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은 지난 1999년, 무혈 쿠테타를 일으켜 나와즈 샤리프 총리를 축출하고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당시 그같은 행동은 광범위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무샤라프 대통령은 그 보다 앞선 또 다른 군사 통치자 지아 울-하크 장군이 사용한 것과 유사한 방법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지난 1977년에 무혈 쿠테타를 일으켰던 지아 울-하크 장군은 인접국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의 점령에 맞서 싸우는 회교 반군을 지원함으로써 미국과 밀접한 동맹 관계를 맺었습니다. 지금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반 테러 노력을 강력하게 지원함으로써 미국 정부로부터 찬사를 받는 동시에 군사 통치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대부분 잠재웠습니다. 미국 평화 연구소의 파키스탄 전문가 크리스틴 페어 연구원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통치 방식은 특히 미국과 파키스탄 간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지아 울-하크 장군의 시대를 생각나게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80년대를 통틀어 지아 울-하크 장군과 지극히 실용적인 관계를 가졌었다고 페어 연구원은 지적하면서, 기본적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그의 협력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그가 권력 강화를 위해 국내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용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미국과 무샤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를 지켜보는 해외 망명 파키스탄 인들은 그때와 많은 유사성을 발견하고 있다고, 페어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미국 보스톤 대학에서 국제 관계를 강의하고 있는 파키스탄 정치 평론가 후싸인 하콰니 교수는 군부의 정치적 역할이 계속되는 이유는 파키스탄 군사 통치가 특별히 가혹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합니다.
파키스탄의 군사 통치는 항상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었다고 하콰니 교수는 설명하면서, 군부는 공개적인 반발을 초래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국민들에게 약간의 발언의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자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유가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지아 울-하크 장군과 무샤라프 대통령 사이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습니다. 지아 장군은 독실한 회교도로서 파키스탄을 회교 국가로 만들려고 시도했습니다. 실제로 그같은 프로그램에 곁들인 아프간 반군 지원으로 인해 오늘 날의 과격한 회교 테러 운동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일부 관측통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무샤라프 대통령은 군복 만큼이나 양복도 잘 어울리는 세련된 인물로서 진보 진영과 일반 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아 장군과 마찬가지로 무샤라프 대통령도 파키스탄 통치에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세속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집권 연합에 합류한 회교 정당들에게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후싸인 하콰니 교수는 종교 정당들이 무샤라프 대통령을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종교 정당들은 현재 군부와 편안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파키스탄에서 일관되게 군을 지지하는 유일한 정치 세력은 종교 정당들이라고 하콰니 교수는 설명하면서, 종교 정당들이 무샤라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군부는 좋아한다고 말하고, 종교 정당들이 일관되게 군을 지지한 역사는 1960년대말과 70년대 초의 야야칸 장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덧붙였습니다.
파키스탄 국회는 지난 14일, 무샤라프 대통령이 올해 말에 군 총사령관 직에서 사임할 것이라던 종교정당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제 무샤라프 대통령은 원할 경우 대통령과 군 사령관을 겸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틴 페어 연구원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군복을 벗는다고 하더라도 파키스탄 사회 내에서 군사 통치의 기본적인 문제가 말끔히 가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페어 연구원은 군 내부의 강력한 정보 기관인 ISI의 정치적 권한이 무샤라프 대통령 치하에서 확대됐음을 지적합니다.
폐어 연구원은 단지 무사랴프 대통령이 군복을 벗는다고 해서 그같은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사실상 ISI는 미국에 대한 9.11테러 공격 이후 전술적 수준의 지역 정치 문제를 다루는 능력이 더욱 확대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페어 연구원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군복을 벗지 않을 경우에는 파키스탄의 민간 기구들은 중요하지 않으며, 파키스탄 민주주의는 계속 지연될 것이라는 신호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아 울-하크 장군은 지난 1988년, 아직도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계속 되풀이 돼 파키스탄에서는 여전히 군사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