동성연애자들간의 결혼에 대해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며 표심이 부시후보쪽으로 기운것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시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케리후보에 대해서는 아직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마지막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표심을 움직일 또하나의 선택 메뉴가 주어질 수 있을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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