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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미국과 아랍세계의 관계에 대한 전문가 진단 - 2004-10-15


미국내 시사 동향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회교도들의 금식월인 라마단이 시작되면서 다시 테러에 대한 공포가 지구촌에 엄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물론 이라크 전쟁 이후 날로 불신과 오해가 팽배해 가고 있는 미국과 아랍세계간의 관계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아랍관련 전문가들은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보다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미국의 아랍 전문가들은 양측의 오해와 불신의 원인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습니까?

답: 역사적으로 깊숙히 들어가 보면 결국 기독교적 세계관을 갖고 있는 미국의 시각과 회교권의 종교적인 근본주의의 충돌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많은 미국인들은 지난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과격 회교주의자들의 미국인 인질 억류사건이 이후 급속도로 아랍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고 이후 현재까지도 아랍인들을 폭력과 편협한 시각으로 보는 미국인들이 많습니다.

문: 인질 사건에 대해 잠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답: 당시 이란의 극단주의 회교청년들은 이란주재 미국대사관에 침입해 미 대사관 직원 52명을 1년이나 넘게 인질로 잡아뒀으며 미 언론들은 거의 매일같이 이 소식을 주요뉴스로 보도해 미국인들의 뇌리에 아랍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깊게 자라잡는 동기를 제공했습니다. 반면 아랍인들은 미국을 아랍지도를 재편하려는 제국주의 패권세력으로 보고있으며 그들의 종교를 지키기 위한 투쟁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갈등해소가 쉽지만은 않아보이는데요. 전문가들은 어떤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답: 현재 미국이 아랍세계를 이해하고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시도하고 있지만 해법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조지타운대학에서 회교-기독교 관계학을 가르치고 있는 존 에스포시토 교수는 아랍과 관계향상을 시도하려는 미국의 노력에는 어려운 장애물들이 놓여있다고 말했습니다.

에스포시토 교수는 미국이 한편으로는 아랍권의 회교 테러리스트들과 싸워야하며 동시에 아랍의 주류계와 교분을 쌓아야 하는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들을 지적했습니다.

문: 일각에서는 미국의 까다로운 외국인 입국제도도 아랍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데 한 몫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답: 전 요르단과 쿠웨이트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했던 에드워드 그네흠씨는 지난 9.11 테러이후에 요르단 주재 미국대사관에는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찾아온 요르단인 조문객들이 4천여명이나 됐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네흠씨는 그러나 미국의 강화된 국경 감시 조치들이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길 원하는 이러한 친미적 성향의 아랍인들을 소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네흠씨는 아랍인들이 미국이 여행을 오려면 비자발급에서 부터 입국 검사에 이르기까지 매우 까다로운 과정과 여러 불편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싹틀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아랍권 국가들은 이라크의 예를 들면서 미국과 서방세계가 그들의 민주주의를 강제적으로 아랍권에 전파하려 한다고 자주 비난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답: 우선 미 정부는 그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미국은 아랍세계의 정부들이 개혁적인 반대세력과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억압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이념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는 아랍출신의 많은 개혁 인사들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전 여성단체 관리였던 헬라 에스판디아리씨는 개혁을 거부하려는 아랍세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스판디아리씨는 현재 이란 국회내 보수주의자들이 개혁주의자들을 몰아내고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녀는 문제가 항상 서방세계에만 있는것이 아니며 아랍 지역도 스스로 진보하는 노력들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정부는 현재, 아랍세계를 이해하고 서로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작동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 역시 이슬람교를 희망의 종교라고 말하며 테러와의 전쟁은 회교도와의 전쟁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미 대선 후보 텔레비젼 토론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부시와 케리 두 후보가 모두 네바다주 등 서부지역으로 유세를 떠났는데요. 이유가 뭡니까?

답: 물론 뉴멕시코와 네바다, 콜로라도등 서부 접전지역에서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섭니다. 특히 최근 몇년 동안 서부 지역에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네바다의 클락 카운티 같은 경우는 새 유입자가 매달 평균 5천명여명을 기록하는 등 유동성이 심하고 표심 읽기도 힘든 곳입니다. 특히 새 유입자 가운데는 중남미계 이민자들 즉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부시와 케리 후보가 모두 이들에게 구애의 손길을 뻗히고 있는것입니다.

문: 히스패닉계는 보통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답: 이민자 정책에 비교적 관대한 민주당 성향때문에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러한 구도가 조금씩 깨지고 있습니다. 특히 히스패닉계 이민 2세들의 경우는 주요 관심사가 이민과 인권문제인 이민 1세들과 달리 교육과 보건 복지, 주택 소유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어서 정당 지지성향도 매우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문: 히스패닉 주민들이 결국 이들 접전지역에서 승패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셈이군요

답: 뉴 멕시코주의 경우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엘고어 후보가 부시 대통령에게 겨우 366 표차로 신승을 거뒀고, 네바다는 부시 대통령이 2.6 퍼센트 차이로 간신히 승리를 거둔 지역입니다. 특히 지난 4년간 네바다주에는 무려 십 만여명의 히스패닉 인구가 추가됐습니다. 이 때문에 양 선거진영의 히스패닉 주민 접촉이 매우 활발해지고 있으며 히스패닉 단체들 역시 이번 선거를 자신들의 권익신장의 기회로 삼고 주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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